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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세입' 위에 나는 '세출'…나라 씀씀이 더 닦고 조인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예산안 편성지침은 지출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양극화·4차 산업혁명 등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매년 예산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재정 갈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고 복지지출 수요 증가세도 여전히 가파르다.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부처 간 융합예산을 선보이고 예산 관리의 허점이 지적돼온 신규·출연사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런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 예산에까지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의식한 듯 보조사업을 전면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 '400조 슈퍼예산'이라지만…쓸 곳은 눈덩이

지난해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정부 예산은 400조5천억 원이다.

지난해 예산안 기준 총지출(386조4천억 원)에 비해서는 3.7%(14조1천억 원) 증가한 것이다.

올해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를 넘어서면서 2005년(209조6천억 원) 이후 12년 만에 나라 살림이 2배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슈퍼예산'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만큼 쓸 곳은 눈덩이처럼 더 빨리 불어나는 모양새다.

취약계층에게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지 예산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년 개선되던 분배 지표가 다시 악화하면서 복지지출에 대한 요구도 더 커지는 양상이다.

조선·철강 등 대표 주력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년이 멀다 하고 편성되는 추가경정예산은 재정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추경이 편성된 것은 11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재정에 대한 이런 기대감이 무색할 만큼 세수 기반은 취약해지고 있다.

우선 공적연금, 건강보험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예산 운영을 제약하고 있다.

전체 재정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은 지난해 추경안 기준으로 46.8%였지만 점점 높아져 2019년에는 50.2%로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적 제약과 함께 한국이 이미 2%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은 미래 세수 전망마저 암울하게 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부채 역시 과감한 재정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2000년 111조2천억원이었던 부채는 2004년(203조7천억원) 2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5년 591조5천억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올해 예산 편성지침을 세우면서 허리띠를 바싹 졸라맨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 새 의무지출, 10년 재정 소요 제출해야…예산 편성에 부처 칸막이 철폐

기재부는 예산 허리띠 졸라매기의 초점을 지난해 재량지출에서 올해 의무지출로 옮겼다.

기재부는 내년에 새롭게 의무지출을 도입하려는 부처는 불용 규모, 부정수급 사례 등을 고려해 꼭 필요한 금액만으로 예산을 편성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규 의무지출 사업을 짤 때 제출하던 재정 소요 계획 전망은 5년짜리에서 10년으로 늘렸다.

의무지출은 일단 한 번 도입되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만큼 도입부터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부처 칸막이를 없앤 융합예산을 시범적으로 편성하는 것도 지출 효율화의 일환이다.

그동안에는 예산편성안을 기재부에 제출하기 전까지 부처 간 협의는 활발하지 않았고, 협의하더라도 각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난 뒤인 6∼8월에 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올해 대학창업, 관광, 공적개발원조(ODA) 등 3가지 분야에 대해 관계부처 간 4∼5월 사전협의를 거쳐 내년 예산사업으로 요구하도록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협의했을 때 전략적으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나올 수 있는 분야로 선정했다"며 "시범 편성 결과를 보고 내년에는 융합예산 편성 분야를 더욱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조사업과 출연사업도 촘촘한 관리를 받게 된다.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보조사업은 약 1천500개, 규모로는 60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매년 전체 보조사업의 3분의1을 대상으로 각 부처의 자체 평가를 바탕으로 지속 지원, 감축, 폐지 여부를 결정했다.

보조사업별로 3년에 한 번씩 평가받는 셈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올해 평가 대상이 아닌 전체 3분의2에 해당하는 보조사업들에 대해서도 각 부처가 지원 필요성, 최종 수혜자, 부정수급 사례 등을 점검해 지원 여부, 지원 규모 등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요구하도록 했다.

신규 출연사업의 경우에도 100억원 이상이 드는 경우 사전 적격성 심사를 거치게 됐다.

10년간 80조원을 쏟아붓고도 무위에 그친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는 '저출산 극복 지원 사업 심층평가'를 활용해 현 대책의 실효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 신산업 R&D에는 선택과 집중…양극화는 일자리로 해법 모색

4차 산업혁명과 양극화는 처음으로 예산 편성 핵심분야로 나왔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정부는 핵심 기술개발, 인력 양성, 인프라 조성 등에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일부 분야 연구·개발(R&D)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창업→도약→글로벌 성장→회수' 단계를 원활히 밟을 수 있도록 우수한 창업자를 선별해 단계별로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랏돈을 쓴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에너지 신산업, 자율주행차·드론 등 미래교통수단 상용화 등에도 집중 지원한다.

대신 정부는 투자 대비 효과성을 면밀히 평가해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나눠먹기식 지원 사업은 과감히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는 일자리 지원에 방점을 찍기로 했다.

정부는 청년 고용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 사업을 발굴하고 일 경험을 확대해 청년의 노동시장 조기 진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노인, 장애인 일자리 지원을 확대해 일을 통한 복지 지원도 강화한다.

취업 취약계층인 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를 확대하고 경력단절 여성 지원 강화, 직장 어린이집 설치 지원 등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저소득 가구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기초연금 수급자를 확대하는 예산을 편성하기로 가닥 잡고 저소득층 외에도 중위소득, 평균 소득 등 다양한 복지사업 지원 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그간 일자리 사업을 정비해 취업률, 고용유지율 등 성과가 높은 사업 위주로 투자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은 수요자 중심으로 재설계한다는 방안을 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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