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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범죄와 도시 ② : 부자의 범죄, 빈자의 범죄…범죄도 빈부격차

[마부작침] 범죄와 도시
“가난은 범죄의 어머니다.” 수사 기관의 속설이다. 범죄가 일어나면 돈 거래 관계가 있는 이들부터 의심한다. 로마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세네카는 가난은 ‘적게 가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했다.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중구(中區)의 오명…외지인 몰리는 동네에 범죄 많다>기사에 이어 범죄의 세부적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수사기관이 믿는 속설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빈번한 범죄의 종류가 다르고, 범죄에 따라서는 지역 간 정반대의 특징도 보였기 때문이다.
[마부작침] 범죄 통계 지도 썸네일 인터랙티브

● 재정자립도↑→조세범↑, 천 명당 주점↑→폭행 및 상해↑

세수가 풍부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사는 곳,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일수록 사람들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는 '범죄'에서 빗겨난 곳, 안전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느낌적인 느낌’일 뿐이다.

SBS <마부작침> 분석 결과,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조세범 처벌법 위반자가 많았다. 잘 사는 지역일수록 탈세 등 세금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재정자립도 상위 10개 지역 중에서 서울 종로구와 서울 송파구, 서울 영등포구를 제외한 7개 지역이 인구 1만 명당 조세범 처벌법 위반 발생 건수 상위 10개 지역에 포함됐다.
[마부작침]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많은 조세범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성폭력 범죄도 많았다. 재정자립도 상위 10위에 포함되는 서울 강남구, 서울 중구, 서울 서초구, 서울 종로구, 서울 영등포구는 인구 1만 명당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에서도 상위 10위 권에 올랐다.

‘인구 천 명 당 주점수’와 ‘강도, 폭행, 절도 등의 강력범죄’와 ‘마약범죄’도 강한 상관관계를 띠었다. 주점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강력범죄와 마약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결과는 주점이 밀집한 곳이 도심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주간인구 증가율이 높다는 점에서 주간인구 증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강력범죄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중구(中區)의 오명…외지인 몰리는 동네에 범죄 많다>의 분석 결과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점이 많은 지역적 특성이 범죄를 유발한다고 볼 수도 있다.

● 잘사는 곳은 '대마', 못사는 곳은 '향정'…'절대 빈곤'↑→'강도','가정폭력'↑

빈곤 정도가 높은 지역의 범죄 양상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과 달랐다. 마부작침은 인구 1만 명당 기초생활수급자 비율로 지역간 절대적 빈곤 수준을 비교했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과 범죄들 간의 연관성을 따져봤다.

기초생활수급자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강도' 사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와의 상관관계 비교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결과다. 또, 수급자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가정 폭력도 증가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가정폭력이 감소하는 양상을 띠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 즉  잘사는 지역일수록 많이 발생한 탈세나 성폭력 등의 범죄는 기초생활수급자비율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부의 격차는 동종 범죄들 간에서도 차이를 나타났다. 바로 마약 범죄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마약류는 코카인 헤로인 모르핀으로 대표되는 '마약', 필로폰이 포함된 '향정신성의약품(향정)', 대마초와 같은 '대마', 3가지로 분류된다. 마약류 범죄 중 마약이 가장 중독성과 위험성이 높아서 형량도 '마약-향정-대마' 순으로 높다. <마부작침>은 이를 바탕으로 7개 대도시에서 발생한 마약류 범죄를 분석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대마' 범죄가 높은 양상을 보였고, 반면 기초생활수급자비율이 높은 지역은 '향정 범죄'와 비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마디로 잘 사는 지역일 수록 대마 범죄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못 사는 지역일 수록 '향정 범죄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강력부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검찰 관계자는 "해외 일부에선 대마가 합법화된 곳이 있는데, 소위 말하는 유학파 출신들이 해외에서 이런 경험을 하고 국내에 들어와 다시 손을 대거나 부유층끼리 모여 일시적 환각을 즐기겠다며 대마초를 태워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반면, 향정과 마약은 중독성과 강도가 높아 일상생활이 어렵고, 경제적 궁핍, 소외감, 현실 도피 등을 이유로 손을 대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외부에서 보기엔 같은 마약사범이지만, 대마에 손을 댄 사람은 '나는 대마는 했지만, 갈 때까지 가서 하는 향정과 마약은 안 한다'고 진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마약류 범죄'라도 경제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도박’↑→‘성매매’↑, ‘마약범죄’↑→‘강도’, ‘살인’↑

