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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 들여다보니…

대선주자들이 앞 다투어 파격적인 교육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서울대 폐지론과 교육부 폐지, 사교육 폐지, 학제개편 등이 단골 메뉴입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국공립대 공동 학위제, 대선주자에서 중도하차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대 폐지론에 이어 이번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가 교육부 폐지와 파격적인 학제개편을 주장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안 전 대표는 6일 국회 교섭대표 대표연설과 8일 토론회에서 “국가대개혁의 핵심은 교육”이라며 “교육의 틀인 학제개편에서 (교육개혁을) 시작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현재의 초중고 6-3-3학제를 5-5-2로 학제를 개편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과정을 마친후 대학이나 사회에 진출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5세로 낮추고 3세부터 2년간은 유치원 과정을 공교육으로 편입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회 진출도 앞당기고 사교육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개편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교육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업 듣는 학생들
학제개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줄기차게 거론돼왔습니다. 1951년 만들어진 현재의 6-3-3 학제를 이제는 시대변화에 맞게 고쳐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에서였습니다. 교육기간을 단축하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보탰습니다. 사회진출 연령을 앞당기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과도 보조를 맞출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도 이런 이유로 학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학 연령을 낮추고 학제를 개편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과정을 다시 짜야하고 교사 양성체계를 바꿔야하는 등 수반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육에 문제가 많은 것은 맞지만 학제를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서 2천년대 이후 정권마다 학제개편 정책 구상은 있었지만 실제로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교육부 폐지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현재의 교육통제부로는 교육의 미래가 없다”며 틈날 때마다 교육부 폐지론을 제기해왔습니다. 대신 교사와 여야 정치권, 학부모가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고 주장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도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구체적 개편방안은 빠져있습니다. 정치권이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자칫 혼란만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회에 각 정파의 대표가 참여하면 자칫 교육이 정치싸움의 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대선주자인 남경필 의원은 사교육 전면 폐지라는 파격적인 공약까지 내걸었습니다. 사교육 폐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없이 사교육 전면 폐지가 가능할 지 회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등 교육정책이 바뀌는 상황에서 또 그 연장선이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모두가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문제가 교육 문제이다 보니 공약은 파격적일수록 눈길을 끕니다.

대선주자들이 이런 파격적인 교육공약을 내놓는 데에는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낡은 방식의 교육으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교육부를 해체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공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확 뜯어고치겠다는 대선주자들의 의욕은 실제로는 근본적인 수술은 미뤄둔 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게 수시로 교육정책을 바꾸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의 백년지대계는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적어도 교육정책만큼은 최소한 10년 이상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은 바뀌었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수시로 땜질을 거듭했습니다. 정책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정책은 더 꼬이고 이리저리 표류했습니다. 그래서 교육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었습니다. 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비전 없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정책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대선주자들의 파격적인 교육공약에는 변화에 대한 열망만 있고 방법론이 보이지 않습니다. 철학과 비전보다는 교육 불만이 많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득표 전략만 어른거립니다. 선거 때마다 고질적인 교육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비전제시가 더욱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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