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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월 사교육비 25만 6000원? 통계의 함정

[취재파일] 월 사교육비 25만 6000원? 통계의 함정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25만 6000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초중고 학부모 4만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교육비 실태 조사 결과라며 발표한 자료에 근거한 액수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은 월평균 사교육비 25만 6000원이 맞는 숫자냐며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습니다.

학원에서 두 과목만 들어도 6~7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사교육비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월평균 사교육비
현실 반영 못하는 ‘평균의 오류’
 
왜 그럴까요?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통계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한 평균 액수입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전체 68% 가량으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학생 32%는 0원으로 계산해 전국 평균을 낸 것입니다. 거기에다 방과후 학교비나 어학 연수비, 유아 사교육비나 EBS 교재비 등은 빠져있습니다.

한 달에 1만 원 가량 부담하는 방문 학습지만 받아 봐도 사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통계 처리합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비는 월 37만 8000원으로 껑충 뜁니다. 지역이 대도시이냐 아니냐에 따라 사교육 참여율과 교육비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저소득층이나 학원비가 저렴한 읍·면 지역까지 모두 포함해 전국 평균을 내다보니까 대도시 주민들이 체감하는 사교육비와의 편차가 커진 것입니다. 전국 평균을 내다보니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보이는 평균의 오류에 따른 일종의 착시현상이죠.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최근 4년 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07년 22만 2000원에서 2013년에는 23만 9000원, 2014년 24만 2000원, 2015년에는 24만 4000원. 2016년에는 25만 6000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사교육비 규모도 지난해 18조 1천 억 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어났습니다. 사교육의 내용도 영어와 수학 사교육비는 줄어든 대신에 예체능 사교육비는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예체능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 성과로 중학교 사교육비 줄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유학기제 성과로 중학교의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정부 통계가 노린 건 바로 이것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계속 늘고 있지만 중학교는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4.5% 오른 월 24만 천 원, 고등학교는 10.9% 오른 26만 2천 원인 반면에 중학교는 0.1% 감소한 27만 5천 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사교육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중학교의 월평균 사교육비와 참여율, 주당 참여시간이 모두 전년보다 줄었다며 자유학기제 성과라고 자평했습니다.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국영수 교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사교육 의존도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언론들이 꼭 써주길 바라며 강조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중학생들이 특목고 준비 등을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면서 고등학교 사교육비보다 오히려 지출이 더 많습니다.
소득수준별 사교육 격차
소득수준에 따라 사교육 격차 갈수록 벌어져
 
문제는 사교육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점입니다. 정부 통계를 그대로 인용해도 월 평균 7백 만원 이상 소득가구의 사교육비는 44만 3천 원으로, 백 만원 이하 가구 5만 원보다 8.8배 많았습니다. 1년 전 6.4배보다 격차가 더 확대됐습니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는 증거입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커서 서울(35만 2천 원)·경기(27만 9천 원) 대구(26만 5천 원)순으로 많았고 전남(16만 2천 원)이 제일 낮았습니다.
지역별 사교육비
고소득층 사교육비가 44만 3천 원이라는 통계가 현실에 와 닿지는 않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사교육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는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소득층일수록 교과목 사교육은 물론이고 예체능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사교육 격차 확대는 대학 입시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서울대의 경우 최근 5년 간 서울 출신 학생의 합격자가 전체의 40%를 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고소득층이 몰려있는 강남 3구의 서울대 합격자수는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3개 구에서 배출된 서울대 합격자가 전체 서울 지역 합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남 지역의 경우 해마다 최소 200명 이상이 서울대에 합격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른바 금수저냐 흑수저냐에 따라 사교육비 격차도 커졌고 대학 입학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교육비 문제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 난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역대 정권마다 온갖 처방을 내놓았지만 실질적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사교육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대선 주자가 나올 정도가 되겠습니까. 앞으로 들어설 차기 정부도 사교육비 문제는 고난도의 정책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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