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쇼트트랙 여제'가 '방탄 유니폼'을 입는 까닭은?

[취재파일] '쇼트트랙 여제'가 '방탄 유니폼'을 입는 까닭은?
'쇼트트랙 여제'로 불리는 심석희(20세) 선수가 지난 13일(월) 남자대표팀의 서이라 선수와 함께 우리 대표팀에서 가장 먼저 평창올림픽 출전을 확정했습니다. 심석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여자부 개인 종합 3위에 올랐고, 서이라는 남자부 개인 종합 1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에 남녀 종합 3위 안에 든 상위 1명씩에게 평창올림픽 출전 자격을 우선 배정한다는 선발 기준에 따라 두 선수가 올림픽 대표로 일찌감치 확정됐습니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은 워낙 자체 경쟁이 치열해 태극마크 다는 게 올림픽 메달 따기보다 더 힘들다는 말까지 있는데(역시 세계 최강인 양궁과 비슷하죠), 심석희와 서이라는 국내 선발전을 거칠 필요 없이 평창올림픽 티켓을 미리 손에 쥐었습니다.

심석희는 이로써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됐습니다. 소치에서는 금메달 1개(계주), 은메달 1개(1,500m), 동메달 1개(1,000m) 등 색깔별로 골고루 메달을 수확했던 심석희가 4년의 경험을 더 쌓고 내년 평창에서(정확하게 말하면 강릉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이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쇼트트랙 여제가 방탄 유니폼을 입는 까닭
실력이 남다른 심석희는 입는 유니폼, 경기복도 남들과는 좀 다릅니다. 심석희는 일명 '풀방탄 경기복'을 사용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전체가 방탄 소재로 되어 있는 경기복입니다. 방탄 소재 경기복이라고 해서 실제로 총알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고, 방탄 조끼를 제작할 때 쓰이는 특수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Bulletproof''가 아니라 'Cutproof', 즉 '베이거나 찔리는' 상처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아무래도 스케이트날에 베일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지난달 강릉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때 이승훈 선수가 넘어지면서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정강이를 베여 8바늘이나 꿰맸던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습니다.
쇼트트랙 여제가 방탄 유니폼을 입는 까닭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는 그나마 매스스타트를 제외하고는 다른 선수와 신체 접촉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은데, 쇼트트랙은 치열한 자리다툼 과정에서 신체 접촉도 많고 부딪혀 넘어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스케이트 날에 베일 위험도 더 큽니다. 그래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지난 2014년부터 선수들이 경기 도중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과 겨드랑이, 무릎 같은 신체 주요 부위를 지정했고, 이 부위에 절단 저항이 있는 소재나 특수 속옷을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출처><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ISU Communication No.1265 / Cut Resistant Clothing Short Track Speed skating" data-captionyn="N" id="i201030938"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0314/201030938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방탄 소재는 아무래도 일반 경기복 소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뻣뻣하고 신축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무게도 더 나가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가 높은 신체 부위에만 덧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도 대부분 부분적으로 방탄 소재를 적용한 경기복을 사용하는데, 심석희 선수는 이미 3년 전 소치올림픽 때부터 줄곧 '풀방탄 경기복'을 사용해왔습니다. (현재 대표팀 내에서는 심석희 선수와 최민정 선수가 풀방탄 경기복을 착용합니다.) '부상을 막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게와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건 그만큼 두 선수의 경기력이 탁월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쇼트트랙 여제가 방탄 유니폼을 입는 까닭
평창행을 확정한 심석희는 첨단 과학의 도움을 받으며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입을 경기복이 현재 네덜란드에서 한창 제작 중이고 오는 7월에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빙상 강국인 네덜란드는 경기복 제조 기술도 최고 수준인데, 그 기술로 우리 대표팀의 올림픽 유니폼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심석희-최민정 선수를 위한 '풀방탄 경기복'의 경우 기존의 대표적인 방탄 소재인 케블라(Kevlar)보다도 강한 특수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2014년 소치올림픽 경기복과 비교하면 두께는 50%, 무게는 30% 가벼워지고 신축성도 크게 좋아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수들은 더 안전하면서도 더 가볍고 편안한 경기복을 입고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좌) 기존 ‘풀방탄복‘ (지난 시즌) / (우) 새 ‘풀방탄복‘ (올 시즌)
심석희와 최민정은 '올림픽 경기복'에 쓰일 기술이 상당 부분 적용된 새 유니폼(태극기 디자인)을 이미 이번 시즌부터 테스트 차원에서 사용했는데, 효과는 성적으로 나타났습니다. 4차례 월드컵 대회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까지 올 시즌 6번의 대회에서 심석희는 금메달 11개, 최민정은 금메달 10개를 수확했습니다. 오는 7월에 공개될 정식 '올림픽 경기복'은 디자인도, 기술력도 좀 더 업그레이드될 예정이어서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선수들의 재능과 노력이 99%고, 나머지 1%를 스포츠 과학이 지원하는 것입니다." 태릉 선수촌 안팎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줘온 한국 스포츠개발원 이상철 박사가 했던 얘기입니다. 그 1%의 힘이 메달 색깔을 가를 수도 있는 만큼 현대 스포츠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첨단 과학의 든든한 뒷받침과 함께 선수들은 굵은 땀방울로 평창 신화를 준비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