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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나라 40∼50대 직장인은 안녕한가?

[칼럼] 우리나라 40∼50대 직장인은 안녕한가?
"희망퇴직에 희망이 없고 명예퇴직에 명예는 없다."

희망과 명예라는 단어 자체는 지고지순의 뜻을 지니고 있지만, 퇴직이라는 단어와 결합하면 직장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공포의 앞잡이가 된다.

지난해부터 올 새해 벽두에 이르기까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해고의 칼바람이 매섭다. 비정규직이나, 경영상태가 불안 불안한 중소기업의 직원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 보기에 가장 안정적인 직장 중의 하나인 은행, 한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렸던 그럴듯한 대기업의 버젓한 정규직들도 예외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한 결과 2천 800여 명이 신청했다. 지난 2010년 직원 3천 244명이 희망퇴직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700여 명 가까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KEB하나은행도 연령대를 대폭 낮춰 38세 이상 근속 기간 10년 이상을 대상으로 대규모 준 정년 특별퇴직을 시행 중이다. NH농협은행도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SC제일은행도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500명이 희망퇴직했으며 올해도 250명 정도가 직장을 떠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희망퇴직을 통해 1,500명 이상을 줄였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지난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감축한 직원 수는 무려 1만 4천 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회사 밖은 지옥이다."

희망퇴직·명예퇴직으로 직장을 떠났거나, 멀지 않은 장래에 대상이거나, 주변 동료들이 직장을 떠난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겨우 비켜난 칼날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우리나라의 40대 50대 직장인들은 다 알고 있다. 이 말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법정 정년이 60세로 늘어나고 올해부터는 전 기업을 대상으로 정년 제도가 실시된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2.8세다. 53세를 넘지 못한다. 개인 사정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다니고 있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보장해준다고 하는 대기업들도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으로 한바탕 직원들을 흔들어 놓은 뒤,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00인 이상의 사업장은 지난해 현재 전체의 46.8%에 달하고 있고, 올해에는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IMF 사태를 겪은 뒤 평생 직장 문화는 붕괴되었다. 희망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들여다보면 회사 측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강제와 위협이 태반이다. 사실상 권고사직에 가깝고 이에 불응할 때에는 배치 전환 등을 통해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

우리나라 40대와 50대 직장인 대부분은 아직 아파트 구입하기 위해 빌린 은행 대출도 다 갚지 못했을 것이고 자녀교육도 한창 진행 중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느닷없는 퇴직이란, 약간의 희망퇴직 웃돈도 받겠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재취업의 희망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경제행복지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더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40대는 자녀교육과 노후준비 부족, 50대는 노골적으로 노후준비 부족을 꼽은 사람이 절반 가까이 되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절대 빈곤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를 눈앞에 둔 40대와 50대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노후 준비도 안 되어 있는 가운데, 자녀들의 부양을 가슴에 안고 있으며, 여전히 부모 봉양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이미 82세를 넘었고, 곧 100세 시대가 된다는 '호모헌드레드'라는 단어가 마냥 축복으로만 들리지 않는 가운데 이제 갓 반환점을 돈 우리나라 40대 50대 직장인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은퇴 절벽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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