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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IS 격퇴전의 불청객 '터키', 무슨 꿍꿍이로…

[월드리포트] IS 격퇴전의 불청객 '터키', 무슨 꿍꿍이로…
이라크에서 IS의 최대거점인 모술을 탈환하는 작전이 전개됐습니다.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 이라크 쿠르드족의 페쉬메르가, 국제동맹군의 공습 지원까지 대규모 연합군이 결성됐습니다. 이라크 정부가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동원 병력은 적게는 3만에서 많게는 1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전투병력만 따지면 3만에 가깝고, 경계와 지원임무까지 합치면 10만에 가까울 겁니다. 모술은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주변에 유전이 많습니다. IS는 2년전 모술을 닷새 만에 기습 점령한 뒤 곧이어 ‘이슬람 국가’를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세력을 쭉쭉 키워갔습니다. 이미 라마디와 팔루자 등을 잃은 IS로선 모술까지 잃으면 사실상 이라크에서 기반을 모두 상실하는 동시에 돈줄까지 끊긴다고 보면 됩니다.
모술로 진격하는 이라크군
● 초대받지 않는 손님 ‘터키’

IS 격퇴전의 운명이 걸린 전투인데 여기에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술탄의 후예’터키’입니다. 터키 자신들도 모술 탈환작전에 동참하겠다는 겁니다. 터키가 내세우는 명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모술 주민 보호이고, 두 번째는 이미 터키군의 주둔입니다.

터키군은 2년전부터 이라크 정부의 요청으로 북부 ‘바쉬카’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터키군은 그 곳에서 이라크 수니파 민병대를 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술 작전에도 자신들이 훈련시킨 3천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터키 정부는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터키는 이번 모술 탈환에 동참하겠다며 바쉬카 기지에 기존의 1천 명의 병력에 새로 2천 명을 추가 배치했습니다.

이라크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뒤섞인 나랍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사이크스-피코 협정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영국과 프랑스가 그 땅을 제 맘대로 편하게 나눠가지기 위해 자대고 선을 긋듯 각 나라의 국경선을 인위적으로 정한 비밀 협약입니다.

이로 인해 한 부족이 두 나라로 갈리고 앙숙인 부족들이 한 나라에 섞이는 갈등의 불씨가 싹트게 된 겁니다. 이라크나 시리아도 시아파끼리, 수니파끼리 나눠놨으면 아마 오늘 같은 불행은 잉태되지 않았을 겁니다.

현재 이라크에선 시아파가 60%, 수니파가 40% 정도인데 현 정권은 시아파가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사담 후세인은 수니파였는데 그 잔당이 IS에 많이 가담을 하게 됐죠. 이라크의 동부와 북부는 수니, 서부와 남부는 시아파가 많이 모여삽니다.

그 가운데 모술은 이라크의 제2 도시이자 수니파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 대부분도 수니파입니다. IS가 모술을 점령해서 쉽게 장악하고 통치할 수 있는 배경도 주민 대부분이 수니파인 영향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터키도 수니파입니다. 터키는 이라크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모술을 탈환하면 그 안에 있는 수니파 주민들에 대한 대량학살이 자행될 수 있어 자신들이 주민을 지켜야겠다고 주장하며 모술 전투에 끼워달라고 우기는 겁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모술에 수니파가 남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터키군
이라크 알 아바디 총리는 “무슨 소리냐? 너희가 점령군이냐? 모술은 이라크인이 되찾을 것이다. 남의 힘은 필요없다. 바쉬카 주둔도 주권침해이니 떠나라”며 터키의 동참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터키도 고집을 꺾을 기미가 없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알 아바디 총리, 당신은 일단 내 대화상대도 못되고 수준도 낮고, 질도 떨어지는 양반일세. 터키군이 누가 떠나라고 하면 떠나는 허약한 군대인 줄 알아?” 라고 되받아 쳤습니다. 양국 정상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모술을 탈환하기 전에 두 나라 군대가 먼저 싸울 판입니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터키를 새로운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또 하나의 종파 분쟁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 시리아는 터키 앞마당?

터키가 또 하나 새로 발을 드밀어 넣은 곳은 시리아입니다. 터키는 지난 8월 남부 가지안테프의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벌어진 뒤 “IS를 국경지대에서 쫓아내겠다”며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했습니다. 시리아 정부와 상의도 없이 맘대로 시리아 영토까지 쳐들어갔습니다.

