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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효주 "다음 우승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취재파일] 김효주 "다음 우승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힘 빠지고 거리 줄어 근육 운동 시작…온 몸에 알 배겨 "
"다음 주부터 다시 출전…다음 우승은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박세리 은퇴식에 감동…나도 떠날 때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주변 골프 팬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김효주 어디 아픈가요?"입니다. 미국 진출 이후 기대한 만큼 성적이 안나오기 때문이죠.

김효주는 2014년 '스윙의 교과서'로 불리며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습니다.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한 시즌 최고 상금 기록을 갈아치웠고 그 해 프랑스에서 열렸던 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 비회원으로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이듬해 LPGA 무대로 직행했습니다.

그런데 김효주에게 LPGA투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말이 안 통하고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것은 기본이고  매주 비행기나 자동차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니 운동할 시간이 없어 몸에 근육량이 줄고 체중도 빠지면서 샷의 비거리까지 짧아져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5년 파운더스컵 우승 이후 2016년 1월 개막전(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에서 우승한 것이 LPGA 통산 3승째였고 그 다음부터 부침을 거듭하며 좀처럼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24개 대회에서 컷 탈락 4회, 톱텐 진입은 5회뿐입니다.

2015년 LPGA무대에 같이 데뷔한 김세영(2015년 3승·2016년 2승), 장하나(2016년 3승), 그리고 2015년 US여자오픈(메이저) 우승과 올해 에비앙챔피언십(메이저) 우승으로 신인왕을 확정지은 전인지와 비교돼 '슬럼프가 온 게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습니다.

김효주는 지난 2주 동안 LPGA 2개 대회에 불참하고 국내에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근육 프로젝트'에 돌입한 그녀를 경기도 남서울 골프장에서 만났습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연습장에 도착한 김효주는 뭔가 불편한 듯 뒷목을 잡고 타석에 들어서면서도 방송 인터뷰가 오랜만이라며
해맑게 웃었습니다.

Q. 목이 불편해 보이는데 많이 아픈가?

"밤에 잠을 잘 못 잤는지 목이 삐끗했어요. 아..안돌아가."

Q.  근력운동 너무 무리해서 한 건 아닌가?

"근력운동 안하다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온 몸에 알이 배겼어요. 팔, 다리, 어깨 안아픈 데가 없어요. 근데 지금 목이 삐끗한 건 근력 운동이랑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아야~목을 못돌리겠어~"

드라이버를 들고 연습 스윙을 해보다가 목 통증 때문에 도저히 안되겠는지 샷 연습은 포기하고 스마트 폰을 꺼내 기자에게 뭔가를 보여줍니다.

"저 요즘 안하던거 해요. 이런 거."
 
자신의 트레이너와 하체 근력 운동하는 과정을 찍은 동영상이었습니다. 김효주는 동영상을 보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안하던 운동하니까 다리에 쥐도 나고 정말 장난 아니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하는데 이제 힘이 좀 생기겠죠?  원래 갖고 있는 샷 기술을 다 써먹으려면 버티는 힘이 있어야 하니까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전문 트레이너와 운동하는 것은 처음인가?

"전에는 선생님 한 분 계셨는데 마사지 위주로 했었고 이번엔 마사지랑 근력운동을 같이 하니까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Q. 김효주는 원래 파워보다는 유연성으로 치는 선수 아닌가?

"네. 그 동안은 근력 운동 안했죠. 그런데 유연성으로 치는데 한계 아닌 한계가 온 것 같아요. 출전하는 대회 수가 많고 이동도 많다 보니까 자동차나 비행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근육이 다 갇혀있는 거예요. 하체에 힘도 없어지는 것 같고. 제가 다운 스윙을 할 때 왼쪽 다리가 흔들리지 않고 버텨줘야 하는데 이게 지탱을 못하고 헛다리 짚는 느낌? 다운 스윙 때 하체가 리드를 해야하는데 무게 중심이 상체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공에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드라이버 거리가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 운동하는거 보고 뒤늦게 깨달은 거죠. 아, 근육을 좀 키워야 겠구나. 결국 전문 트레이너를 찾아갔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나?

"무거운 덤벨을 든다든지 그렇게 큰 근육을 키우는 건 아니고 밸런스 잡는 운동 위주로 하고 잔 근육 운동을 많이하는 편이에요. 제가 막 큰 근육이 생기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게 힘을 쓰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샷 비거리가 얼마나 줄었나?

