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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박근혜-이재용' 뇌물죄로 같은 법정에 서나?

2016년의 마지막 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구속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 이후 특검팀이 구속시킨 첫 사례였다. 문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는 이번 특검 수사의 핵심인 '뇌물죄'를 입증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란 직위를 이용해서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은 박영수 특검팀이 가장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부분이다. 특검 입장에서 보자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를 열쇠가 바로 이 합병 관련 의혹이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이 특검팀의 주력들을 '대기업 뇌물 수사팀'에 배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 여부는 특검 뿐 아니라 국민적인 관심사항이지만, 법적으로나 법 외적으로 넘어야 될 고비가 많다. 박 대통령, 최순실 씨, 문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은 철저히 대가성을 비롯한 일체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뇌물죄가 적용됐을 때 함께 기소될 삼성 측은 배수의 진을 치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전 검찰총장 등 최고위 전관 변호사들을 대거 동원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특검팀'과 '박 대통령-삼성'이 전면전으로 맞설 뇌물죄 공방을 이해하는 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가장 큰 줄기를 파악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팀 입장에선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봉우리인 셈이다.
[마부작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마부작침] 삼성물산 합병 등장인물

● 예상치 않았던 엘리엇의 등장…더욱 다급해진 합병

지난해 5월 26일,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주 대 삼성물산 0.3500885주. 즉, 제일모직 1주가 삼성물산 3주와 맞먹는 가치라는 뜻으로, 제일모직 1주로 삼성물산 3주를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각 제일모직 주식 가치는 과대 평가되고, 삼성물산 주식 가치는 과소 평가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게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는 지적이었다. 합병 이전 삼성 총수 일가는 제일모직 지분 42.19%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1.41%에 불과했다. 삼성의 계획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된 삼성물산을 장악하게 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통해서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과 합리적 가격 산정은 배제된 채 오로지 오너 일가를 위한 합병"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합병 비율 산정을 놓고 비판이 컸지만, 삼성이 합병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합병 성사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증권가는 예측했다. 그런데 합병 결의 발표 바로 다음날인 2015년 5월 27일, 예상치 않았던 복병이 나타났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공정하게 책정됐다면서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 것이다. 엘리엇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 지분을 7.12%까지 높여 삼성물산 3대 주주로까지 올라섰다. 이와 동시에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대주주에게 합병 반대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실 엘리엇은 합병 발표 이전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인 뒤, 삼성물산 측에 요구사항을 담은 메일도 보냈다"며 "그러나 삼성 측은 엘리엇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 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삼성그룹은 그룹 승계를 위한 합병 추진 못지 않게, 내부적인 역학 관계 때문에라도 합병은 반드시 성공해야 할 사안이 됐고,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삼성 입장에선 '구원투수'가 필요했다.
[마부작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전 과정 인터랙티브
● 삼성의 백기사가 된 ‘국민연금’ 그리고 이례적인 의사 결정

이후 삼성과 엘리엇은 각각 합병 찬성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섰다. 최대 이슈는 삼성물산 주식 11.61%(지난해 6월 30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입장이었다. 

국민연금의 자금을 관리하는 기금운용본부는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 내부 인사들로 구성되는 투자위원회의 심의 의결에 따라 결정한다. 찬성 또는 반대의 결정이 곤란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는 것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 있었던 SK와 SK C&C의 합병 당시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겼고, 전문위원회는 합병 반대를 결정했다. SK 사례 때도 총수에게 합병 비율이 유리하게 산정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는 국내외 의결권 행사 자문사들이 삼성 측의 제시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대 0.95(이후 1대 1.21까지 상향)은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이 자체 산정한 합병 비율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수치다. 

이런 전례와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7월 10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입장을 전문위원회에 맡기지 않고, 내부자들로만 구성되는 투자위원회에서 12명 중 8명의 찬성 입장을 정했다. 전문위원회는 "과거 선례와 국민연금 규정 취지 등에 비추어 전문위원회에 판단 요청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한다"는 이례적인 입장 발표까지 내놓기도 했다.
[마부작침]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입장 자료
국민연금이 절차적 논란을 무릅쓰고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면서, 지난해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합병은 가결됐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1,233억 원(국민연금이 당초 산정한 합병 비율 1대 0.46 기준시)에서 최대 6,157억 원(ISS가 최종 제시한 합병 비율 1대 1.21 기준 시)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 측은 여전히 이를 두고 "합리적 가치 산정에 따른 합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검은 이를 국민연금의 비상식적 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이 허무하게 날아갔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누구'의 지시로 '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했는 지가 특검의 관건이 됐고, 그 실체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 보건복지부의 합병 찬성 지시…윗선은 어디?

특검은 우선 문형표 전 장관을 비상식적 결정 과정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했다. 문 전 장관을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했다.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 돼 법원도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획 발표 뒤, 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성향을 미리 파악했고, 이들이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자 의결권 행사를 전문위원회에 요청하지 않도록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해 12월 29일 브리핑에서 “문 전 장관이 장관 재임 시절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과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 전 장관에게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지시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현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고, 더 조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 놨다. 그러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고, 김진숙 당시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자신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손톱 만큼도 누구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특검이 엮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정했다.

