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망망대해에서 3개월…그들은 그렇게 굶어죽었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6.12.15 16:06 수정 2016.12.15 17: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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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 냉동고 앞에서 웃는 김정은

지난 11일과 12일 울릉도와 독도 근처 바다에서 북한 선박 3척이 우리 해경과 해군에 의해 구조됐다. 물고기잡이를 나와서 표류하다 남쪽까지 떠내려온 것이다.
 
구조된 선원들을 상대로 자초지종을 조사하던 우리 당국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듣게 됐다. 3척 가운데 한 척의 선박은 지난 9월 중순 함경도 지역에서 출항한 소형 목선이었는데 기관 고장으로 무려 3개월 동안이나 표류하게 되면서 선원들 상당수가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배 안에 가지고 있던 물과 음식이 떨어지면서 하릴없이 구조를 기다리던 선원들이 하나씩 둘씩 갑판에 쓰러지고, 초겨울의 추위와 배고픔 속에 결국 선원들의 몸은 시신으로 변해갔다. 살아남은 선원들도 기진맥진하기는 마찬가지. 넘실거리는 파도가 갑판 위에 놓여있던 선원들의 시신을 쓸어갈 때에도 나머지 선원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머지 선원들도 생명의 마지막 빛이 꺼져갈 순간 우리 해경과 해군에 의해 구조가 이뤄진 것이다.
 
다른 두 척의 선박들도 11월 중순과 말에 함경도 지역에서 출항한 선박들이었다. 한 척은 중국 어선과 충돌한 뒤 표류했고, 또 한 척은 그 배를 끌어주던 동력선의 예인줄이 절단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는데, 이 배들은 상대적으로 일찍 구조되면서 굶어 죽은 사람들은 없었다. 중국 어선과 충돌한 배에서 충돌의 충격으로 실종된 선원들이 발생하긴 했지만 말이다.
 
● 김정은의 '물고기잡이' 독려로 어선 사고 빈발
 
북한에서는 이 추운 날씨에 왜 이런 어선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일까? 남쪽으로 떠내려온 어선이 이 정도라면 알려지지 않은 어선 사고는 훨씬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 보도에서 나온다. 북한 보도를 보면, 김정은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 15일(보도일 기준)에도 인민군 산하 수산사업소를 방문해 물고기잡이를 강조했다. “300일 출어 일수를 보장하고 계절에 구애됨이 없이 물고기를 집단적으로도 잡고 분산적으로도 잡으며 먼바다에서도 잡고 가까운 바다에서도 잡으며 큰 배로도 잡고 작은 배로도 잡는 식으로 쉴새 없이 어로 전투를 전개”(조선중앙통신 12월 15일 자 보도)하라고 김정은은 지시했다.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물고기잡이를 강조하니, 일선에서는 안전 문제는 도외시하고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을 것임이 눈에 보듯 뻔하다.
 
● 무리한 조업으로 선원들은 죽어가는데
 
김정은이 이렇게 물고기잡이를 강조하는 것은 생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에게 육류나 생선도 적당히 공급해서 능력 있는 지도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소나 돼지 숫자는 단기간에 늘릴 수 없으니 생선을 많이 잡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선은 바다에 널려 있으니 어로공들을 다그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무리한 조업 내몰기로 북한 어민들이 이렇게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김정은은 “인민군대에서 잡은 물고기를 수도 시민들에게 보내주면 우리 장군님(김정일)께서 기뻐하실 것”이라며 자신과 김씨 일가의 애민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망망대해에서 추위와 배고픔 속에 굶어죽어가고 결국에는 파도에 휩쓸려 시신마저 바닷속에 수장된 북한 어민들의 원혼이 김정은 주변에서 떠돌고 있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