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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인 가족이 희귀한 세상…"혼자 사는 게 편해"

[취재파일] 4인 가족이 희귀한 세상…"혼자 사는 게 편해"
어렸을 때 교과서에 나오는 가족 삽화는 늘 정형화돼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 아들, 딸 이렇게 4명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게 가장 일반적이었죠. 실제로 4인 가족은 우리나라의 가장 흔한 가구 형태였습니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가구 형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이런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2인 가구 비중이 24.6%로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돼 4인 가구를 밀어냈고, 급기야 2015년에는 1인 가구가 27.2%로 가장 흔한 가구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사실 1인 가구는 1990년만 해도 비중이 9%에 불과했습니다. 그랬던 게 비중이 3배 넘게 급증한 겁니다.

반면에 왕년에 주된 가족 형태였던 4인 가구는 이제 그 비중이 18.8%에 불과해 1인 가구 27.2%, 2인 가구 26.1%, 3인 가구 21.5% 보다도 더 보기 드물게 됐습니다. 우리의 가족 개념이 기존 아빠, 엄마, 두 자녀에서 혼자 사는 '나홀로족'으로 급격히 바뀐 겁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혼적령기가 돼도 결혼을 안 하거나 미루는 추세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혼인 건수는 7만2천6백 건으로 1년 전보다 8.6%나 감소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따지면 14만 4천 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가족의 형태, 개념이 바뀌면서 나홀로 소비족을 겨냥한 상품들이 대세가 되는 등 우리 생활상도 변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더 이상 대형 아파트는 거의 설 곳이 없습니다. 1인 가구가 살기 적합한 초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다보니 건설사들도 대형보다는 소형 아파트 위주로 구성된 단지를 잇따라 분양하고 있습니다. 이번달부터 앞으로 석달간 전국에 입주 예정인 아파트 7만 3천여 가구 가운데 무려 91%가 85제곱미터 이하 소형 아파트일 정도입니다.

식생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 대형마트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생닭 반마리, 무 반토막 등을 판매하는 건 물론이고, 아예 1인 가구를 위해 소량으로 구성된 식재료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끓이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도 인기를 끌어 이런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780억 원에서 올해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소비 규모에서도 '나홀로 가구'가 큰 손으로 떠올라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지난 2010년 60조 원이었지만, 오는 2020년에는 120조 원, 2030년에는 19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4인 가구의 2030년 소비지출 규모 전망치가 178조 원 수준인 걸 보면 소비 규모에서도 1인 가구가 4인 가구를 압도하게 되는 셈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와 이에 따른 생활상의 변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통계청은 "1인 가구는 여성 등 경제활동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적으로 늘어난다"며 "대학생이 되면 타지로 유학을 많이 가는 점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결혼이 필수가 아닌 여러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가 되는 추세가 이미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경제적 여건도 결혼 기피의 주원인이지만, 요즘은 여유가 돼도 결혼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거 같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왜 결혼 안 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을 하더군요. "혼자 사는 게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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