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손경식 CJ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사퇴, 청와대 압력 통했나?

2013년 7월 8일,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회장단 회의에서 밝혔다. 손 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대한상의 회장을 3연임하며 맡고 있었고, 임기가 1년 6개월 이나 남아있었다. 당시 회장단은 사퇴를 말렸지만, 손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아 2013년 7월 9일 공식 이임식이 치러졌다. 손 회장은 “비상 상황에 빠진 CJ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대한상의 회장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당시 CJ그룹은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7월 1일 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손경식 회장을 위원장을 하는 경영위원회에 그룹 경영을 맡긴 비상경영 체제였다. 때문에 대한상의 회장직을 물러나면 손 회장이 밝힌 사퇴의 변은 당시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검찰이 조원동 전 청와대 수석을 기소하며 밝힌 내용을 보면 손경식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난 것이 완전히 자신의 의사는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조 전 수석을 기소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 조 전 수석에게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한 언론은 CJ그룹 고위 인사가 조 전 수석이 손 회장에게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CJ인사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조원동 전 수석의 범죄 사실에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난 것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 전 수석이 손 회장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CJ측의 거부로 실패했다는 것만 범죄 사실로 적시했다. 손 회장이 대한상의에서 물러나도록 하라는 취지로 대통령이 조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과 손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사퇴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는 검찰의 판단과 다를 수도 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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