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토종 브랜드 볼빅, '버바 왓슨 효과'로 세계 '톱5' 눈앞

문경안 볼빅 회장 인터뷰

"빚더미 안고 출발해 7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올해 목표는 세계 톱 5"
"버바 왓슨과 계약 후 주문량 폭등…공장 증설해 수출 1,500만 달러 예상
"골프는 산업 측면에서 돈 되는 스포츠…국가적 지원 절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푹 자는 날이 5시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랍니다. 잠이 없다 보니 남들보다 하루가 길고 1년은 더 깁니다. 남들보다 깨어있는 시간이 많으니 공부하고 연구하고 골프 치고 사람 만날 시간도 많습니다.

2009년 다 망해가던  국산 골프 공 브랜드 '비스무스' 를 인수해 1.5%에 불과했던 국내 시장 점유율을 7년 만에 30%로 높이고,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틈 바구니에서 2016년 한 해 전세계 65개국에 800만 달러가 넘는 수출을 기록한 볼빅의 문경안 회장(59세) 이야기입니다.

문 회장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프로 선수들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싸구려' 이미지의 골프공을, 글로벌 브랜드로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지금은 미국 PGA투어의 톱스타 버바 왓슨이 자발적으로 사용하고 미국 LPGA, 유럽 LET, 한국 KLPGA, 그리고 국내 주니어 유망주들까지 약 200여명의 선수들이 이 국산 골프공 볼빅을 씁니다. 지난 1월 버바 왓슨과 계약 이후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올해는 공장을 증축하고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톱 5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3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통해 재무,회계,무역,유통,제조,마케팅까지 전 분야에 내공을 쌓아 지금은 한국 스포츠 산업의 '리더'로  떠오른 문경안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 볼빅 본사 집무실을 찾아갔습니다.
문경안 볼빅 회장
Q. 사무실 분위기가 아주 활기차고 분주해 보이네요.  

"지금 공의 주문량이 작년보다 폭발적으로 늘어 모두가 정신 없이 뛰고 있어요. 지난 1월 초 미국 PGA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 버바 왓슨과 계약 후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거든요. 일본, 미국, 유럽에서 주문량이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Q. 갑자기 주문량이 늘면 공장에서 감당이 되나요?

"감당이 안되죠. 지금 공장이 충북 음성에 있는데 1년 내내 풀 가동해도 120만 타스 밖에 생산을 못해요. 올해 예상 주문량이 200만 타스 정도니까 공장을 더 늘려야죠. 음성 공장 바로 옆에 전에 CJ가 쓰던 공장을 우리가 인수했어요. 상반기에 생산 시설 리모델링 끝내고 여기서 100만 타스를 더 만들어낼 예정입니다."

Q. 2009년 볼빅을 인수하셨는데, 당시 매출액과 작년 매출액을 비교하면 몇 배 쯤 되나요?

"인수 첫 해(2009년) 매출은 35억이었고, 2016년 매출은 350억~400억 원이었으니까 10배 넘었죠. 올해는 해외 수출 포함해서 매출액 5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미 올해 주문 물량을 다 받아놓은 상태라서 목표 이루는 데 큰 문제 없을 겁니다."

Q. 골프공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대한민국 토종 브랜드가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 점유율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처음 볼빅을 인수했을 때(2009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1.5%로 꼴찌였는데 지금은 25~30%까지 올라가 50%인 타이틀리스트 다음으로 2위가 됐어요. 7년 만에 점유율이 20배 가까이 점프한 거죠. 타이틀리스트는 70%였던 점유율이 볼빅 때문에 50%로 떨어졌으니 긴장 많이 하고 있을 겁니다."

Q. '컬러 공'에 대한 시장 반응이 처음엔 좀 미지근하지 않았나요?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었죠. 사업은 배짱이 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격이 맞으면 수출하고 싸게 사겠다는 나라에는 공을 안 파는 거죠. 처음 볼빅 인수했을 때 적자가 계속 불어나 궁지에 몰렸고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일단 싸구려 공이라는 이미지부터 확 바꿀 필요가 있었죠. 공에 색을 입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공장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60억 정도 빌려서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부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마케팅을 하셨나요?

"2009년  KLPGA투어의 한 대회에서 출전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현금 1억 원을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담아 대회장에 전시해 놓고 '볼빅 공으로 우승하면 이걸 주겠다'고, 또 '볼빅 공 사용 신청 즉시 그 자리에서 현금 50만원 주고, 컷을 통과하면 200만원 주겠다'고 했더니 선수들이 슬슬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엔 8명이 신청했습니다.

