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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객 황새가 온다…반세기 만의 텃새로 귀환

충남 예산, 경기 안성, 전남 나주 들녘에는 황새 15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황새는 보통 10월초쯤 날아와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3월쯤 시베리아 쪽으로 북상합니다. 계절적으로 철새가 도착하기전이니까 지금 우리나라에 사는 황새는 철새가 아닙니다.한국 교원대 연구팀이 인공으로 번식해 자연으로 돌아간 개체들입니다.
첫 방사는 지난해 9월3일 충남 예산 황새 공원에서 이뤄졌습니다. 암·수 8마리를 들녘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이어 지난 5월과 7월 각각 2마리와 5마리씩 자연 속으로 방사했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15마리가 사육장을 벗어나 야생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황새들의 등에는 위성추적장치가 붙어 있고, 다리에는 개체 인식번호가 씌어진 가락지를 끼워놓았습니다. 위성 추적장치 덕에 황새들의 움직임은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실시간으로 파악됩니다. 한 장소에서 하루 넘게 움직임이 없으면 연구원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황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속히 출동해 확인을 해야 합니다.
야생으로 돌아간 황새들은 대부분 잘 적응해 살고 있습니다. 습지나 하천, 저수지, 논두렁같은 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경기도 안성에 머물고 있는 황새는 길쭉한 부리로 뱀을 낚아채 단숨에 삼켰습니다. 야생 사냥 본능이 살아있었습니다. 인공 사육장에 있던 황새가 언제 저런 사냥습성을 길렀는지 궁금할 만큼 먹이사냥을 잘 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암.수한쌍이 황새공원 주변 인공둥지에 알을 낳고 한 달 이상 알품기를 한 끝에 첫 자연부화에 성공했습니다. 새끼 2마리가 태어났고, 무럭무럭 자라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성깔이 깐깐해 짝짓기 조차도 쉽지 않은 황새가 자연 속에서 첫 부화에 성공한 것은 우리산하에서 야생 황새로 정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준 것입니다.
야생으로 돌아간 모든 황새들이 잘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1년 전 첫 방사한 개체 중 1마리는 지난해11월쯤 일본 가고시마현 까지 날아갔다가 사고로 폐사했습니다. 공항 활주로 근처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공항 자체적으로 소각해 버렸습니다. 한국 교원대의 사고 해명요구에 대한 일본 쪽 설명입니다. 사고당시 사진은 없고, 위성추적장치, 인식표 가락지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피해는 국내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7일 예산에 머물던 황새 1마리가 들녘에서 전신주로 날아가다가 그만 감전사를 당한 것입니다. 날개가 전선줄에 부딪혀 감전이 되자 곧장 땅바닥으로 추락해 죽었습니다. 전깃줄 감전 사고를 당한 황새는 7월18일 자연으로 돌아간 지 불과 20여 일만에 폐사해 더 안타깝기만 합니다. 논과 습지에 머무는 황새는 위협을 느끼면 하늘로 날아올라 전신주나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를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다른 조류들도 마찬가지지만 위험에 본능적으로 대응하는 생존방식입니다. 그러나 공중에 거미줄처럼 널려있는 전깃줄을 피해가지 못한 것입니다.
멸종위기1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는 1945년 8월15일 이전까지 충북 진천,음성, 충남 예산 등에서 흔히 관찰 된 텃새였습니다. 쌀 증산을 위한 농약살포 농법으로 먹이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밀렵 등으로 황새는 1971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뒤 1990년대 중반 시베리아 쪽에 살던 황새가 늦가을에 월동을 하러오는 게 전부였습니다.

한국교원대는 지난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1쌍을 들여와 멸종된 황새 복원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20여 년간 고생한 덕에 지난해 황새 야생방사라는 결실을 본 것입니다. 지금 사육중인  황새는 교원대에 100마리, 예산 황새공원에 60마리가 있습니다. 인공번식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몇 년 전 부터는 황새 출산을 제한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교원대연구팀은 앞으로 매년 황새 10여 마리 씩을 꾸준하게 자연으로 날려 보낼 계획입니다. 야생 개체수가 100여 마리 쯤 돼야 황새가 안정적으로 우리산하에서 4계절 서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황새가 진정한 텃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식환경이 좋아져야합니다. 농약살포를 줄여 황새 먹이인 논 미꾸라지, 개구리 등의 개체수가 늘어나야합니다. 하늘에 그물처럼 퍼져있는 전깃줄의 지중화 사업도 함께 추진돼야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전깃줄에 노란색 안전커버라도 씌워 황새를 보호해야합니다.
멸종된 황새가 돌아온다는 것은 그만 큼 오염된 이 땅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세기만에 야생으로 돌아온 황새가 우리산하에서 오래오래 살도록 잘 보살펴야겠습니다. 그 길이 우리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진객 황새와의 공존공생문화는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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