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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에 '쿠데타' 가능성이?

[취재파일] 북한에 '쿠데타' 가능성이?
▲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북한의 2인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고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태영호 전 공사와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인 고영환 박사 등 국내에 입국한 고위층 탈북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연구원 측은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2인자로 군림하던 당시 황병서의 견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있어 황병서에 대해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군(軍) 담당 부부장을 맡고 있던 황병서가 김정은에게 “최룡해가 군부 내에서 자신의 인맥을 구축해 세력화할 조짐이 있다”고 보고함으로써 최룡해가 해임됐다는 것이다. 최룡해는 2012년 4월 총정치국장에 임명됐다가 2014년 4월에 해임됐는데 그 후임이 황병서였다.

이에 따라, 최룡해가 기회가 되면 김정은에게 황병서의 위험성을 각인시켜 퇴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총정치국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이라는 자리는 군부내 정치·군사·보위 부문 장성들을 묶어 ‘쿠데타’도 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성을 들어 황병서를 낙마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2014년 당시 황병서의 견제로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났던 최룡해가 똑같은 논리로 황병서 낙마를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 북한에서 쿠데타는 일반적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쿠데타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과연 쿠데타는 가능할까?

북한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북한 내에서 군부에 의한 쿠데타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쿠데타가 가능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군인들이 반정부 거사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데, 북한 군부는 당에 의해 철저히 통제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모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군 내에는 당조직들이 단위마다 들어가있는데, 이러한 군내 당조직들이 군부의 동향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고 이러한 군내 당조직을 총괄하는 곳이 바로 총정치국이다. 다시 말해 북한 군부는 총정치국에 의해 철저히 통제받고 있기 때문에 쿠데타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군부를 감시하는 총정치국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원의 이번 자료는 이같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미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모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총정치국장이 마음을 먹는다고 쿠데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쿠데타를 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동조자를 모아야 하는데 동조자를 규합하는 과정에서 배신자가 나올 가능성은 상존한다. 북한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총정치국장이 쿠데타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총정치국장의 권력경쟁자에게 이런 사실을 제보하면 아무리 총정치국장이라도 그날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 권력투쟁 상시화된 사회는 불안 

연구원의 이번 자료는 북한에서 정말로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냐의 차원을 떠나 북한 내 핵심간부들의 권력투쟁이 상시화 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룡해, 황병서 뿐 아니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얼마전 해임된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도 서로 물고 뜯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연구원측은 밝혔다. 남한 내 권력투쟁은 기껏해야 공직에서 물러나고 심해도 감옥에 가는 정도지만, 북한 내 권력투쟁은 자신과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훨씬 엄혹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권력투쟁이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핵심간부들의 권력투쟁이 김정은에 저항하는 구도가 아니라, 김정은의 통치 아래서 좀 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구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러한 권력투쟁을 이용해 토사구팽을 계속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 권력층이 계속해서 죽고 죽이는 싸움에 매달려있다는 것은 체제가 균열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김정은이 어느 한순간 조정 역할을 잘하지 못할 경우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이 공고화됐다면서도 불안하다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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