故 구옥희 프로와 배경은 프로, 김희정 프로 이렇게 3명이 컷을 통과해 약속대로 200만 원 씩 받아갔어요.이게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배경은 프로는 그 대회 끝나자마자 볼빅과 후원 계약해서  '볼빅 1호 선수'가 됐어요. 그리고 바로 다음 대회 ADT캡스에서 배경은이 볼빅 공으로 홀인원을 했습니다.

당시 그 대회 우승 상금이 6천만 원이었는데 홀인원 부상으로 우승 상금 세 배 가까이 되는 고급 승용차를 받았죠. 배경은 프로가 그 차를 팔겠다고 하길래 제가 샀습니다. 볼빅 1호 계약 선수가 첫 홀인원을 한 행운의 징표니까요.지금까지 그 차를 타고 다닙니다."  

Q. 볼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대회 후원이었습니다. 2010년부터 타이틀 스폰서로 KLPGA투어에 뛰어들었는데 볼빅이라는 이름으로
대회 한 번 열고 나니 매출이 금방 2~3배 늘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매년 대회를 개최했죠. 남자대회(KPGA)도 하고 여자 시니어대회도 열고 미국 LPGA 대회까지 후원하게 되니까 마케팅 효과가 정말 컸어요. 여기에 TV 광고까지 병행하니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높아지고 더 이상 싸구려 공이라는 얘기도 듣지 않게 됐습니다."

Q. 요즘은 KLPGA와 미국 LPGA투어에서 볼빅 공 쓰는 선수들이 꽤 있던데?

"2011년 처음 미국 진출을 때 한국 선수 부모들이 힐끔힐끔 저를 쳐다보면서 뒤통수에 대고 손가락질도 했어요. 검증도 안 된 싸구려 국산 볼 갖고 와서 나라 망신시킨다고요. 그래도 볼빅이 꿋꿋하게 계속 LPGA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LPGA 사무국을 통해 한국 선수들의 고충과 민원을 대신 해결해 주니까 점차 선수들도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후원 계약도 이뤄지고 지금은 한국과 미국, 유럽 1부투어에서 24명의 여자 선수가 볼빅 공을 사용하고 있어요.

 LPGA 선수는 10명. 그 중에  최운정,이일희,이미향 선수가 한국산 컬러볼로 당당히 LPGA투어 우승을 차지했죠. 2부 투어 선수들과 아마추어 주니어 선수들까지 합하면 지금 볼빅이 후원하는 선수는 총  200명쯤 되고, 마케팅 비용은 1년에 총 80억 원 정도입니다."
볼빅 공으로 LPGA 우승한 이일희, 이미향, 최운정
 Q. PGA 톱스타인 버바 왓슨도 올해부터 볼빅 컬러볼을 사용해 화제가 됐죠?

"버바 왓슨이 먼저 우리 쪽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우연히 TV로 장타 대회를 보다가 볼빅 컬러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골프숍에서 직접 볼빅 공을 사서 테스트를 해 보더니 마음에 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 1월 초에 후원 계약을 하게 됐죠. PGA투어 통산 9승에 마스터스 우승 2번, 장타왕 5번을 차지한 톱스타가 대한민국 공을 사용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젠 PGA투어에서도 볼빅 공을 사용하는 우승자가 배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산 골프공 볼빅과 계약한 버바 왓슨
Q. 올해 수출 목표는? 

"작년 수출액이 800만 달러 좀 넘었어요. 수출 시장 1위가 미국(50%), 2위가 일본(10%)인데, 일본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했는데 짧은 기간에 10억 원 가까이 수출할 만큼 반응 좋아요. 3위가 유럽, 4위 호주, 그 다음이 아프리카(남아공), 중남미 순이고 중국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수출이 많이 어려워졌어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새 공 보다는 쓰던 공(used ball)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어려워요. 올해는 '버바 왓슨 효과' 로 이미 받아 놓은 주문도 많고 해서 1,500만 달러 이상 수출이 무난할 겁니다."

 Q. 미국 시장에서 반응이 가장 뜨거운 이유가 뭘까요?

"미국 사람들은 선입견이 없고 취향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것 같아요. 자기가 딱 봐서 맘에 들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쓰거든요. 컬러 볼 써 보고 맘에 들면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와이프가 쓰면 남편이나 다른 가족도 따라서 써  보고요. 버바 왓슨 효과로 앞으로 반응은 더 뜨거워지겠죠."

