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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대통령에겐 금품만 전달해도 뇌물"…'정경유착 단절' 시금석될까

박영수 특검호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규명하지 못한 진실 규명에 수사의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론 '박근혜 대통령', 구체적으론 '박근혜 대통령에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실체 규명이다.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을 기소하면서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검찰의 수사 결론은 '대기업=피해자'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뇌물죄 여부는 이번 사건의 큰 줄기인 '정경유착'을 끊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검팀이 가장 주력해야 될 부분으로 꼽힌다.

● "대통령에겐 금품만 전달해도 뇌물 성립"

특검법안에 적시된 15개의 수사 대상( 관련 상세기사) 가운데 특검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미르-K재단을 비롯한 16개 재벌의 금품 공여 부분이다. 검찰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업들의 금품 공여 부분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대내외의 비판에 직면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대기업을 약자이자 피해자로 본 수사 결론을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한 권력'인 대통령과 '무한 권력'인 재벌을 갑을 관계로 도식화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거다.

검찰의 이런 결론은 기업 총수의 진술 태도와 연관성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16개 기업 총수는 입을 맞춘 듯 모두 "대가를 바라고 준 것이 아니고, 세무조사, 인허가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기금을 납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요청으로 출연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을 부인함을써 '뇌물 공여죄'를 빠져나가려는 전략이었다.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뇌물이 아닌 '갑(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의 횡포'로 결론 내린 것이다. 검찰은 증거 관계를 면밀히 살핀 법리적 판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이런 진술들만으로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반론이 상당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금품을 제공하지 않은 다른 기업과는 차별을 바라고 제공했다는 점에서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의 요청으로 재단 기금 납부를 시인한 이상, 그 자체로도 뇌물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란 설명이다. 국정에 있어 막강한 영향력과 광범위한 직무 범위를 행사하는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땐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에서 대통령은 각 그룹이 처한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독대에서 이뤄진 각 그룹의 호소들을 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주목해볼 대목인 것이다.
[마부작침] 전두환.노태우 사건 1심
[마부작침] 전두환.노태우 사건 대법원 판결
쉽게 말해 청탁 유무나 개별적 직무 행위와의 대가 관계를 따질 필요 없이 대통령에게 금품 전달 사실만 인정되면 뇌물죄가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특검이 검찰 수사의 결론만 바꿔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내곡동 사저 특검도 검찰의 수사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검찰의 결론만 바꿔 경호처 직원을 기소해 유죄 확정을 받은 케이스가 있다"고 말했다.

●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특검은 검찰과 달리 뇌물죄에 있어 적극적 해석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16개 기업 총수 전원에게 뇌물죄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6개 기업 중 구체적인 대가성이 드러난 기업만 선별해서 기소한다는 말이다. 대상 기업으로 삼성전자-롯데-SK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사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은 성공했고, 그 결과 '이재용-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관련 상세 기사) 또 공단의 찬성 과정에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온 상태다. 더욱이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달리 재단 기금 외에도 합병 성공 후 최순실 일가에게 추가로 100억을 건넨 의혹이 제기돼 있다.

롯데의 경우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K스포츠 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고, 본사 압수수색 하루 전날 돌려받았다. 수사 편의를 바라고 금품을 지원했다는 강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수사 무마 외에도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한 대가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 관련 상세기사)도 있다. SK는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면담(7월 24일) 직후인 2015년 8월 15일 최태원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회장은 이미 한 차례 특별 사면을 받은 뒤, 동일 범죄로 수감이 된 상황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업인 사면은 없다"는 약속을 뒤집고 또 다시 특사를 단행했다. 특별 사면 단행과 금품 거래가 무관치 않다는 는 분석( 관련 상세기사)이 나오는 이유다.

3개 기업 모두 재단 기금 납부 또는 최 씨 일가 지원이 '선의' 또는 '강압'이 아니라 '기대감'이 포함된 '대가관계'를 보여주는 증거와 정황이 나온 상태다. 16개 기업 중 일부 기업만 선별 기소를 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라는 게 법정의"라며 "선별 기소 만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고 도리어 재판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해서 16개 기업을 기소해 힘을 분산 시키는 것보다, 몇 개 기업만 뇌물죄를 적용해 공소 유지에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 "정경유착 단절 +실체 규명+단죄"= 뇌물…대통령도 재벌도 수감되는 양형기준 

뇌물죄 적용엔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우리사회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의 단절이라는 명분, 법에 따른 실체 규명, 그리고 국정농단에 대한 단죄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게 뇌물죄다. 권력을 사유화 한 정부의 오만함, 또 다른 축인 경제 권력 즉, 재벌들의 적극적 가담이 있었기에 국정농단은 장시간 사회 전반에서 이뤄질 수 있었다. 법조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기 위해선 이번엔 반드시 강도 높은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부작침] 뇌물양형기준


검찰이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을 기소할 때 적용한 직권남용죄와 강요죄 만으론 이번 사건의 단죄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직권남용과 강요죄로 처벌 받게 될 경우, 여러 혐의가 동시에 적용되는 경합범 가중 원칙에 따라 가장 무거운 형량(직권남용/5년 이하 징역)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 할 수 있다. 즉, 7.5년이 최대 형량인 셈이다. 게다가 직권남용이 유지되면 기업들은 처벌에서 제외되지만, 뇌물죄가 적용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뇌물수수 액수가 5억 원 이상일 경우 기본 형량은 징역 9년~12년, 가중 요소가 있을 경우 징역 11년 이상이 원칙이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경우 가중 요소 중 하나인 "뇌물을 먼저 달라"고 하는 '적극적 요구'에 해당될 여지도 크다. 뇌물 공여의 경우에도 액수가 1억원 이상일 경우 기본 형량이 징역 2년 6월~3년 6월, 가중 요소가 있을 땐 징역 3년~5년 형이다. 돈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거나, 청탁 내용 자체가 불법적이거나 부정한 사안일 때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마부작침] 마부작침 안내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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