SBS <마부작침>은 범죄들 간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최근 범죄학에서 주목하는 ‘상황적 범죄예방이론’은 전통적인 범죄학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전통적 범죄학이 범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에 비해 '상황적 범죄예방이론'은 범죄가 발생한 환경에 초점을 둔다. 범죄가 발생한 장소의 지역적 특성을 분석해 부정적 환경 요인을 없애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런 취지에서 SBS<마부작침>은 범죄별 연관관계를 따져봤다. 그 결과 도박 범죄가 많은 곳은 성매매 범죄도 많이 일어났다.  마약범죄가 잦은 곳은 강도와 살인 사건이 빈번했다. 강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아동청소년 성매수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이 같은 결과는 도박장이 많이 개설된 지역에 성매매 업소가 집중되어 있고, 마약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지역은 ‘흉악 강력범죄’에 대한 대비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하나의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제거하면 다른 범죄도 이어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서 도박장을 폐쇄하면 해당 지역에서의 성매매 사건을 감소시킬 수 있고, 마약 노출 기회를 차단하면 강도와 아동청소년 성매수 사건의 발생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밖에도 절도 사건이 많이 일어날수록 폭행 및 상해, 성폭력, 경제범죄 등도 많이 발생했다. 절도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 대부분은 주간인구 증가율이 높다. 이는 외부인이 많이 모이는 지역, 사무실 등이 밀집해 경제가 활성화된 지역에 범죄가 많다는 상식과 부합한다.

● 주간인구 증가율 높을수록 많이 배치된 경찰

그렇다면 지역별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경찰이 배치됐는지 살펴보자. 가장 간단한 확인 방법은 지역별로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를 비교하는 것이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 즉 경찰력 배치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서별 정원을 정할 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뿐만 아니라 유동인구, 집회 및 시위 발생 건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SBS <마부작침>은 경찰청의 설명을 검증해 봤다.
[마부작침] 범죄 통계 그래픽
2015년 기준 11만 명이 거주하는 중구에는 2개의 경찰서가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와 서울 남대문경찰서다. 두 경찰서에는 2015년 기준으로 각각 502명과 482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다. 그 결과 서울 중구의 경찰 1인당 담당인구수는 127.8명으로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자치구 중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치안 인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는 의미다. 서울 중구 다음으로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가 적은 곳은 서울 종로구, 부산 중구, 대구 중구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거주 인구 대비 주간 인구 증가율이 높다. 7대 대도시 전체를 살펴본 결과 주간인구 증가율이 높을수록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는 감소하는 경향이 컸다. 앞서 주간인구 증가율이 강력범죄 등 범죄와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서울 등 7대 도시의 경찰력은 적절히 배치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견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력에 대한 배치 기준들의 과거에 비해 많이 합리화됐다”고 전제하면서도 “여전히 치안수요에 맞춘 경찰력 배치보다는 행정 구역에 맞춰 경찰서를 A급지, B급지 등으로 나눠 기계적으로 경찰을 배치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 CCTV는 경찰력에 대한 보조 수단인가, 강화 수단인가.

경찰력의 보조 수단인 CCTV와 다른 변수들과 상관관계도 살펴봤다. 지자체 별로 1㎢ 당 CCTV 설치 대수 및 인구 1만 명 당 CCTV 설치 대수를 기준으로 했다.

분석 결과, 1만 명당 CCTV 설치대수는 경찰 1인당 담당 인구수와 가장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1만 명당 CCTV 설치대수가 많을수록 경찰 1인당 담당인구수가 적게 분석된 것이다. 이런 분석 결과는 치안 수요가 많은 곳에 CCTV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치안서비스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CCTV가 지역별로 경찰관 수에 비례한다는 점에서 지역별 치안서비스의 편차가 크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범죄 예방의 주요 수단인 경찰력을 배치하기 힘든 지역이라면 상대적으로 보조 수단을 많이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또, 인구 만 명당 CCTV 설치대수는 지역별 재정자립도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나 CCTV 설치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1㎢ 당 CCTV 설치대수 분석 결과는 특이점이 발견됐다. 면적당 CCTV 설치대수와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인구밀도다. 두 요소는 강한 비례 관계가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 CCTV가 많이 설치돼있다는 것이다. 다만, CCTV는 경찰이 순찰하기 어려운 곳에 예방적 차원에서 설치돼야 하는데 지나치게 사람이 많은 곳에 쏠려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서울과 6대 광역시 지자체를 범죄와 관련된 다양한 변수로 분석했다. 지역별 범죄에 대한 분석은 지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니냐, 지역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면밀한 분석이 없다면 현실은 개선될 수 없다. 무엇보다 범죄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리서처:장동호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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