자라블루스라는 IS 집결지를 빼앗는데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참에 국경지대에서 모든 테러리스트를 몰아내겠다며 알레포 바로 위에 있는 다비크를 점령했습니다. 다비크는 IS의 영문 선전잡지 이름과 같은데 바로 이 잡지를 발행하는 곳입니다.

터키는 자신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돌격대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IS의 수도격인 락까까지 진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락까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알바브’를 다음 목표로 삼았습니다.

당장 미국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IS 격퇴전에서 국제사회의 동참 요구에도 그저 뒷짐만 진 채 관망하던 터키였습니다. 국제동맹군에 비행장도 빌려주고,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도 받아주고, 내 국경은 내가 지키겠지만, 내가 왜 남의 땅에 가서 싸울 필요가 있냐고 되묻던 터키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능가할 정도로 돌변했습니다.

미국은 처음에 터키가 IS를 물리치겠다며 총 들고 나섰을 때는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 이럴 필요까지 없는데” 라는 반응입니다. 터키의 군사행동이 오히려 시리아내 IS를 격퇴하는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우려를 낳는 상황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건 좀 뒤에 가서 설명하죠.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 전선에 뛰어들면서 IS는 새로운 적을 만나게 됐지만 참전 당사국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막아야 할 지, 환영해야 할 지, 내겐 무엇이 유리한 지 불리한 지, 저마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쁩니다.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터키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걸까요? 쿠데타가 일어나서 나라 안을 다스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왜 남의 나라 일까지 그것도 그 동안 못 본 척 하다가 뒤늦게 IS가 수세가 몰린 상황에서 점령군처럼 들어와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걸까요?
모술 인근의 난민캠프
● 터키, “모술 난민까지 받으라고?”

다음부터는 순수한 제 의견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터키의 돌출행동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난민과 쿠르드 입니다.

이라크 모술에 100만~15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IS가 싫건 좋건 그래도 같은 수니파라는 이유, 그리고, 고향을 떠나기 싫은 마음, 떠나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정등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 있을 겁니다. 모술 탈환작전이 격화되면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할 게 뻔하겠죠.

지난해 3월 이라크가 처음으로 탈환한 티크리트의 경우 시아파 민병대는 IS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수니파 주민을 학살하고 고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술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모술은 IS가 이라크의 요충지 라마디를 함락시켰을 당시 월드컵 우승을 한 것처럼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를 올렸던 곳입니다.

그들이 다 IS의 추종자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라크군의 눈에는 ‘배반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주민들이 이라크군이 모술로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요?

유엔을 비롯한 인도주의 구호단체는 모술 주변지역에 난민캠프를 증설하고 있지만 5만 명 규모라고 합니다. 쏟아지는 난민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죠. 그렇다고 모술 주민들이 시아파 지역까지 내려가 갈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아파가 있는 남쪽이나 전쟁중인 서쪽의 시리아, 쿠르드가 장악하나 동쪽 대신 수니파가 있는 북쪽으로 향할 겁니다. 그 곳이 바로 ‘터키’입니다.

터키는 이미 270만~300만 명의 난민이 있습니다. 터키 남부를 가보면 길 양쪽에 난민캠프가 즐비하게 늘어선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난민은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향합니다. 관광도시 이스탄불은 수많은 난민으로 넘쳐납니다. 이들이 거리에서 구걸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터키 입장에선 난민은 포화상태입니다. 그런데, 모술에서 또 수십만 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는 걸 반길 리 없습니다. 그들이 터키로 몰려오기 전에 떠나지 않게 만들고 싶은 게 터키 생각입니다. 그래서, 남이 뭐라건 “IS를 내쫓아도 모술은 수니파가 지키고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터키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새로운 국경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이라크의 국경은 억지로 그려진 인위적인 작품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말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 는 터키의 모술 전투 참전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터키와 쿠르드는 앙숙으로 알려졌지만 KRG와 관계를 좀 다른 듯합니다. 시리아 코바니 전투때도 터키는 KRG의 페쉬메르가 대원이 코바니에서 동족을 도울 수 있게 길을 터주기도 했습니다.

