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플러스] '53세 발레리나' 페리, 줄리엣으로 돌아오다

20세기 후반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한 명이자 최고령 프리마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가 국내 무대에 섰습니다.

유니버셜 발레단이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년을 기념해 올린 대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페리는 53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0대 소녀 줄리엣을 연기했는데, 여전히 깊은 감동을 주는 격이 다른 무용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알레산드라 페리도 한때 은퇴를 선언하고 무대를 떠났던 때가 있었습니다. 곽상은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에서 무려 23년간 수석무용수 자리를 지키며 여전한 전성기를 누리던 2007년, 페리는 갑작스런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알레산드라 페리/발레리나 : 44살 때였어요. 과거의 나 자신과 경쟁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은퇴 선언 이후 실제로 페리는 6년 동안 무대를 떠나 있었습니다.

처음 한두 해쯤은 두 딸의 엄마로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면서 충분히 즐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행복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알레산드라 페리/발레리나 : 나라는 존재가 잠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춤추는 일을 깊이 사랑했다는 걸, 그리고 제게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죠.]

50세가 되던 해 페리는 자신이 직접 안무한 ‘위층의 피아노’란 작품을 통해서 현역 무용수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올해 초에는 그해 가장 뛰어난 연극과 오페라 배우에게 주어지는 올리비에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여름엔 자신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무대에까지 복귀했고, 마침내 한국 무대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알레산드라 페리/발레리나 : 두려움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저를 위해 춤추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열심히 하는 것뿐입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무대로 돌아온 예술가가 보여줄 수 있는 자유와 행복, 그리고 자신감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 [취재파일] 알레산드라 페리 "춤추지 않을 때 나는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김선재 아나운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