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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간부 무더기 강등에 '직대 공화국'

[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간부 무더기 강등에 '직대 공화국'
대한체육회가 고위 인사를 포함한 주요 간부들을 무더기로 강등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를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아울러 주요 보직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하위 직원들이 대거 ‘직무대리’에 선임돼 대한체육회가 ‘직대 공화국’란 오명을 안게 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저는 최근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이메일을 받아 첨부 파일을 열어보니 <대한체육회 기구표>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협력본부장 A씨가 ‘직무대리’로 표기돼 있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몇 년 전부터 ‘국제협력본부장 직무대리’가 아니라 분명히 ‘국제협력본부장’으로 근무해왔습니다. 황당한 것은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2015년 11월 국제협력본부장이었던 A씨는 3급에서 2급으로 직급이 1단계 올라갔습니다. 당시 인사권자는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생활체육회와의 체육단체 통합을 앞두고 승진 인사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승진을 시켰다”는 이유로 A씨의 강등을 지시했습니다. 김정행 회장은 문체부의 힘에 눌려 A씨의 직급을 2급에서 원래대로 3급으로 다시 내렸습니다. 강등도 모자라 4개월 동안 받은 월급 인상분까지 모두 반납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A씨는 지난해 연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신의 직급이 3급에서 하나 더 내려간 4급으로 강등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급여도 그만큼 깎였습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2월엔 분명히 2급 국제협력본부장이었는데 3월에 3급 국제협력본부장으로 강등됐고 12월엔 4급 국제협력본부장으로 또 강등된 것입니다.

대한체육회의 규정상 직급 4급의 직원은 본부장이란 보직을 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A씨는 ‘직무대리’로 격하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1년 사이에 2급 국제협력본부장에서 4급 국제협력본부장 직무대리로 추락한 것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체육회가 출범한 지 거의 100년이 돼 가는데 이렇게 황당한 인사는 한 번도 없었다”며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밖에도 직급이 갑자기 내려간 간부는 많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는 훈련기획부장이 4급에서 5급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련 업무를 맡은 국제교류부장도 4급에서 5급으로 강등됐습니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5급은 ‘부장’이란 보직을 맡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히 ‘직무대리’로 격하됐습니다.

간부들의 무더기 강등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현 통합 대한체육회는 구)대한체육회와 구)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해 3월 하나로 합쳐진 단체이다. 통합 이후 구)대한체육회 직원들은 직급 조정이 잘못됐다며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그래서 외부 업체에 컨설팅을 해보니, 국민생활체육회와 형평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일부 구)대한체육회 직원의 직급 강등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국제협력본부장의 경우 직급이 같은 해에 결과적으로 2급에서 4급으로 2단계나 떨어져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컨설팅 결과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대한체육회 인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60세 정년을 1-3년 앞둔 10여명의 1-2급 직원들에게 보직을 주지 않고 대거 정책연구센터로 발령을 냈습니다. 이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경험했고 대한체육회에서 여러 요직을 맡으며 잔뼈가 굵은 사람들인데 2018 평창올림픽을 1년 앞두고 자신들의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할 기회를 사실상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들을 대신해 1989년 이후 입사자들이 고위직인 본부장 자리를 대부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직급이 3급이 되지 않아 규정상 ‘직무대리’ 본부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이에 따라 기획경영본부장, 선수촌운영본부장, 홍보실장이 모두 직무대리란 딱지를 붙이게 됐습니다. 특히 홍보실장의 경우 엘리트 스포츠 경험이 거의 없는 5급 직원이 평창올림픽이란 대사를 앞둔 시점에서 ‘홍보실장 직무대리’로 선임돼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최근 인사를 놓고 국내 체육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국제협력본부장 A씨의 직급을 1년 사이에 3급에서 2급으로 올렸다가 다시 3급으로 내렸다가 또 4급으로 강등시킨 것은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막장 인사’의 극치입니다.

직급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4-5년을 충실히 근무해야 하는데 1년 만에 아무 잘못도 없이 고위 간부의 직급을 2단계나 강등시켰으니 근무 의욕과 사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좌절감과 모멸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하는데 인사가 잘못되면 ‘망사’(亡事)가 된다는 진리를, 1년에 국민 세금 4천억 원을 쓰는 통합 대한체육회는 뼈저리게 성찰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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