모술은 KRG의 영토 바로 옆에 있습니다. KRG는 영토를 계속 서쪽으로 뻗어가길 원합니다. 그곳에 수많은 유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라크 정부가 가만히 볼 리 없겠죠. 그러니 터키를 개입시켜 이라크 정부를 견제하는 효과를 원하고 있습니다. 쿠르드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터키도 모술 참전 근거로 ‘KRG의 요청’을 내걸고 있습니다.
모술 탈환에 앞장서는 쿠르드족
● ‘쿠르드’ 잘 되는 건 절대 못 봐

시리아에서는 좀 상황이 다릅니다. 터키는 시리아와 접한 국경지대에서 IS를 몰아내겠다고 하지만, 사실 작전 초기를 보면 공격은 거의 시리아 쿠르드족, 즉 PYD 산하의 인민수비대(YPG)에 집중됐습니다. 당시 YPG는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를 동서로 길게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자라블루스라는 지역만 손에 넣게 되면 이라크의 쿠르드족과 연결되는 상황이었죠. 쿠르드족은 내친 김에 독립추진기구를 만들 작정이었습니다. 터키가 이걸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거죠.

터키가 사실 그동안 IS 격퇴전 을 먼산 보듯 한 건은 IS가 쿠르드족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적의 적은 내 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이제이( 以夷制夷 ) 수준은 됐던 거죠. 터키에서 벌어진 테러를 보면, 쿠르드족 관련 행사에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터키 정부가 하루쯤 있다가 IS 소행이라고 주장합니다.

근거는 밝히지 않습니다. 정작 IS가 자기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소프트 타겟을 노린 테러를 하나의 선전전술로 생각하는 IS는 세계 어디서나 테러를 자행하면 꼭 자기 소행이라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유독 터키에서만 단 한 번도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에 IS의 유조차량이 터키로 밀입국 되는 영상은 이미 공개된 지 한 두 번도 아닙니다. IS는 터키 국경을 통해 물자와 대원을 공급하고 원유를 밀매해왔습니다. IS가 쿠르드를 견제해주는 대신 터키와 모종의 암묵적 밀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설까지 나돌 정도였습니다.

그런 터키가 IS를 잡겠다고 뛰어든 건 바로 쿠르드족 때문이죠. 터키가 국경지대에 이른바 ‘비무장 완충지대’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도 쿠르드족이 세력을 확장하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터키가 쿠르드를 미워하는 이유는 자국내 분리독립 투쟁을 벌이는 쿠르드반군 (쿠르드 노동자당 PKK) 때문입니다.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쿠르드족이 세력을 키우면 자국내 쿠르드반군과 연계해 더 거센 독립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틀린 말이 절대 아닙니다. 나라 없는 세계 최대 민족 쿠르드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싸우는 이유도 다 ‘독립의 염원’인 것은 전세계가 다 압니다. 그래도 시리아와 이라크의 쿠르드족과 자국내 반군을 한데 싸잡아서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터키의 사고방식엔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터키가 IS 수도인 락까까지 진격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쿠르드’때문입니다. 자국 국경 근처에서 쿠르드가 활개치는 걸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쿠르드가 시리아 내전에서 공을 세워는 것도 보기 싫다는 겁니다. 미국 등 국제동맹군 편에서 서서 공을 세우면 칭찬을 받을 것이고 칭찬을 받으면 그 대가로 땅을 달라고 할 것이고 그러면 이라크처럼 시리아 안에도 최소한 쿠르드 자치정부가 세워질 걸 누구도 아니라고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 ‘계륵’ 터키, 주름살 늘어가는 미국

락까를 공격하는데 쿠르드족 YPG에게 지상전을 수행하도록 하려는 미국은 적잖게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쿠르드족을 배제시키고 터키가 밀어주는 자유시리아반군 FSA에게 락까 탈환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왜냐하면 전투 능력이 비교도 안되기 때문이죠. 자유시리아반군이 IS를 몰아내고 쿠르드까지 터키 국경에서 밀어낸 건 터키의 공습능력 때문이었죠. 그건 미국이 더 강합니다. 오히려 터키가 끼어들면서 쿠르드와 터키간 갈등이 확대돼 IS 격퇴전에 혼선만 가중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터키는 이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어디로 튈 지 모를 럭비공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국제사회는 그런 터키를 무조건 무시하고 밀어낼 수 도 없습니다. 난민 사태와 IS 격퇴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300만 명의 난민을 떠안고 있고, 국제동맹군에 항공기지까지 제공합니다.

여기에 터키가 국경을 차단해야 IS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터키의 방종에 가까운 행동을 그냥 놔둘 수도 없습니다. 시리아에서나 이라크에서나 터키는 일단 당사국 정부의 허가 없이 임의로 군사행동을 하는 불법을 저지르는 당사잡니다.

터키로선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쥔 셈이 됐고, 국제사회로선 새로운 고민을 하나 더 떠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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