● 삼성의 최순실 지원…합병 성사의 대가?

그렇다면 문형표 전 장관은 왜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지시했을까? 국가 경제를 위한 판단이었을까? 특검은 합병 전후로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게 보내기 시작한 금품의 성격에 답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여 합병 의결 도움을 받은 뒤, 그 대가로 최 씨 측에 돈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에겐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고, "대통령의 압박으로 미르재단 등에 돈을 출연했다"고 진술한 삼성은 뇌물을 건넨 ‘피의자’가 된다. 

삼성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함께 긴밀히 움직였다는 의혹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바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삼성물산 주식 2.12%를 보유하고 있던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는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당신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합병에 찬성해 달라고 윤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윤 대표는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자신이 찬성해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김신 사장은 "국민연금은 다 됐다"며 합병에 찬성할 것이라고 했다고 윤 대표는 증언했다. 삼성 측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같은 날 청문회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은 국민연금의 독자적인 결정이었다"는 취지로 답하며 삼성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최순실씨 측에게 돈을 준 것도 합병의 대가로 준 것은 아니라며, 최씨 측에 돈을 준 것은 “문제가 되고 나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 씨의 존재를 안 것도 합병 성사 한 참 뒤인 지난해 2월 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최순실 씨 개인에게 돈을 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마부작침] 삼성물산 합병의혹 전 과정
●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 한 특검

이렇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씨 측에 돈을 준 것은 일이 터지고 난 이후에야 알게 됐고, 합병의 대가로 준 것도 아니라며, '자신과의 연관성', '돈의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손톱 만큼도 누구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특검이 엮었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혐의를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을 이를 반박할 증거와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특검은 공식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 삼성 고위 관계자를 사전 조사했다. 이 자리에서 2014년 9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특히 "승마 유망주를 발굴해서 적극 지원해 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승마 유망주로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있었다. 이후 삼성은 2014년 11월 이영국 제일모직 상무가 승마협회 부회장을 맡고, 2015년 3월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의 요청대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특검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합병 일주일 뒤인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승마협회 지원 문제가 거론됐음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삼성에서 파견된 승마협회 관계자 2명을 콕 찍어 교체를 요구하고,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부족하다"고 이재용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시로 국민연금이 삼성의 구원투수가 됐고, 원하는 걸 얻은 삼성이 이제 되돌려줄 차례였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를 금품을 매개로 이익을 주고 받는 전형적인 수뢰 사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독대를 앞두고 작성된 대통령 말씀 자료에 ‘이번 정부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 희망’, ‘삼성물산 합병 배경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사실도 특검은 확인했다.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협회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관심 사안이었고, 이재용 부회장도 당연히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피해자 코스프레 못하게 된 삼성…뇌물의 주범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지금까지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돈을 줄 당시에 "몰랐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오히려 이 부회장이 최 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25일 대통령과 독대 이후, 그룹 수뇌부 회의를 긴급 소집해 승마협회 지원 문제를 논의했고, 한 달 뒤 삼성전자는 아무런 실적이 없던 최순실 씨 회사와 220억 원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박상진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의 문자 메시지 분석 결과와 앞서 언급한 증거를 토대로 이 부회장이 최 씨 일가 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의 업무 처리 관례상 이재용 부회장이 최 씨 지원을 몰랐다는 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조 교수는 “삼성의 자금 지원을 주도한 것으로 현재 알려진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은 총수 일가의 재산 관리를 맡아왔었다”며 “지배 구조와 관련된 일이라는 사안의 중요성과 대부분의 업무를 총수에게 보고해 왔던 장충기 사장의 업무 스타일 상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순실 씨에 대한 자금 지원이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삼성그룹의 의사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최지성 부회장 등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이뤄졌고, 회의는 거의 매일 열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황과 증거를 바탕으로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수사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제(9일) 삼성 그룹 2인자인 최지성 부회장을 소환 조사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 소환의 전초전이다. 특히, 특검은 최지성 부회장이 조사 중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혀 삼성물산 합병과 최순실 일가 지원의 대가성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황이 이처럼 변하면서 법조계는 삼성의 대응 전략도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사 초기만 해도 삼성그룹은 최순실 씨에 대한 별도의 자금 지원 등을 전면 부인했다가 관련 증거가 나오자 승마협회 회장사 차원의 지원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에는 최순실 씨 측 협박으로 인해 자금을 지원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몰랐다는 쪽으로 다시한번 대응전략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은 몰랐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전략의 실행이었다. 법조계는 이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연관됐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삼성은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뇌물죄 '피의자'가 되는 건 피하고,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삼성이 원하는 방식으로 합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얻은 이익만 3조1,271억원으로 이런 불법 수익을 모두 몰수해야 된다"는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불법 수익'이라는 말로 삼성이 뇌물죄의 공범임을, '피해자'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과 동등한 거래 관계였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특검은 삼성이 뇌물죄의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을 대응 전략을 깨기 위해서는 확실한 물증이나 진술이 나와야 하는 만큼, 특검이 손에 쥔 스모킹 건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 조사를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내는 것도 특검이 뇌물죄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남은 숙제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리서처:장동호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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