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교수의 갑질…대학의 어두운 그늘

동세호 기자 hodong@sbs.co.kr

작성 2017.01.02 15:45 수정 2017.01.02 17: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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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소리를 하면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주겠다"

"다시는 학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수도 있다"

수업에도 나타나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가 조교에게 시험지를 대리 작성하도록 강요하는 과정에서 했다는 말입니다.류철균 (사진=연합뉴스)류 교수는 교육부 특별감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학점 특혜를 은폐 하기 위해 답안지까지 조작합니다. 수업은 물론 시험에도 불참한 정유라 이름의 가짜 답안지를 작성하도록 조교에게 강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논문 심사 불이익 운운하며 협박까지 한 것입니다. 대학원생인 조교 입장에서는 학위 논문의 생사 여탈권을 쥔 교수의 말을 거역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의 지시를 어겼다가 학교생활은 물론 논문 심사에서 받을 불이익 때문입니다. 특히 학계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학생으로서는 교수의 지시는 거의 절대적입니다.

논문 심사 불이익 운운하며 부당한 요구를 한 것은 전형적인 교수의 갑질 입니다. 논문 심사를 무기로 한 교수의 갑질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종종 언론을 통해 사건화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쉬쉬하고 넘어가기 일쑤입니다. 여자 제자를 상대로 한 성추행이나 성희롱 같은 부도덕한 행위는 극히 일부만이 드러날 뿐입니다. 학위를 포기하지 않고는 고발할 용기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이화여대 (사진=연합뉴스/이화여대 제공)연구와 무관한 교수의 갑질 행태는 다양합니다. 교수에게 밉보이면 학점은 물론 학위취득의 길은 더 험난해집니다. 실력과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서울 유명사립대학 H대의 모 교수는 밉보였거나 자신의 강의를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문자격시험에서 탈락시키는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통상 석박사 논문자격시험인 종합시험은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서 과목당 두 명의 교수가 출제합니다. 같은 답안을 두고 한 교수가 만점 가까이 점수를 주었는데도 다른 교수가 점수를 주지 않으면 탈락합니다. 답안을 아무리 잘 써도 학생을 밉게 본 교수 한 명이 점수를 주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교수의 갑질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학위 논문심사입니다. 심사위원중에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긴 교수가 있으면 학위 취득은 험난해진다는 게 경험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논문의 완성도나 노력과 관계없습니다. 논문의 내용이나 질과 관계없이 누군가가 악감정을 갖고 시비를 걸기 시작하면 통과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지도교수가 절대적이지만 심사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들간 파벌싸움에 애꿎은 제자가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논문심사가 사실은 공정하고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술지 논문에 응모했던 한 대학원생은 똑같은 논문을 두고도 3명의 심사위원 중 극찬과 게재불가라는 극단적 심사평을 받아들고 당혹스럽다고 털어놨습니다. 학술지 심사의 경우 익명의 심사위원들이라 친소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데도 심사평가가 극단으로 갈리는 것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그만큼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물며 외부 심사위원을 제외하고 늘 얼굴을 봐야하는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모시고 받아야하는 학위 논문 심사는 오죽하겠습니까? 통상 논문심사는 지도교수를 포함해 석사는 3명, 박사는 5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합니다. 몇 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수정이 이루어지지만 통과 여부는 심사위원들의 권한입니다. 학위 통과 여부는 전적으로 교수들의 몫이기 때문에 교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력이 없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교수 일수록 논문심사에서 유독 갑질이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교수 자신은 논문 실적이 별로 없으면서도 학생들을 향해서는 미주알 고주알 고담준론을 펴며 훈계하기 일쑤입니다. 이를 들어야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지요. 이것이 학계의 어두운 그늘입니다.

교수 대부분은 묵묵하게 연구에 몰두하며 학생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의 황당한 갑질 때문에 대학도 적폐 청산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