"왼쪽 다리에 힘이 없어서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니까 다운 스윙 때 무게 중심이 상체에 남아 붕 뜨는 느낌으로 치다보니 공에 힘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더라고요. 드라이버 거리는 확실히 15미터 정도 줄었고 아이언은 거리가 줄진 않았는데 스윙에 힘이 실리지 못하다보니 스핀의 양이 크게 줄었어요. 공을 핀 근처에 세우지 못하는 거죠. 공이 너무 가볍게 날아가다 보니까 힘이 없어. (웃음) (앞)바람이 조금만 불면 공이 뒤로 올 것만 같애.(웃음) 공이 날아가다가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힘없이 떨어져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아무리 세게 쳐도 힘이 전달이 잘 안되니까. 또 뒷바람도 많이 안타요.공이 가벼워서.(웃음) (두손 머리감싸고) 아으~."

 Q.  비거리가 줄면 같은 코스라도 다르게 느껴질 텐데?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이 특히 그랬어요. 작년, 재작년보다 올해는 코스가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물론 비가 왔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길었어요.완전히 다른 골프장에 온 느낌? 지금 머릿 속에 두 개의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9번 홀 (파5)은 예전엔 페어웨이가 무척 딱딱해서 공이 많이 굴러갔어요. 드라이버 티샷 치고 3번우드나 5번우드로 세컨샷 치면 온그린 되거나 그린 바로 앞에까지 갔었는데 올해는 드라이버 치고 3번우드 치고도 90미터나 남더라고요. 물론 비가 와서 런(run:공의 구름)이 없다는 걸 감안해도 너무 많이 차이가 나서.. 어떻게 거리가 이렇게 안날 수가 있지? 충격적이었어요. 또 하나는 4번 홀(파4)이었는데 거기가 좀 길거든요? 앞에 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홀인데 드라이버로 페어웨이에도 못올릴 뻔 했어요.(웃음) 간신히 해저드를 넘겼어요. 이건 뭐지? 초등학교 때 보다도 안나가는 느낌?"

Q. 지금 이렇게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성적이 곧 좋아질 것 같은가?

"그럼요. 솔직히 슬럼프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았은데 저는 아니라고 얘기했죠. 잠깐 쉬는 타임이라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제 근력 키워서 하체에 힘이 붙으면 자연스럽게 스윙 밸런스도 찾고 자신감도 다시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Q. 다음 우승은 언제쯤 목표로 하고 있나?

"구체적으로 이 대회다..라고 생각은 안해봤어요. 일단 몸을 먼저 만드는게 먼저니까 몸을 만들고 나서 다음 대회 쳐보면 느낌이 올 것 같아요. 올해는 남은 대회 중에서 토토 재팬클래식과 CME 투어챔피언십 2개 대회만 출전할 예정인데 생각보다 우승이 빨리 올 수도 있겠지만..(웃음) 조급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내년 시즌도 있으니까. 아무튼 오래 걸리진 않을테니까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것 같아요."

Q. 선수로서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물론 메이저 대회죠.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하고 싶은 게 메이저 대회니까요. 메이저를 빼고 꼽으라면 내년 4월 소속사가 주최하는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하와이에서."

Q. 이번에 인천에서 열린 LPGA 대회 때 보니까 여전히 따르는 열성 팬들이 많던데?

"그 대회에서 제가 나흘 내내 오전 8시 대에 티오프 했었는데 많은 팬들이 새벽 잠 설치고 대회장 찾아 오셔서 첫 홀 티샷부터 응원해주시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고맙고 다음은 성적이 안나서 미안하고, 그래서 더 내가 더 잘해야겠다 이런 생각이요. 또 이번에 박세리 프로님 은퇴식 때 그 자리에 있었는데 박 프로님 아주 멋졌어요. 감동적이었고 저도 눈물날 뻔 했는데 꾹 참았어요. 박프로님이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실 때 뭔가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왔어요. 저도 박프로님처럼 은퇴할 때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은데.. 가만있자, 그럼 앞으로 몇승을 더 해야 하나? (웃음)"

김효주는 다음주 일본에서 개막하는 LPGA 토토 재팬클래식에 출전해 통산 4승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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