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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추운 바람 부는데…지붕 없는 차로 카퍼레이드

지난 6일 평양 순안공항에 꽃다발을 든 환영인파가 모였다. 20살 이하 여자축구 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축구팀을 환영하기 위해서다. 북한 여자축구팀은 지난 3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20살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이 20살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은 2006년 이후 10년 만이라고 한다.
 
공항에서의 환영행사가 끝난 뒤 이들에게는 카퍼레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평양 시내에 수십만의 인파를 동원해 이들의 우승을 축하하는 행사를 북한 당국이 준비한 것이다.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기여자, 스포츠대회 우승자 등에 대해 1년에도 몇 차례씩 평양 카퍼레이드가 열리는 만큼, 20살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선수들에 대해 북한 당국이 카퍼레이드를 실시한 것이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다. 
북한 여자축구 우승 카퍼레이드
● 추운 날씨 속에 대형 오픈카로 카퍼레이드
 
그런데, 카퍼레이드가 펼쳐진 6일은 날씨가 상당히 추웠다. 6일 서울은 하루 전보다 기온이 10도 가까이 내려가 낮에도 영상 3도를 넘지 않았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서울과 경기 일부에는 한파주의보까지 발효됐다. 북한도 추웠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가 5일 예보한 6일 날씨를 보면 평양의 최고 기온은 영상 3도, 최저 기온은 영하 5도로 예보됐다. 최고 기온이 서울과 비슷한 것으로 볼 때 평양도 서울 만큼은 추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카퍼레이드에 사용된 차량은 지붕이 없는 대형 오픈카였다. 카퍼레이드로 평양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려면 지붕과 창문으로 닫혀있는 차량보다는 오픈된 차량이 좋을 것인 만큼 지붕 없는 차량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정장 위에 외투 하나씩 입은 선수들은 이 달리는 대형 오픈카 위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카퍼레이드를 해야 했다. 화면에 나온 치마 정장의 길이는 무릎 정도 밖에 오지 않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모두 몸에 대형 인공기를 망토처럼 두른 것은 애국심 때문이었다기보다는 추위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카퍼레이드는 꽤 오랫동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를 보면 카퍼레이드가 끝나고 선수들이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다발을 바치러갔는데, 날이 어두워지고 있는 상태였다. 추운 날씨 속에 낮부터 저녁 무렵까지 바깥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동상에 헌화하는 작업이 계속된 것이다.
북한 여자축구 우승
● 독재정권 스포츠 강조는 전형적인 통치 방법
 
독재정권에서 스포츠를 중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통치 방법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을 스포츠에 열광하게 해 정권의 부조리에 대해 잊게 하고, 국가 대항 스포츠 응원을 통한 애국심 고양을 통해 정권에 대한 순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북한이 범국가적으로 스포츠를 강조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는 수십만의 평양 시민들을 동원해 카퍼레이드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카퍼레이드에 참가한 북한 여자월드컵 선수들은 정권의 보위를 위해 활용된 하나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북한에게는 좋은 선전 소재인 만큼 선수들에게 여러 선물이 하사되겠지만, 이번 카퍼레이드에 감기나 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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