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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특혜로 얼룩진 국가대표…명예가 사라진 국대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선화예중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던 2011년 승마로 갑자기 진로를 수정한다. 대한승마협회가 주최하는 승마대회에 3번 이상 출전하면 '체육학생'으로 등록할 수 있는데, 정유라가 이를 충족시켜 체육특기생이 됐다.

정유라 씨가 중학교 3학년이던 2011년 6월 7일, 서울 청담고는 체육특기 부분에 승마 마장마술 부분을 추가한다. 일반 고등학교는 관할 교육청에 체육특기학교로 신청하면 다음 학년도부터 체육특기생을 선발할 수 있다. 정유라는 2012년 체육특기생으로 청담고에 입학한다.

● 정유라를 위한 맞춤형 체육특기학교 신청이었나?

서울시 교육청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당시 학교 운영위원 중 한 명은 청담고가 체육특기자 종목에 승마 마장마술을 추가하려 하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체육특기학교 지정은 학교 운영위 심의사항 아니냐"며 공식적인 논의를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학교장은 심의 과정을 건너뛰고, 체육특기 종목에 승마 마장마술 부분을 추가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당시 청담고 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당시 승마특기 종목을 교육청에 신청할 때 자신이 결재했지만, 학교 운영위원을 맡았던 학부모들로부터 어떤 반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승마 등 특기종목 신청과정에서 어떠한 불협화음도 없었다"고 교육청의 감사 결과와 상반된 주장을 폈다.

그러나 청담고는 정유라 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4년까지만 승마 종목의 특기학교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 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승마 종목 특기학교 운영 기간이 정유라 씨의 재학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한 것이다. 정유라를 위해 맞춤형 승마 특기 종목을 운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시 학교장과 체육부장은 각자 상대방의 요청으로 승마 마장마술 종목을 추가한 거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 편법과 특혜로 얻은 국가대표 선발과 이대 입학

정유라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 금메달은 이화여대 입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청담고의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14년 서울시 교육청 학교체육 업무 매뉴얼
국가대표 선발은 전국대회에서 획득한 점수의 합계로 결정된다. 자연히 전국대회 출전 횟수가 많은 수록 이 점수는 높아진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교체육 업무 매뉴얼>을 통해 체육특기생의 대회출전 횟수를 승마의 경우 연 4회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체육특기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과다한 대회 출전으로 인한 성장발달 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교육청의 청담고에 대한 감사 결과, 정유라는 이 규정을 어겨 2012년에는 7번, 2013년에는 10번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특히, 학교장은 위반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회 출전을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정유라 씨가 학교장 승인 없이 2012~2013년 각각 1번과 4번 대회에 무단 출전하기도 했지만, 학교 차원의 제재는 없었다. 덕분에 정 씨는 연 4번으로 출전이 제한되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가졌고, 그 결과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 1년에 17일만 출석했는데 '교과우수상'

2014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정유라. 당시 정유라 씨의 출석일수는 17일에 불과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1년 수업 일수 193일의 2/3 이상, 즉 129일 이상을 출석하지 않으면 해당 학년의 이수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 3 때 17일 밖에 출석하지 않은 정유라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 141일이 출석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이 중 105일은 허위 공문에 의한 것으로 서울시 교육청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서울시 교육청, 청담고 특정감사 중간발표
청담고가 출석을 인정한 105일은 대한승마협회의 협조요청 공문에 근거했다. 2014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정유라는 62일 간 국가대표 합동훈련과 43일 간의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훈련에 참가해야 하니 출석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 감사 결과 당시 훈련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승마협회가 허위 공문을 보낸 것이었다. 

승마계 관계자들은 대한승마협회의 허위 공문 발송에는 최순실의 측근으로 알려전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이사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전무는 정 씨 이대 입학과 독일 생활 등 승마와 관련해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졌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박원오 전 전무는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병 치료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허위공문 발송의 주체가 승마협회라는 사실이, 청담고의 정유라 출석 특혜 혐의를 희석시킬 순 없다. 승마협회 공문에 의거한 105일 이외 36일에 대해선 청담고는 근거자료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청담고가 무단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 준 것으로, 청담고 내부의 누군가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의혹 제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청담고의 정유라 씨 특혜는 비단 출석 인정에만 머물지 않았다. 3학년 2학기 정유라 씨가 실제 출석한 것은 6일 밖에 되지 않는다. 체육수업에는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유라 씨는 체육과목 교과우수상을 수상했다. 담당 체육교사가 수행평가 만점을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담고는 훈련을 이유로 시험기간에 학교에 나오지 않겠다는 정유라의 결석을 인정하고,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다. 교육부 <학교체육업무 매뉴얼>은 시험기간 중에는 훈련이 아닌 '대회'가 있더라도 가급적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출석 및 성적 특혜를 준 청담고 전 교장 등 7명과 최순실, 정유라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리고 정유라 씨의 고교 졸업을 취소했다. 그 결과 이대생이던 정유라 씨는 이화여대에서 영구 퇴학당한데 이어, 고교 졸업도 취소되면서 최종 학력은 중졸이 됐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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