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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택배로 보내주세요"…'취업 빙하기'가 얼린 졸업식

[라이프] "택배로 보내주세요"…'취업 빙하기'가 얼린 졸업식
졸업식 시즌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시작을 꿈꾸며, 설레고 벅찬 감동이 가득해야 할 졸업식장이 조금 다른 분위기라고 합니다.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취업 빙하기'가 불러온 달라진 졸업식 풍경을 살펴봤습니다.

'학교 밖은 위험해'…취업 빙하기에 '덜덜'

졸업이 곧 취업이라는 옛말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대학 졸업생 수는 올해부터 시작해 오는 2019년까지 향후 3년 동안 사상 최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입학생이 가장 많았던 10~14학번들이 올해부터 쏟아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장 회사 2천 113개 가운데 20%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이 '취업 빙하기를 맞았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졸업생은 많지만 기업들은 '취업 문' 열기를 망설인다는 거죠.
'학교 밖은 위험해'…취업 빙하기에 '덜덜'
졸업식요? 안 갈래요…택배로 보내주세요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2월 대학 졸업 예정자 1,391명을 대상으로 '졸업 현황 및 휴학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졸업식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30.9%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이유로는 '취업 준비 때문에' 혹은 '취업이 되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나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열패감이 많은 졸업생들에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졸업식요? 안 갈래요…택배로 보내주세요
실제로 이 대상자 가운데 16.9%만이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고, 22.2%는 비정규직이나 인턴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겁니다.

졸업장을 받으러 학교에 가더라도 졸업식장에 들어가기는커녕 졸업가운도 빌리지도 않는가 하면, 아예 택배로 졸업장을 보내달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모 사립대의 한 학부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졸업생 3분의 1 정도에게 택배로 졸업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졸업사진·졸업앨범은 사치

졸업 사진을 찍는 학생들도 크게 줄었습니다.

5~8만 원 정도의 졸업앨범 비용에 의상과 메이크업 등 졸업 사진 촬영에 드는 돈만 2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이 돈을 들이기가 아깝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졸업을 유예하다가 늦게 졸업하는 학생도 많다 보니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동기보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촬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앨범을 잘 볼 것 같지 않다는 것도 이유입니다.
졸업사진·졸업앨범은 사치
실제로 연세대는 최근 3년 동안 졸업앨범 신청자가 3~4백 명씩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서강대도 올해 졸업생의 반 이상이 졸업앨범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졸업식 풍경에 화훼상인들도 울상

졸업식장 앞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축하 꽃다발 판매량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졸업식이 줄지어 있는 이 시기는 원래 연중 꽃 소비가 가장 많은 대목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축하받을 사람이 없으니 축하해줄 꽃도 팔리지 않는 겁니다.

주변 친인척들이 사주는 선물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졸업 축하 선물로 낭만적인 '꽃바구니'보다 실용적인 노트북이나 블루투스 키보드 등 전자제품을 선호하는 겁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졸업식 모습이 바뀌어 가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마치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처럼 사회의 문을 열고 나와야 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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