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최초 공개! 2016 '전국 범죄지도' ③ 인구밀도의 범죄 방정식

최초 공개! 2016 '전국 범죄지도'
범죄는 인류의 오랜 숙제다. 문명이 발전하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범죄는 오히려 지능화, 고도화했다. 그렇다고 범죄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최초 공개! 2016 '전국 범죄지도' ① 범죄 발생 1위 도시는?>, <2016 '전국 범죄지도'②…절도·폭력·성폭행이 많은 지역>에 이어 이번에는 범죄의 지역차가 생기는 이유와 범죄 요인을 둘러싼 오해를 밝힌다.
[마부작침] 2016범죄지도

● 잘사는 지역이 안전? 재정자립도 높을수록 성폭행 많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집 바로 옆엔 백화점이 있는 도심. 이런 곳에서 살면서 커피 한잔 들고 출근하는 건 한 번 쯤 꿈꿔보는 삶이다. 이런 데 살면 범죄로부터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돈이 몰리는 지역일수록 범죄가 많다.

음주율 못지않게 범죄와 관련성 높은 요인은 각 지역의 재정자립도였다. 지역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잘 사는 지역이다. 범죄와 재정자립도의 상관지수는 0.34으로, 음주율의 상관 지수와 비슷하다.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 재정자립도와 음주율의 상관지수도 0.61로 나타나 아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2016년 기준,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중구(65/ 100에 가까울수록 재정자립도 높음), 다음으로 강남구, 서초구 순이다. 재정자립도 상위권엔 서울 종로구, 용산구 등도 포함돼 있는데, 이 지역은 5대 강력범죄(만명당) 순위에서도 상위권이다. 특히 5대 범죄 중 성폭행(1만 명 당)은 재정자립도와의 상관지수가 0.4로 다른 범죄에 비해 더욱 긴밀한 연관성을 보였고, 살인과 상관성은 거의 없었다.
[마부작침] 재정자립도와 범죄 상관관계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에서 강력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건 범죄의 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곽대경 교수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은 돈이 모이는 공간이자 소비가 많은 공간"이라며 "이런 지역은 고급차량이 많고, 지하철역 등 교통이 발달돼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점에서 범죄 대상, 범죄 기회가 많아 진다"고 설명했다.

● 빽빽한 공간, 늘어나는 범죄…"인구밀도 높을수록 범죄 많다"

외국인수, 음주율, 흡연율, 재정자립도 등과 범죄 연관성에 대해 일부 통설은 맞고, 일부는 다소 과장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범죄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요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이 많을수록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며 인구수를 꼽을 수 있다. 틀린 건 아니지만, 부정확하다. 정확히는 '인구밀도'가 범죄와 상관성이 가장 높았다.
[마부작침] 2016 범죄지도 그래프
단위면적당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5대 강력범죄건수(만명 당)가 많았다. 상관지수가 0.41로 높게 분석됐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양천구(2만7천440명)이다. 1㎢당 2만7천여 명이 살고 있고, 상위권의 또 다른 지역엔 영등포구, 동대문구, 구로구, 마포구, 부산 중구, 대구 중구 등 광역단체 자치구들이 포진하고 있다.5대 강력범죄 건수(만명 당)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해있는 지역들이다.

해당 지역들은 인구밀도 최하위인 강원 인제(19.8명), 영양군(21명) 등 농어촌과 비교할 때 같은 면적(1㎢) 대비 1,350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인구밀도는 재정자립도와 마찬가지로, 개별 범죄 중 성폭행(만 명당)과 가장 높은 연관성(0.49)이 드러났고, 살인과 상관성은 낮았다.
[마부작침] 인구 밀도와 범죄 상관관계
분노, 다툼이 범죄로 이어지는데, 인구밀도는 이런 분쟁과 관련이 높다. 동물실험에서 같은 크기의 사육장에 쥐 5마리와 쥐 20마리를 분리해 넣으면, 밀도가 높은 사육장에서 싸움이 많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곽대경 교수는 "제한된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건, 이해관계의 대립 기회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뜻"이라며 "제한된 지역, 한정된 자원에서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분쟁과 범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경찰이 빨리 출동하면 범죄는 줄어들까?

