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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기의 슈틸리케호, 반전 카드는 '내부경쟁+소통 분석관'

'전력분석관' 차두리 가세, 분위기 반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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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사진=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1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설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명단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슈틸리케 감독은 먼저 허리 숙여 인사했습니다. 최근 연이은 졸전과 일부 선수들의 부진, ‘선수 탓’ 발언으로 리더십이 흔들리자, 자신과 축구대표팀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상당히 의식한 모습이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자신의 축구 철학을 설명하려 애썼고,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낸다는 말을 반복하며 사태 수습에 주력했습니다. 그리고 분위기 쇄신을 위한 회심의 카드도 꺼내들었습니다. 23명의 엔트리보다 2명이나 더 많은 25명을 선발하며 ‘내부 경쟁’을 재점화했습니다. 또  최근 전력분석관으로 영입한 차두리 코치에게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 가교 역할을 적극 주문했습니다.

● 축구대표팀의 현주소

축구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해 본선 진출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체인 중국(3대 2 승), 시리아(0대 0 무), 카타르(3대 2 승)를 상대로 고전한데 이어 이란과 원정경기에서 1대 0으로 져,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A조 3위로 추락했습니다. 조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하는 반면, A조 3위는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뒤 또 한번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시밭길인데, 자칫 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홈 경기에서 패하기라도 한다면 이 험난한 여정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 이란전 패배의 원인을 선수 탓으로 돌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일부 선수들이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슈틸리케호는 ‘흔들흔들’ 표류하고 있습니다. 취임 2년 만에 맞은 최대 위기입니다.

● 내부 경쟁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출전 엔트리는 총 23명입니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25명을 선발했습니다. 앞서 경기에 뛰지 못할 선수들은 불필요하게 원정에 동행할 필요가 없다는 ‘효율성’을 내세워 23명이 아닌 20명, 21명으로 팀을 꾸린 적이 있지만, 엔트리 수를 초과해 대표팀을 구성한 건 부임 이후 2년 만에 처음입니다.

대표팀 ‘내부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구상입니다. 오는 11일 캐나다와 평가전에서 눈도장을 받는 23명 최정예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서게 됩니다. 두 명의 낙오자가 나오겠지만, 선수를 ‘쳐내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특히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인 측면 수비수에 기존보다 1명이 더 많은 5명을 선발함과 동시에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자신의 원칙마저 저버린 것도 눈에 띕니다.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유럽파 박주호와 윤석영을 선발했고, K리거 홍철 김창수 최철순을 측면 수비수로 소집했습니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최투지’라는 별명을 가진 전북의 오른 측면 수비수 최철순은 2013년 2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대표팀에 처음으로 합류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전에서 박주호와 윤석영에게 나란히 45분씩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공개했습니다. 박주호와 윤석영, 홍철은 모두 왼발잡이로 왼쪽 측면 수비를 전담하는데, 홍철은 K리그에서 경기력을 확인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즉, 박주호와 윤석영 중 한 명은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공격진에는 지난해 1월 호주아시안컵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원조 황태자’ 이정협을 7개월 만에 선발했고, ‘20살 막내’ 황희찬을 선발해 경쟁 구도에 들게 했습니다.
차두리
● '소통 분석관'이 된 차두리

‘차미네이터’ 차두리는 축구대표팀에 전력분석관으로 전격 합류했습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해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 중이던 차두리는 대한축구협회와 슈틸리케 감독의 긴급 요청에 지난달 26일 독일에서 급거 귀국해,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도자로 새 출발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31일 슈틸리케 감독의 명단 발표에 코칭스태프 일원으로 참가하며 전력분석관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차두리의 공식 직함이 코치가 아닌 전력분석관인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코치 역할을 하더라도 코치로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지도자 자격증’ 때문입니다. 지도자 자격증은 축구대표팀 감독을 할 수 있는 P급과 코치를 할 수 있는 A급, 18세 이하 클럽팀을 지도할 수 있는 B급, 12세 이하 클럽팀을 C급으로 나뉩니다. 축구대표팀 코치를 하려면 반드시 A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데 차두리는 현재 A급 지도자 과정에 있습니다. B급을 딴 이후 차근차근 A급 과정을 밟고 있어 내년 2월 혹은 4월에나 A급 자격증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자격증이 필요없는 전력분석관으로 대표팀에 합류시킨 뒤, A급 자격증을 취득하면 코치로 전환하겠다는게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입니다. 차두리가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차두리에게 바라는 건 전력 분석도, 전술 구상도 아닌 ‘소통’입니다. 즉 '소통 분석관'이 주된 역할인 셈입니다. 독일어가 능통한 차두리가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소통 창구’가 되어준다면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생길 수 있는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설명한 차두리 역할입니다.

“2년 동안 현 대표팀 체제에서 반드시 한 경기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경기 치른적이 없다고 인정합니다. 차두리는 분석관이기 전에 선수 생활을 얼마 전에 마감한 선수라 선수에 더 가까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선수와 교감하고 다른 문화권에서 온 저와 선수들의 교감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선임하게 됐습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영향력이 적을 수 있지만 교감적인 부분에서 우리 선수들이 느끼는 것을 저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과 어느 정도 소통 장벽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선수들에게 모였을 때 내 방이 열려 있으니 고민을 얘기하라고 하지만, 한국 문화 정서상 당연히 그런게 잘 안된다는 걸 인지했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나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고민을 차두리에게는 쉽게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은 없습니다.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으로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돕니다. 조 3위로 추락해 본선행이 불투명해진 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에 마저 패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논의도 본격 시작 될 전망입니다. ‘운명의 한판’을 앞둔 슈틸리케 감독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놓은 회심의 카드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어떤 결과를 나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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