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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합참 EMP 방호 부실…덮고 또 덮고

대한민국 군의 중추인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북한의 EMP(Electro Magnetic Pulse)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방호시설의 성능이 기준에 못 미쳐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EMP는 핵 미사일이 폭발했을 때 발산되는 가공할 전자기파입니다. EMP는 모든 전기 회로를 태워버립니다. EMP 방호시설는 전자기파를 차폐하는 장치입니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은 핵 미사일 개발 일보 직전이고, EMP만을 내뿜는 EMP탄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합참, 그 중에서도 전쟁 지휘소라고 불리는 지휘통제실의 EMP 방호시설은 현재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북한이 지금 EMP 공격을 하면 합참은 눈, 귀, 입을 일시에 잃게 되는 상황입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휘통제실이 있는 합참 청사를 신축한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부실공사가 벌어졌고, 부실공사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군 지휘부는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 방호 성능 기준 낮추고, 실적 없는 업체 모셔오고

합참 청사 지휘통제실의 EMP 방호시설은 방호 기준이 원래 기준과 기존 설계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춰졌고, 무자격 업체들이 지었습니다. 공사 시작과 함께 부실이 싹 튼 것입니다.

20년 전 작성된 우리 군 시설의 EMP 방호설비의 성능 기준은 ‘100dB 전자기파 차폐’였습니다. 주한미군의 EMP 방호시설도 차폐 성능은 100dB입니다. 1995년 준공된 우리 해군의 모 기지와 2003년 준공된 국방부 청사, 2011년 준공된 부위성 운용국의 EMP 방호시설 역시 모두 100dB 이상입니다.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 전파연구원 등 민간 EMP 차폐설비의 성능은 110dB로 오히려 군 시설보다 높습니다.

합참 지휘통제실도 100dB 이상 차폐를 기준으로 지난 2009년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100dB에서 80dB로 낮춰졌습니다. 100dB에서 80dB로 줄어들면 EMP 차폐 성능은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공격가상도
군은 고고도 전자기파 방호시스템에 관한 미군 기준 MIL-STD 188-125에 따라 80dB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북한이 핵 폭탄이 고고도에서만 터져준다면 80dB로 족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표면에서 터지는 지대지 EMP탄도 만들고 있습니다. MIL-STD 188-125 외의 미군의 다른 기준은 대부분 100dB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100dB을 주장했던 기술자들과 업체는 사업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리고 군의 EMP 방호시설을 지어본 적 없는 업체들이 3개로 나눠진 공구를 꿰찼습니다. 이 3개 업체 가운데 2개 업체는 EMP 방호시설 공사 실적이 전혀 없었고, 나머지 1개 업체는 실적 1건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가 공인 기관으로부터 성능 인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합참 지휘통제실 EMP 방호 공사의 특기 시방서를 보면 공사 업체는 EMP 방호시설을 군에 공급한 뒤 국가 공인 기관으로부터 성능검사를 받아 합격한 측정 데이터 2건 이상을 제출해야 합니다. 3개 업체 모두 자격 미달인데도 공사를 따냈습니다. 당시에 실적도 있고, 검증도 받은 업체가 있었습니다. 그 업체는 위에서 언급한 100dB을 주장한 업체입니다. 100dB 기준의 지휘통제실 EMP 방호시설 설계도 했습니다. 이 업체는 설계비도 못 받은 채 쫓겨났고 수상한 업체들이 일을 낚아챘습니다.

● 금품 챙긴 고위 장교들과 ‘모르쇠’ 군 지휘부

합참 청사와 지휘통제실을 짓는 사업은 201 사업이라고 불렸습니다. 국방부 시설본부 산하 201 사업단장은 김 모 대령이 맡았습니다. 김 대령은 부인의 회사가 만든 골프공을 업체들에게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 어치씩 팔았습니다. 골프공 값은 차명계좌로 받았습니다. 업체들이 돈 주고 구입한 골프공을 희한하게도 김 대령에게 헌납했습니다. 김 대령은 그 골프공을 국방부 주요 부서에 뿌렸습니다.

기자는 김 대령의 직속 상관인 당시 시설본부장 김 모 소장에게 “김 대령으로부터 골프공 세트를 얼마나 받으셨냐”고 물어봤다가 김 소장과 김 대령으로부터 이적(利敵),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김 소장은 며칠 전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 구속 기소됐습니다. 지휘통제실 EMP 방호시설 공사를 맡은 한 업체로부터 8,000 만원을 받은 혐의입니다. 김 대령은 설계도면 유출과 입찰 방해 혐의로 지난 2014년 구속됐습니다.

김 소장에 이어 시설본부장을 맡은 박 모 소장은 전역과 동시에 현대 인력개발원에 입사했습니다. 합참 청사 전체 공사를 현대건설이 맡았는데 현대건설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 먼저 현대 인력개발원에 임원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2012년 하반기로 기억합니다. 기자는 당시 정승조 합참의장의 초청을 받고 정 의장과 합참 주요 본부장의 오찬 자리에 간 적 있습니다. 오찬 장소는 문제의 합참 청사 맨 윗층이었습니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지하에 있는 지휘통제실의 EMP 방호시설 공사가 엉망이니 뜯어고쳐야 한다고 탄원했지만 그들은 웃을 뿐 말이 없었습니다.

201 사업의 지휘통제실의 EMP 방호 공사를 시작으로 군은 주요 시설에 대한 EMP 방호 공사를 연속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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