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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20억 원' 뿌리친 기성용…'돈'보다 '명예'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미드필더 기성용이 중국 프로축구팀의 거액 영입 제의를 뿌리치고 스완지시티 잔류를 선택했습니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인 추연구 C2 글로벌 이사는 SBS에 “ 기성용이 중국팀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성용의 아버지인 기영옥 광주FC 단장 역시 “ 성용이가 직접 내린 결정이다. 아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국내와 영국 언론의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던 기성용의 ‘중국 이적’은 ‘없던 일’로 마무리 됐는데, 중국 프로축구팀에서 제안했던 연봉이 무려 220억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성용의 '남다른' 결정이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 왜 기성용이 어마어마한 돈 대신 잔류를 선택을 하게 됐는지, 또 중국 프로축구 팀의 러브콜부터 거절까지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 중국의 잇따른 ‘러브콜’

지난 9월이었습니다. 당시 K리그의 광주 FC가 중국의 산둥 루넝과 친선경기를 갖기 위해 중국 원정에 나섰는데, 산둥이 기성용의 아버지인 기영옥 광주 단장을 통해 영입 의사를 타진한 것이 '러브콜'의 시작이었습니다.  관심 수준에 그쳤던 산둥과 달리 8월 말 허베이 사령탑에 선임된 페예그리니 전 맨시티 감독은 전력 보강 차원에서 기성용 영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허베이는 스완지시티와 협상 창구를 열었고, 이적료 200억 원에 연봉 8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역시 기성용의 거절로 무산됐습니다.

끝이 아니었습니다. 11월 초 상하이 상강의 지휘봉을 잡게 된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전 토트넘 감독이 기성용 영입을 구단에 요청하면서 몸값이 더욱 치솟았습니다. 특히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감독은 기성용에게 직접 전화를 해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혔고, 연봉 220억 원의 달콤한 제안을 했습니다.

연봉 220억 원, 상상이 가시나요? 1300억 원이 넘는 역대 최고 이적료로 유벤투스에서 맨유로 이적한 미드필더 폴 포그바의 연봉과 비슷합니다. 이는 중국 내에서 기성용이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과 견줄 수준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기성용은 고민을 거듭한 한 끝에 결국 220억 원의 ‘유혹’을 뿌리치기로 했습니다.
기성용
● ‘돈’보다 ‘명예’

최근 몇 년간 중국 프로축구팀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성용에게 제안한 금액 역시 파격적이었습니다. 1년에 220억 원, 5년 계약이면 보장된 금액만 무려 1000억 원이 넘습니다. '스포츠 재벌'이 되는 지름길이겠죠. 하지만 기성용이 유럽 잔류를 과감히 결정하게 된 이유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때문입니다.

K리그 FC서울에서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또 셀틱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로 이적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기성용은 학창시절부터 ‘빅클럽 입단'을 꿈꿔왔습니다. 빅클럽이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 세계축구를 주름잡고 있는 명문팀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기성용은 지난 해 유벤투스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습니다. 스완지시티가 이적료가 낮다며 거절해 이적이 무산됐죠. 이에 앞서 조제 무리뉴 맨유 감독이 첼시를 이끌던 시절 기성용 영입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이지리아 출신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이 이적할 경우, 기성용을 대체 자원으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미켈은 첼시에 잔류했습니다.

이렇듯 기성용은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그것도 빅클럽에서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최근 부상과 소속팀 스완지시티의 부진 속에 존재감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기성용의 빅클럽 진출 의지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220억 원의 달콤한 제의를 거절한 것도, 유럽 무대에서 뛰어야 빅클럽 이적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기성용
한가지 중요한 동기가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상태에서 유럽보다 수준 낮은 중국 프로축구에서 뛰지 않겠다는 ‘자존심’입니다. 그리고 중국 이적으로 인한 변화와 혼란으로 축구대표팀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성용이가 대표팀의 주장으로, 월드컵 최종예선과 본선 진출에만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

주장으로, 대표팀을 먼저 생각한다는 기성용의 의지를 대신 전한 ‘축구인 출신’ 기영옥 광주 단장의 말 속에는 ‘아들의 결정’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기성용의 스완지시티와 계약은 2018년 6월에 끝납니다. 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는 스완지시티가 강등을 당하게 된다면 기성용은 내년 여름 이적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이상, 또 월드컵 본선행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이상, 기성용이 중국 무대에서 뛰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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