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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항공기 10편 중 2편은 지연…웬만하면 다 '면책'

기상악화로 인한 지연은 2%도 안 돼

[취재파일] 항공기 10편 중 2편은 지연…웬만하면 다 '면책'
“공항 혼잡, 연결지연 핑계로 2시간 30분이나 늦게 출발합니다. 휴가철에 너무 많이 표를 남발한 듯합니다. 같은 시간 다른 항공사는 지연 없습니다. 김포에 못 내리고 인천에 내려주는 어이없는 일이 말이 됩니까? (8월 6일 아시아나항공 이용 승객)”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10시간째 바퀴를 고치고 있습니다. 인천에 도착해서 추석 명절을 보내기 위해 지방으로 가는 리무진을 타야 하는데, 그 리무진도 예약 취소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도 막막합니다. (9월 13일 중국에서 대한항공 이용 승객)”

항공기 지연으로 휴가와 명절을 망쳤다는 시청자들의 하소연. 비행기 여행은 큰 맘 먹고 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교통수단이나 다른 일정과 연계돼 정시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기의 지연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4년 7.5%였던 국내선 항공기 지연율은 지난해 10.4%로 뛰었다. 올 들어 8월까지는 무려 19.2%다. 여기서 지연율은 출발 또는 도착시각이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은 경우다. 국내서 10편 중 2편이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는다는 것은 비행기 여행의 특수성과 정시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감안할 때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는 올해 지연율이 30%에 육박했다. 아시아나와 이스타항공도 20%를 넘었다.
항공사별 국내선 지연율
20%에 가까운 국내선 항공기 지연율은 국제선이나 다른 나라 국내선과 비교해도 문제가 있다. 비록 상승 추세에 있지만 국제선 지연율은 5% 수준이다.
항공사별 국제선 지연율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여행이 훨씬 보편화돼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국내선 지연율은 10% 미만”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기 지연율 상승은 1차적으로 항공여객 수의 빠른 증가 때문이다. 2014년 11%, 2015년 9.8% 증가했다. 2015년 항공여객 수는 9천만 명에 육박한다. 항공여객 수 증가에 편승해서 항공사들이 무리하게 비행 스케줄을 편성한 책임도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포화상태에 이른 제주공항의 문제와 항공사들의 촉박한 편성이 겹치면서 지연율이 급속히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공기 지연운항의 87.6%는 ‘접속지연’ 때문이다. 접속지연이란 동일한 비행기가 여러 구간을 운항하는 경우, 이전 구간에서 운항지연이 발생하면 후속 항공편 출발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국내선 항공편의 85%는 김포~제주 노선이다. 같은 비행기로 하루에 김포와 제주를 여러 번 왕복 운항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밀리면 이후 항공편이 계속 지연되는 것이다. 사실 기상악화로 인한 항공편 지연은 전체의 1.9% 밖에 안 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비행 스케줄 현실화, 예비 항공기 확대 등의 대책과 장기적으로 국제선(특히 중국, 동남아 노선) 항공로 복선화, 제주와 김해공항 인프라 확충 등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매분기마다 항공사별 지연현황을 발표해 항공사들의 경각심도 높일 계획이다. 지연율이 높은 항공사에게는 임시편 편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무엇보다 항공편이 지연될 경우 소비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게 지연율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데 효과가 클 것이다. 현재 항공기 지연보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쟁해결 기준에 따른다. 지연 시간이 길어질수록 배상액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합의를 권고하는 방식인데다, 항공사 면책사유가 너무 광범위하다. 기상 악화, 항공기 접속지연, 예견치 못한 정비 문제 등이 모두 항공사 면책사유로 돼 있다. 앞서 지적됐듯이 항공편 지연의 절대 다수가 ‘접속 지연’인데 이 게 모두 면책사유라면 사실 이런 분쟁해결 기준은 소비자 보호와 거리가 멀다. 국토부와 공정위가 면책사유를 축소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니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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