Q. 궁극적으로 볼빅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선, 국내 골프공 시장에서 타이틀리스트를 제치고 점유율 1위가 목표입니다. 혹시 콧방귀 뀌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국내에서 1등을 못하면 누가 해야 합니까? 국내에서 먼저 대표 선수가 되어야 외국에 나가서도 '국가대표'라고 폼 잡을 수 있는데, 지금은 우리가 1등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타이틀리스트를 잡고 국내에서 점유율 1등 하는 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1차 목표는 점유율 '톱5' 진입입니다. 현재 1위가 타이틀리스트, 2위는 캘러웨이, 스릭슨과 투어스테이지가 3~4위 다투고 있는데, 올해 볼빅이 테일러메이드를 제치면 5위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골프용품 사업 접었고, 윌슨은 이미 제쳤으니까요."

 Q. 올해는 또 공 뿐 아니라 골프 채까지 만들어 토탈 골프 브랜드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 공 하나 만으로도 승부가 다 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위험 부담이 크지 않은가요?

"뭐가 위험한가요? 한꺼번에 하겠다는 게 아니라 조금씩 '야금야금' 하겠다는 겁니다. 수요에 맞는 물량을 조금씩 만들어가겠다는 것이죠. 재고가 많이 쌓일 만큼 그렇게는 절대 안 하죠.아이언과 웨지는 기존 클럽 제조업체 '게이지 디자인'의 도움을 받아 만들고 드라이버는 자체 개발중입니다. 요즘 그것 때문에 중국에 왔다 갔다 합니다. 공도 '컬러 볼'로 틈새 시장 노렸듯이 클럽에도 색(色)을 입혀서 고객의 니즈에 맞게 틈새 시장을 노릴 것입니다."

Q. 클럽 뿐 아니라 옷도 나온다면서요?

"의류 쪽은 '라이선스' 사업입니다. '지센' 브랜드를 만드는 위비스와 손잡고 그 쪽에 볼빅 브랜드 사용권을 줬어요. 옷은 위비스에서 만들고 볼빅은 브랜드 사용료만 받는 것이죠. 요즘 대세인 톱스타 전지현이 모델로 나서 3월부터 TV 광고가 나갑니다. 3월 4일부터 옷을 출시하는데 저도 시장 반응이 아주 궁금하네요."
 
Q. 사무실에 직원이 꽤 많아 보이는데, 현재 직원이 몇 명인가요?

"사무직 80명에 생산직 직원 100명 합해서 180명입니다. 딸이 상품디자인과 과장인데 홍대 미대 졸업 후 영국 유학하고 돌아와 전문직으로 입사해 도와주고 있죠. 그 아래 경영학 전공한 아들은 쓰미토모 화재에 다녀요. 한 회사에 주인이 두 명이면 안된다고 생각해 같은 회사 근무는 피했죠. 아들에게는 40세 이후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했습니다." 

Q. 개인적인 인생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승부욕이 강하셨나요?

"경상북도 김천 외곽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편모슬하에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랐어요. 위로 누나가 셋이고 제가 막내였는데 아버지가 제 돌 때 돌아가셨어요. 초등학교 때 집에 전기가 안 들어와 호롱불 켜놓고 공부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김천 시내로 들어가 자취하면서 혼자 밥 해먹으며 학교 다녔죠. 그러면서도 남들에게 지는 건 밥 굶는 것보다 싫었어요. 남들보다 잠이 없고 부지런해서 공부는 그럭저럭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죠. 김천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스무살 되던 1977년에 학교장 추천으로 서울에 취직했는데 그 첫 직장이 SK 네트웍스의 전신 주식회사 '선경'었습니다."

Q. 이후 어떻게 골프 공 사업에 뛰어들게 됐나요?

"선경에서 10년 근무하다 1987년 건영으로 회사를 옮겨 재무, 회계, 제조, 마케팅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죠. 여기서 10년 간 일 하면서 사업에 대한 안목을 갖게 됐어요. 이후 철강 유통업에 뛰어들어 돈을 좀 벌게 됐고  2009년에 제조업 쪽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볼빅을 인수하게 된 겁니다."
 
