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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최초 공개! 2016 '전국 범죄지도' ② 절도·폭력·성폭행이 많은 지역의 특성은?

최초 공개! 2016 '전국 범죄지도'
사회 불안의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불안과 공포의 근원은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게 '범죄'다. 단 한 건의 범죄로도 한 사람의 인생, 나아가 한 가정을 파괴하고, 크게는 사회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지난 2010년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된 보고서는 범죄로 인한 사회적비용을 연간 158조7천293억 원으로 추산했다.

2016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시민들은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요인으로 범죄 발생(29.7%)을 꼽았다. 국가안보(19%), 경제적 위험(15%)보다 범죄에서 더 많은 두려움과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SBS<마부작침>은 <최초 공개! 2016 '전국 범죄지도' ① 범죄 발생 1위 도시는?>기사에서 확인된 지역별 범죄 격차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실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2016년 전국 경찰력 배치, 경찰출동시간, 치안만족도 등의 지표와 전국 230여개 지역의 인구밀도 등 사회지표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마부작침] 2016범죄지도

● 경찰이 없어서 범죄가 만 연? 경찰이 많으면 범죄 청정 지역?

경찰이 많아지면 범죄가 줄어들까. 상식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SBS<마부작침>이 확보한 전국 경찰서별 경찰력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6년 전국 기준,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552명이다. 전국 평균이 그렇다는 얘기고 지역별로는 차이가 있다.

전국 234개 지역에서 경찰1인당 담당인구수가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 중구(125명)다. 전국 평균의 4분의1 수준으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경찰이 배치된 것이다. 다음으로, 서울 종로구(136명), 부산 중구(144명), 대구 중구(202명) 순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은 <최초 공개! 2016 '전국 범죄지도' ① 범죄 발생 1위 도시는?>에서 밝혔듯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지역들이다.
[마부작침] 경찰 1인당 담당 인구 수 상/하위

반면, 비슷한 인구 규모의 지역 중 경기 용인시 수지구는 경찰 1인당 담당인구가 1020명으로, 앞서 세 지역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서울 중구 등 경찰 1인당 담당인구 최상위권을 제외한 다른 상위권은 다수가 농어촌 지역인데, 이 지역들은 경찰의 절대숫자는 도시권보다 훨씬 적지만, 거주민이 워낙 적기 때문에 경찰의 1인당 담당인구도 산술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경찰이 많을수록 범죄가 적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에서 드러났듯 이런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그렇다고 경찰이 많은데도 범죄가 많기 때문에 경찰의 효용가치가 낮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력 배치의 원칙은 치안수요가 많은 곳에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닭과 달걀의 선후관계처럼 보일 수 있는데, 둘의 관련성을 원인과 결과 측면에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범죄의 근본 원인은 경찰수가 많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범죄 발생의 요인은 다양하고, 경찰은 범죄에 대한 대응, 즉 범죄자 처벌에 1차적 역할이 있고, 범죄의 근본원인 제거는 경찰이 아닌 사회시스템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광역시 자치구에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 원칙이 잘 지켜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일부 지역은 범죄에 비해 경찰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대표적으로 충북 청주시는 지난해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만 명 당)가 전국 평균(105건)보다 많은 116건으로, 전국(234개 지역)에서 52위를 기록하는 등 상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경찰 1인당 담당인구는 전국 평균보다 많은 713명으로 30위를 기록했다. 충남 아산시, 경남 김해시도 범죄 건수에 비해 경찰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범죄와 경찰'의 상관관계는 범죄가 많아지면, 경찰도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한정된 자원 탓에 범죄의 증가폭을 경찰이 따라가지 못한다. 2014년 대비 2016년 5대 강력범죄가 217건에서 345건으로 60%이상 늘어난 경북 영덕군이 그렇다. 하지만, 2014년 영덕군에 배치된 경찰은 118명(경찰 1인당 담당인구 335명), 2016년 배치된 경찰은 소폭 상승인 121명(1인당 담당인구 322명)에 그쳤다. 전남 장흥군, 경남 거창군, 강원 태백시도 5대 범죄는 40% 가까이 늘어났지만, 경찰은 조금 늘었을 뿐이다.

