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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월 북폭설과 北 열병식…가짜 부풀리고, 진짜 조롱하고

[취재파일] 4월 북폭설과 北 열병식…가짜 부풀리고, 진짜 조롱하고
뱃머리를 한반도로 돌렸다던 미 해군의 항공모함 칼빈슨이 사실은 엉뚱한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칼빈슨이 한반도로 온다고 한미 정부가 시차를 두고 확인을 하고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주요 인사들이 대북 강경 발언을 해대니 가짜 뉴스인 4월 27일 북폭설에 이어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설,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비등했었는데 좀 무색해졌습니다.

국내 대부분 언론 매체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칼빈슨의 한반도 행에 또 다른 미 해군의 항공모함 니미츠의 한반도 행 가능성, 한미 연합 군수지원 훈련, 미군 괌 기지의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일본 전개 등을 더해 미군이 당장 북한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듯한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는 미국이 일찍이 대북 선제 타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선제 타격을 기정사실처럼 설파했습니다.

니미츠의 동태, 한미 군수지원 훈련, 글로벌 호크의 전개는 지난 14일 취재파일(‘4월 위기설 부풀리기’…여전한 ‘안보 팔이’ 구태)에서 지적했듯이 대북 선제 타격과 하등 관계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니미츠는 한반도가 아니라 중동으로 향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관련 취재파일
▶ [취재파일] '4월 위기설' 부풀리기…여전한 '안보 팔이' 구태

한반도 위기설 혼란의 드라마는 거친 언행을 하고 다닌 트럼프와 칼빈슨의 전개 계획을 잘못 알린 미국 정부가 주연이지만 이를 무책임하게 확대 재생산한 언론과 전문가 집단도 무거운 조연 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상존하는 것이어서 안보 불감증도 위험하지만 위기를 부풀리는 이른바 안보 팔이 역시 경계의 대상입니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속내가 우리나라의 안보 이익과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단순 팩트에 묘한 해석을 덧붙여 위기설을 키우던 일부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이 이번에는 진짜 위기를 희석하는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지난 15일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무기들이 장난감, 가짜라는 조롱 섞인 평가들이 그것입니다. 오락가락 갈지자입니다. 조악해 보이긴 해도 북한 무기들이야말로 한반도의 모든 위기설을 잉태한 진짜 위기의 요체입니다. 

● 北 열병식 무기에 대한 조롱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SA-5
지난 15일 북한 열병식에서 미사일 행렬의 선두는 언제나 그랬듯이 지대공 요격 미사일이 맡았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지대공 미사일인 SA-5도 당연히 등장했습니다. 한 매체는 열병식에 나선 SA-5 보조 로켓의 머리가 하늘로 휘었다며 가짜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가짜 아닙니다. SA-5 보조 로켓의 머리 부분은 원래 하늘로 휘어지도록 제작됐습니다. SA-5는 발사 후 일정 고도에 이르면 메인 로켓 주변의, 연소를 끝낸 보조 로켓들을 떨어뜨리고 날아갑니다. 보조 로켓이 메인 로켓에서 분리될 때 로켓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 보조 로켓이 메인 로켓 비행 방향에서 멀어지도록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계한 것입니다.

북한의 최신예 주력 전차 선군호 1대가 고장 나 열병 대열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북한이 체면을 구겼다고 비웃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국군의 날 행사에서도 그런 일은 종종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러시아,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났습니다. 병가지상사입니다. 나머지 8대는 제대로 굴러갔습니다. 실전에 적 전차 9대가 나와서 8대가 정상적으로 공격을 하면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9대나 8대나 오십보백보입니다.

● '아니면 말고' 안보 팔이
북한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으로 보이는 대형 미사일도 열병식에 내놨습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처럼 콜드 론칭 방식을 채택했는지 미사일 동체는 안보이고 괴기스러운 원통형 발사관만 나타났습니다. 미사일 동체를 공개 안한 것을 두고도 가짜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러시아, 중국도 ICBM을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원통형 발사관만 올려놓은 채 열병식에 내보냅니다. 발사관 속에 미사일을 집어넣은 것이 하나의 세트여서 발사관 따로 미사일 따로 행렬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험 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 북극성 2형도 원통형 발사관만 TEL에 실려 행진했습니다. 북한 ICBM이 가짜일 수 있다고 흉을 보는, 실익 없는 행동을 하기보다는 기왕 등장한 북한 ICBM을 현존 위협으로 평가하고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안보와 관련된 일은 워낙 휘발성이 강한, 자극적인 소재라서 여러 부문에서 흥행이 됩니다. 이런저런 살을 붙이면 흥행은 더 잘 됩니다. 그래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안보 관련 특이사항만 있으면 일부 매체와 전문가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냅니다. 결국 시비가 밝혀져도 ‘아니면 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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