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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정역사 교과서, 교학사 사태 재연되나?

[취재파일] 국정역사 교과서, 교학사 사태 재연되나?
국정 역사 교과서가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올 3월 신학기부터 국정 교과서를 시범 사용할 연구학교로 경북 경산의 문명고 한 곳만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5천 564개 중·고교 가운데 연구학교가 단 한 곳에 불과하자, 교육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당초 전체 학교의 20%쯤은 연구학교를 신청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습니다. 연구학교를 통해 교과서 내용 검증을 받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러한 계산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 됐습니다.
국정화 교과서
당초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한 학교는 전국에서 경북지역 3곳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경북 구미의 오상고는 학내외 반발에 신청을 자진 철회했습니다. 영주의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 서류가 갖춰지지 않아 심의에서 탈락했습니다. 결국 문명고 한 곳만 연구학교로 지정되자 교육부는 일부 교육감들의 협조 거부와 외부세력의 방해와 압력 탓이라며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전교조 등이 학교에 '외압'을 행사해 많은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했거나 철회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에서도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문명고는 일요일인 19일 오후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월요일부터 자율학습이 없으니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알렸으나 학생들은 이를 무시하고 학교에 나와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문명고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해 국정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명고 학생들의 철회요구 시위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 과정에서 일부 교육감들의 협조 거부와 외부 세력들의 반발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훼손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적 조치도 경고했습니다. 지난 10일 이준식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교조 등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낸 데 이어 20일에도 금용한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 추진단장은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방해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한 사법처리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교조나 시민단체는 발끈했습니다. “국정 교과서가 군사 독재를 미화하는 등 역사 왜곡 교과서이기 때문에 외면 당한 것이지, 국정 교과서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 부당 개입이나 압력이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정 교과서 거부 운동은 계속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꺼져 가는 국정 역사 교과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연구학교 신청을 못했으나 국정 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국정 교과서를 무료로 배부하고 각종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국정 교과서를 무료로 지원해 보조 교재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국정 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으면서 내년에도 국정 교과서 선택을 둘러싸고 심각한 반목과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높습니다. 숱한 논란 속에 추진된 국정 역사 교과서 때문에 자칫하면 결국 3년 전 교학사 사태처럼 엄청난 혼란과 갈등이 재연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 교과서 가운데 학교가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게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대로라면 국정 교과서를 선택할 학교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당시 뉴라이트 등 보수성향 학자들이 주축이 돼 집필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2013년 8월 검정 심사를 통과하자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 결국 숱한 논란과 갈등 속에 이듬해인 2014년 1월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에서 단 1곳에 그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던 일부 학교가 외부 세력의 집요한 방해와 반발에 부딪쳐 교재 선택을 대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교육 현장은 역사 전쟁으로 이념 대결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종전의 검인정 교과서 대부분이 좌편향이라는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 정부의 국정 교과서 추진이 끊임없는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획일적 시각을 국가가 정해 교과서에 넣겠다는 발상에 거부감도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정화 추진이 거센 반발에 동력을 잃어가면서 국정 교과서가 정권의 운명과 함께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차제에 역사 교육에 관해서는 교육 과정 적용 시기를 미루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좌우 편향 논란이 없게 집필 기준을 다시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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