● 범죄의 방정식…함께 상승하는 ‘폭력-절도-성폭행’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절도,폭행,성폭력)는 시민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대표적 범죄로, 사회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특성상 모두 '강력범죄'로 분류되지만, 같은 강력범죄라도 개별적으로는 더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범죄가 있다.

SBS<마부작침>은 234개 지역의 범죄 분석을 기반으로 5대 범죄가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했다. 회귀분석을 통해 이를 검증했고 지수화 했다. 범죄 간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특정 범죄를 줄이면 상관 관계에 있는 또 다른 범죄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마부작침] 5대 강력범죄별 상관계수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범죄는 절도와 폭력이었다. 상관 지수가 0.83(±1에 가까울수록 강한 연관성)으로, 절도가 많은 지역은 폭력이 많았다. 다음으로, 절도와 성폭력의 상관지수는 0.79로 두 범죄의 연관성도 무척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폭력과 성폭력 범죄가 연관성(0.75)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웅혁 교수는 "절도, 폭력, 성폭행이 일어나는 공간은 전입전출이 잦고 사회적 유대감 형성이 생기기 어려운 지역적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도와 폭력(0.58)', '강도와 성폭력(0.44)'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살인과 절도(0.23), 살인과 폭력(0.18), 살인과 성폭력과의 연관성(0.06)은 높지 않았다. 살인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범죄는 강도(0.3)였다.

● 외국인이 많으면 범죄가 많다? 외국인보다 술이 문제다!!

범죄 예방을 위해선 범죄 요인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모텔이 많은 지역에 사는 거주민들은 "숙박업소를 없애 달라"고 하고,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선 "외국인 때문에 범죄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국인을 줄이고, 숙박업소를 없애면 그 지역의 범죄는 줄어들까? 

2016년 12월 기준, 외국인수(천 명 당)와 5대 강력범죄(1만명당)와의 연관성은 0.3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있지만, 범죄율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천 명당 외국인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영등포구(97명), 다음으로 충북 음성군(88명), 전남 영암군(84명) 순이다. 상위 20위권은 광역시 자치구 7곳, 농어촌 5곳, 40만 이상 도시 3곳, 20~40만 도시 3곳, 인구 20만 미만 도시 2곳이다. 서울 중구, 영등포구, 종로구 등 인구1만 명 당 5대 범죄 건수 상위권 지역이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범죄 건수가 낮은 농어촌 지역이 다수 포함된 것을 알 수 있다.

도리어 외국인보다 범죄와 연관성이 높은 요인은 음주율로, 상관지수는 0.35로 분석됐다. 전국에서 음주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거제시로, 음주 상위 20위권 다수는 광역시 자치구로 농어촌 1곳(부산 기장군)을 제외하고 전부 도시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음주율은 개별 범죄 중 폭행과 상관지수가 0.36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성폭력(0.31)이었다. 강도 및 살인과의 연관성은 낮았다.
[마부작침] 5대 강력범죄와 지표 간 상관관계
이웅혁 교수는 "기본적으로 외국인보다 내국인의 범죄가 더 많은데, 외국인 범죄가 최근 증가한다는 체감 때문에 외국인을 주된 범죄 요인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음주는 여러 범죄의 숨은 요인 중 하나로, 음주 후 생기는 이성적 판단 미비가 결국 범행으로 이어진다"며 "폭행,강도, 성폭행의 3,40%가 음주상태에서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 외에 천 명 당 주점숙박업소수와 범죄와의 연관성은 0.22였고, 흡연율과의 연관성(0.16), 1인가구 비율과 연관성(0.11)은 다른 요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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