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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일에서 힘 못 쓴 한국썰매, 생모리츠에서 반등 노린다!

윤성빈, 원윤종-서영우 이번주 생모리츠 월드컵 출격

[취재파일] 독일에서 힘 못 쓴 한국썰매, 생모리츠에서 반등 노린다!
지난 시즌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한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이 최근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독일에서 열렸던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스켈레톤의 윤성빈과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서영우가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윤성빈은 두 번 모두 5위, 원윤종-서영우는 5위와 8위를 기록했습니다.

● 독일 트랙에 서면 작아지는 '아이언맨' 윤성빈

윤성빈은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렸던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렸던 2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8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윤성빈은 그동안 약점을 보여온 독일 트랙에서 고전하며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윤성빈은 독일 트랙 가운데서도 3차 대회가 열렸던 알텐베르크 트랙에서 유난히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던 2014-2015 시즌에 10위, 그리고 세계 정상권으로 치고 올라갔던 지난 시즌에도 알텐베르크에서 12위로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알텐베르크 트랙은 까다로운 곡선 구간이 많아 전 세계 15개 트랙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꼽힙니다. 특히 초반부의 '오메가 커브'에서 썰매가 뒤집히거나 선수들이 다리가 들린 불안한 자세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전갈 구간(scorpion movement)'이라는 별칭까지 붙었고, 중반부에 모양이 동그랗게 말려있는 원형코스인 '크라이슬(KREISEL)' 코너에서는 몸무게의 4배에 해당하는 중력을 견뎌내야 합니다. 코스 자체가 워낙 어려운데다 윤성빈을 비롯한 우리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선수들은 그동안 줄곧 미국과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유럽 트랙에서는 훈련과 실전 경험이 적어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윤성빈은 지난 시즌 알텐베르크에서 크라이슬 코너를 돌 때 위아래로 출렁이는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고, 올 시즌에도 1,2차 시기 모두 크라이슬 코너를 빠져나온 뒤 이어지는 커브 구간을 매끄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윤성빈은 "유럽 트랙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처럼 심리적인 면이 부진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텐베르크보다는 수월한 코스로 꼽히는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지난 주말 4차 대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1차 시기에서 라트비아의 두쿠르스 형제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 2차 시기에서 부진하며 5위로 밀렸습니다. 주행은 무난했는데 자신의 강점인 스타트에서 꼬였습니다. 썰매에 올라타는 과정에서 자세가 불안해 주춤하며 스타트 기록이 5위로 안 좋았고, 이 여파로 레이스 초반 기록까지 안 좋았습니다.

● 봅슬레이 성지 생모리츠는 '약속의 땅'

독일에서 열린 두 대회에서 아쉬움을 삼킨 윤성빈은 오는 금요일(20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리는 월드컵 5차 대회에서 부진 탈출을 노립니다. 생모리츠는 독일 트랙에 비해 난이도가 높지 않은데다 그동안 윤성빈이 좋은 성적을 거뒀던 곳이어서 기대해 볼 만합니다. 스위스 생모리츠는 '봅슬레이의 성지'로 불립니다. 봅슬레이 종목이 1884년 생모리츠에서 처음 열렸고, 1902년에 세계 최초로 이곳에 전용 트랙이 설치됐습니다. 이처럼 생모리츠 트랙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트랙이자 유일하게 자연설(雪)로 이루어진 자연 트랙이기도 합니다. 트랙 길이도 1,962m로 세계에서 가장 깁니다.

하지만 연속 커브 구간이 적고, 연결도 매끄러운 편이어서 난이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유럽 트랙 경험이 적은 윤성빈도 생모리츠 트랙에는 적응을 잘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4-2015 월드컵 데뷔 시즌에 생모리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최고 성적을 거둔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를 처음으로 꺾고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당연히 한국 스켈레톤 사상 첫 금메달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봅슬레이의 성지인 생모리츠에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퍼져 더욱 뜻 깊었습니다.

이와 같이 윤성빈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생모리츠 트랙이기에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과거 두 대회를 통해 얻은 코스에 대한 자신감 등 심리적인 면에서 독일 트랙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트랙 구석구석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숙지하고 있으면 자신의 감을 믿고 코스를 공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자신이 없으면 매 구간 지날 때마다 다음 구간을 어떻게 통과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걱정이 앞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기록과 직결된다고 말합니다.

● '지난 시즌 세계 1위' 원윤종-서영우, 시즌 초반 주춤

지난 시즌 두 차례나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던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서영우는 올해는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부진합니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위로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두 대회 연속 5위를 차지했고,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지난 주말 대회에서는 8위까지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보입니다. 원윤종-서영우는 지난해 7월 문을 연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실내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에서 일찌감치 그리고 충실하게 스타트 훈련을 소화한 결과 스타트 기록이 눈에 띄게 좋아져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10월 캐나다 캘거리 아이스 스타트장에서 측정한 기록이 원윤종 5.08초, 서영우 5.04초으로 지난해 원윤종(5.14초), 서영우(5.08초)에 비해 원윤종이 0.06초, 서영우가 0.04초 단축됐습니다. 하지만 시즌 직전 원윤종이 목과 허리 부상으로 훈련량이 부족했고, 현대자동차에서 제작한 국산 봅슬레이를 타고 줄곧 훈련하다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자 실전에서는 기존의 라트비아산 봅슬레이로 경기에 출전한 점 등이 성적에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썰매의 개척자인 강광배 한체대 교수는 "지난 시즌까지는 독일과 라트비아, 러시아 등 전통적인 썰매 강국 선수들이 썰매 장비와 선수들의 테스트에 집중했다면 평창 올림픽이 얼마 안 남은 올 시즌부터는 새로운 육성한 브레이크맨들을 내세워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3차례나 제패했던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가 올 시즌에도 출전한 3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윤종-서영우도 평창 올림픽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프리드리히를 꼽고 있습니다. 부상과 썰매 테스트 등으로 시즌 초반 주춤하고 있는 원윤종-서영우로서는 이번 생모리츠 월드컵이 중요한 분수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윤종이 세계 최고 수준의 드라이빙 기술을 갖고 있는데다 지난 시즌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던 서영우도 부상에서 완쾌했기 때문에 자신감만 쌓는다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시즌에도 캐나다 휘슬러 월드컵에서 봅슬레이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거머쥔 뒤 생모리츠 월드컵 5위, 인스부르크 세계선수권 7위로 잠시 주춤하다가 독일 쾨닉세에 열린 마지막 월드컵에서 프리드리히를 꺾고 우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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