Q. 볼빅은 워낙 많은 은행 돈을 끌어다 써서 빚더미 회사라는 소문이 골프계에 파다했는데, 지금 재무 상태는 어떤가요?

" 아직 망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잖아요? 하하.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 같습니다. 먼저 돈을 벌어서 투자하는 방법이 있고, 먼저 은행 돈 끌어다가 투자한 뒤에 벌어서 갚는 방법이 있는데 단지 시기적인 차이일 뿐이라는 거죠. 1년에 10~20억씩 이익은 나니까 계속 빌린 돈은 갚아나가고 있고 빚도 많이 갚았어요. 이젠 뿌린 만큼 거둘 때가 온 것 같습니다."

Q.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보이시는데, 몇 시간 주무시나요?

"저는 특이하게 잠이 없어요. 하루 5시간 정도 자는데 그것도 푹 자는 날 그렇고 보통 3~4시간만 자면 저절로 눈이 떠져요. "

Q. 그렇게 조금만 자면 피곤하지 않나요?

"대신 한번 자면 푹 잡니다. 부족한 잠은 차에서 이동할 때나 틈 날 때 '쪽 잠'으로 보충하죠. 제 아내가 저한테 제일 불만인 게 아침 잠 깨우는 거예요. 토요일이나 일요일, 공휴일에 늦잠 좀 자고 싶은데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잠 깨우고 밥 달라고 하니까 많이 불편해 했었죠. 그런데 잠이 없는 게 장점은 있어요. 해외 출장 가면 시차 적응은 빨라요. 어두워지면 자고 밝아지면 저절로 눈 뜨니까. 하하."    

Q. 골프 실력이 대단한 걸로 소문났는데요?

"30대 초반에 건영에서 재무 쪽 일을 담당하면서 은행 직원들 상대하고 어울리려다 보니 비즈니스 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회사 옆 연습장에서 두 달 정도 연습하고 공이 좀 맞길래 처음 필드에 나갔는데 몇 타를 쳤는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동반자들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죠.

제가 뭐든지 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라 그 때부터 3개월 간 아침, 점심, 저녁 틈 날 때마다 연습장 가서 하루 5시간씩 미련하게 연습했어요. 손에 물집이 잡히고 갈비뼈에 금이 가고 손가락이 잘 펴지지도 않을 정도로 매일 죽어라고 연습했더니 금세 '싱글'이 되더라고요. 처음 채 잡고 6개월 만에,라운드 수 20회도 채우지 않고 싱글이 됐어요."

Q. 언더파도 쳐 보셨나요?

"클럽 챔피언을 세 번 했고, 라이프 베스트는 4언더파 68타입니다. 작년에도 68타 친 적 있어요. 제가 원래 뭐 한 가지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입니다. 골프 전에는 볼링을 쳤는데 최고 265점까지 내 봤어요. 혼자 볼링장 가서 한 번도 쉬지 않고 11게임 연속 친 적도 있죠. 이렇게 뭐든지 한번 빠지면 뿌리를 뽑아요. 골프도 마찬가지고."

그는 인터뷰 말미에 골프 산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 물어보자 자세를 고쳐 잡으며 목소리 톤을 높였습니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 제일 많이 하고 외화를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스포츠가 골프 아닙니까? 양궁과 쇼트트랙도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하긴 하지만 이 두 종목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돈은 별로 안돼요. 그냥 TV 중계로 보는 스포츠인거죠. 그런데 골프는 TV중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직접 골프 치러 나가잖아요. 장비 사고, 옷 사고, 연습장 가고, 골프장 가서 운동한 뒤에는 같이 어울려서 밥 먹고, 또 돌아가서 레슨 받고. 산업 쪽으로 보면 양궁이나 쇼트트랙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엄청나게 큰 시장이에요. 시장 규모가 100배가 넘어요. 이걸 국가가 키워야 하는데 못 키워요. 답답하죠. 글로벌 모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외국 브랜드들과 볼빅은 경쟁 자체가 안돼요. 몇십 배 큰 덩치를 가진 브랜드와 맨 손으로 싸워 이길 수 있겠어요? 미래 유망 산업인데 우리는 대기업들이 골프 산업에 투자를 안 해요. 정부의 지원도 미미하고요. 그런 게 참 안타깝습니다."

할 얘기가 더 많아 보였지만 다음 약속된 사람으로부터 그에게 전화가 걸려 오면서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아들의 결혼 소식에 축하 인사를 건네자 문 회장다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요. 내가 벌써 할아버지가 되는 건가? 허허,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 
(끝)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