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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 꽁꽁 걸어 잠그고…'극비 훈련' 중인 썰매대표팀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훈련 취재기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종목이 열리는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는 현재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훈련 기간'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 29개 나라에서 163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3월 2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됩니다. 올림픽 전까지 모든 선수들에게 최소 40차례의 트랙 주행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 규정에 따라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평창에서 치러지는 월드컵 8차 대회와도 연계되어 있고요. 남자 스켈레톤의 세계 1인자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비롯해 윤성빈의 강력한 경쟁자인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 남자 봅슬레이 세계랭킹 1위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독일) 등 내로라하는 썰매 강자부터 영화 '쿨러닝'의 주인공인 자메이카 봅슬레이팀까지 평창에 다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남녀 봅슬레이와 남녀 스켈레톤 등 세부 종목으로 나눠 오전 8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분주히 평창 트랙에 적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이 '국제 훈련 기간'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외국 선수 훈련 끝나고 따로 훈련 중인 봅슬레이 대표팀
우리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이 훈련을 다 마치고 슬라이딩센터에서 모두 철수하면 그 때 등장합니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우리 선수들만의 ‘단독 훈련’이 시작됩니다. 당연히 비공개로 극비리에 진행됩니다.

외국 선수들과 함께 섞여서 훈련하면 우리 선수들의 주행 기술과 기록이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외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 미리 정해진 출발 순서에 맞춰서 훈련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우리만 있을 때는 그런 불편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훈련의 집중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 훈련 기간에 참가하고 있는 외국 선수들의 기록은 스타트부터 구간별, 그리고 최종 기록까지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 홈페이지에 낱낱이 공개되는 반면, 우리 선수들의 별도 훈련 기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우리 선수들의 기록이 표시되어 나타나는 컴퓨터 모니터를 촬영하자 대표팀 관계자가 곧바로 제지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의 기록이 절대로 방송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외국 선수들에게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훈련
선수 주행 모습 촬영 중인 브롬리 스켈레톤 대표팀 코치
주행 마치고 기록 확인 중인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
이처럼 우리 선수들의 훈련은 ‘철통 보안’ 속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드넓은 슬라이딩센터 안에서 혹시나 외국팀 관계자들이 훈련을 몰래 엿보고 촬영해가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선수들이 훈련하는 동안에는 경기장 보안 요원들이 외국 선수들의 출입을 통제합니다.

슬라이딩센터의 출입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야간 조명을 켜고 밤늦게까지 밀도 있게 훈련을 진행합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들도 분주히 움직입니다. 코치들은 트랙 곳곳에 배치되어 선수들의 주행 모습을 촬영하기 바쁩니다. 시속 130km가 넘는 속도로 눈앞에서 순식간에 그야말로 ‘쌩∼'하고 사라지지만 이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일일이 담는 모습에서 수없이 많이 해본 솜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행 후에는 곧바로 선수와 함께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선수 대기실에는 우리 선수들의 구간별 기록까지 표시되어 있는 컴퓨터 모니터가 있습니다. 선수들은 코치와 함께 이 모니터를 보면서 어느 구간을 잘 통과했고 어느 구간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면밀히 분석합니다. 장비 담당 코치(메카닉)들은 주행 때마다 얼음 상태에 맞게 썰매 날을 골라 봅슬레이 본체에 연결하는 작업을 합니다.

우리 선수들의 훈련 때는 코치들 말고도 경기장 방송 요원과 진행 요원, 외국인 아이스 메이커, 그리고 썰매 운송 차량 운전기사도 필수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경기장 방송 요원은 선수가 주행을 마치는 대로 다음 주자의 출발을 알리는 방송을 하고, 그러면 진행 요원이 선수를 출발대에 세우고 출발 신호를 보냅니다.

외국인들로 구성된 아이스 메이커들은 선수들의 주행이 한 순번 돌고 나면 트랙 곳곳의 얼음을 다시 고르게 다져야 합니다. 그리고 썰매 운송 트럭이 주행을 마친 선수와 썰매를 경기장 하단부의 ‘피니시 지점’부터 맨 꼭대기 ‘스타트 지점’까지 분주히 실어 나릅니다.

이처럼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우리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의 훈련에는 대표팀 관계자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고,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 돌 듯 잘 맞물려 돌아가야 원활한 훈련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 이것이 결국 홈 트랙의 이점!

썰매 종목은 홈 트랙의 이점이 그 어느 종목보다 크게 작용하는 종목으로 꼽힙니다. 가장 큰 이유는 트랙에서 주행할 수 있는 기회가 외국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입니다. “많이 탈수록 유리하다”라는 말은 썰매계의 가장 기본적인 격언입니다.

어차피 세계 정상권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로 ‘100분의 1초’차 승부인데 결국 주행 경험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다 훈련 과정에서도 이번 우리의 경우처럼 홈 트랙의 이점이 절대적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만의 훈련 시간을 확보하고 다른 나라 선수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홈 트랙이기에 가능합니다. 보안부터 운영까지 모든 것을 우리가 틀어쥐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썰매 종목에서 말하는 홈 트랙의 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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