흔히 경찰이 빨리 출동하는 지역일수록 범죄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5대 강력범죄건수(만 명 당)와 경찰평균출동시간의 상관지수는 -0.34로 분석됐다. 음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된 것으로, 출동시간이 빠를수록 범죄 빈도가 높았다는 뜻이다. 상식과 다른 결론이지만, 이런 배경엔 농촌과 도시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도시권에 비해 범죄빈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의 경찰 출동 시간은 도시권에 비해 오래 걸린다. 극단적으로 강원 인제군의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는 평균 출동시간은 11분 11초, 서울 중구는 3분 48초다. 무려 8분 이상 차이나 난다. 농어촌일수록 지역 면적이 넓고,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또, 경찰력이 적어 출동 시간이 느릴 수밖에 없다. 또, 범죄 빈도가 높은 도시권의 경우 경찰의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숙련돼 있어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마부작침] 2016 범죄지도 그래프
다만, 도시권만 놓고 보면, 다른 결과를 엿볼 수 있다. 출동 시간이 빠른 지역이 상대적으로 범죄 빈도가 낮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출동시간이 2번째로 빠른 서울 노원구(3분26초)는 5대 강력범죄(1만명당)건수에서 전국 154위로 하위권에 위치하는 한편, 서울 25개구 중 도봉구 다음으로 범죄건수가 낮았다.

이런 결과는 범죄가 빈번한 도시권에서 출동시간이 빠를수록 범죄를 줄일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곽대경 교수는 "출동 시간은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신속하게 범죄 현장에 도착해 현행범을 체포하는 능력, 현장 장악력이 빠르다는 건 범죄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치안만족도의 오해와 진실…'범죄빈도'보다 '경찰수'가 좌지우지

시민들이 사회 치안이 만족스럽다고 느끼기 위해선 흔히 “범죄를 줄이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치안만족도는 역설적으로 범죄 건수 보다 다른 요인과 연관성이 높았다.

SBS<마부작침>은 전국 234개 지역의 치안만족도와 5대 강력범죄건수(만명당)의 연관성을 분석해본 결과 높은 연관성은 없었다. 둘의 상관지수는 -0.29(±1에 가까울수록 강한 연관성)로 음의 상관관계로 분석됐다. 범죄건수가 낮은 지역의 치안만족도가 높았지만 높은 상관 관계는 없었다.

지난해 전국에서 치안만족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전북 진안군, 경북 청송군 등으로 상위 20위권 지역은 대부분 범죄가 적은 농어촌 지역이었다. 다만, 대구 중구와 같이 5대 강력범죄 건수(만 명 당)가 전국 3위인 지역의 치안만족도가 전국32위, 전국 범죄 건수 15위인 대전 중구의 치안만족도 전국 31위로 상위권에 있다.  
[마부작침] 2016 범죄지도 그래프
치안만족도는 경찰의 빠른 범죄 장악력을 보여주는 '평균출동시간'과 깊은 연관성이 있을까. 지난해 전국 234개 지역에서 경찰 출동시간이 가장 빠른 지역은 서울 관악구(3분21초)다. 상위 20위권은 모두 광역시 자치구 등 도시권으로, 농어촌은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정작 관악구의 치안만족도는 전국 217위, 출동시간이 전국에서 두 번째 빠른 서울 노원구의 치안만족도는 74위다. 평균출동시간과 치안만족도의 연관지수는 0.25수준이었다.

범죄건수와 비슷하게 수준의 관련성은 있지만, 높은 수치는 아니었다. 바꿔 말해 경찰이 빨리 출동하거나 범죄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해도, 시민들이 "우리지역 치안에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리는데 결정적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마부작침] 치안만족도와 범죄 상관관계
치안만족도와 연관성이 높은 요인은 의외의 변수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였다. 둘의 상관지수는 -0.54로, '범죄건수-출동시간' 대비 2배 이상의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경찰 1명이 담당하는 주민이 적을수록 시민들이 "우리 지역의 치안 상태가 좋다"라고 느낀다는 말이다.

곽대경 교수는 "자주 보이는 경찰, 즉 가시성을 말하는데 담당 주민수가 적을수록 경찰 1명과 시민의 접촉빈도와 친밀도가 높아진다"며 "경찰관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걸 보면 지역주민들이 '경찰이 우리를 위해서 일을 하는구나'라고 심리적 안도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