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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③

[취재파일] 검찰의 해운대 엘시티 더 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③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의 엘시티에 대한 유별난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민간 사업자 공모 선정에서부터 허가과정에 이르기까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에서 사전 기획 개발의 악취가 풍겨 나옵니다.

현실성이 없는 사업계획서로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뒤 “사업성이 없다”며 스스로 자기 부정하는 엘시티와 공공 개발의 취지를 부정하고 ‘주거 단지 허용’이란 상업개발의 길을 열어 준 부산시와 도시공사의 특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 엘시티는 거대한 수직도시…환경영향 평가도 받지 않았다
엘시티 조감도
엘시티는 건축면적 35,751㎡ 연면적이 661,134㎡로 여의도 63빌딩의 4배 가까운 거대한 수직도시입니다. 더군다나 불과 폭 5m 되는 해운대 백사장 해변 길을 사이에 두고 건설되는 국내 유일한 초고층 복합주거공간입니다. 이런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는데 놀랍게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 부산시의 환경영향평가 대상은 시 조례로 대지면적 기준 15만㎡ 이상으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는 받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초고층 건물에 대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지면적 기준이 일반적 이었겠지요.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본격적인 마천루 즉 수직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전경
서울시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서울시의 환경영향평가 기준은 시 조례로 연면적 10만㎡ 이상입니다. 초고층건물이 주변 환경영향에 미치는 사회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제2롯데월드에 대한 허가 심사를 하면서 두 차례나 롯데측이 마련한 시안을 반려하며 환경영향평가를 깐깐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생태면적을 당초 18%에서 38%로 높여 2만6천여㎡ 부지에 녹지와 수변공원을 조성토록 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천억원이 넘는 거액입니다. 건폐율은 51%에서 42%로 낮췄고 연면적도 83만여㎡에서 78만여㎡로 낮췄습니다.

서울시의 기준으로 볼 때 엘시티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고도 한참 남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시민환경단체의 숱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직도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공공을 위한 생태 면적은 아예 없었습니다. 연면적도 거의 차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엘시티를 위한 엘시티만의 개발 허가”를 내 준겁니다.

시민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부산시는 마지못해 엘시티에 대한 건축허가가 난 뒤인 2012년 1월에야 연면적이 10만㎡ 넘거나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시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 해운대 해수욕장의 생태에 미치는 환경영향 제대로 검증 못해
엘시티에서 바라 본 해운대 해수욕장
더 큰 문제는 해수욕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입지적 환경입니다. 이 거대한 수직도시가 탄생하는데 전 국민의 공공재인 해운대 해수욕장에 미치는 생태 환경적 영향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객관적인 검증을 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된 겁니다.

해수욕장 주변의 난개발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국내외 몇 가지 사례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1) 태국 파타야: 한 해 2백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죠. 그러나 파타야 해변은 이제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60여 년 전인 1952년 해안 모래사장의 폭은 36m 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불과 4~5m 로 축소돼 관광객 없는 쓸모없는 관광지로 전락했 습니다. 태국 관광국이 해마다 모래를 갖다 붓지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해안을 따라 설치한 옹벽과 도로, 대형건물 등 인공구조물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 구조물들이 바닷바람의 자연스런 흐름을 차단해 해안 모래 퇴적을 방해하고 모래 유실 을 초래했다”고 지적합니다.
광안리 해수욕장
2)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한 때 해운대 해수욕장과 함께 부산을 대표했던 곳이죠. 그러나 광안리도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민락동 쪽 백사장은 부적합한 점토질 모래가 퇴적돼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남천동쪽 백사장도 하수 유입으로 큰 비가 올 때마다 모래 유실을 초래합니다. 백사장 중앙은 폭이 불과 10여 미터에 불과 합니다. 2,30년 전만 해도 폭 40여 미터와 큰 대비가 됩니다. 그래서 해마다 수십억 원을 들여 질이 좋지 않은 서해 모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부산대 토목공학과의 시뮬레이션 결과 “민락동 매립지와 남천동 매립지의 영향으로 모래 흐름이 차단되고 바람의 흐름이 왜곡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그 결과는 뭘까요? 시민과 관광객들의 외면입니다. 광안리 는 이제 해수욕장 기능보다는 해변을 낀 위락단지로 변했죠.
 
3) 해운대 해수욕장: 해운대 해수욕장도 광안리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모래 유실로 수억원 을 들여 외부에서 모래를 공급해 왔습니다. 해안 옹벽 설치로 춘천으로부터 모래 공급이 차단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동백섬과 미포쪽 백사장은 모래 유실로 암석이 드러나기 시 작해 해마다 범위가 확대돼 왔습니다. 또 지난 2009년 6월에 집중 호우가 내렸을 때 엘 시티 바로 옆에 있는 ‘팔레드 시저’ 대형 콘도의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해 사상 초유의 백 사장 유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땜질식 처방으로는 더 이상 방법이 없게 되자 지난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무려 예산 435억원을 들여 백사장 확장 공사 를 했습니다. 그 결과 백사장 폭이 3,40m에서 80m 이상 넓어지게 됐습니다. 난개발의 대가로 거액의 세금이 투입된 겁니다.
 
이 외에도 부산의 송도 해수욕장도 해마다 수억원을 들여 모래를 공급하고 있으며 다대포 해수욕장은 을숙도 하구둑이 생긴 뒤 거대한 점토질 모래톱이 생겨나고 인근 신평 장림공단의 오염수 유입으로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강원도 동해안 104개 해변 가운데 침식이 진행되는 곳은 80곳이고 이 가운데 매우 심각한 침식이 진행되는 곳도 21곳이나 됩니다. 해안 구조물 설치와 무분별한 모래 채취 그리고 높은 파도가 증가한 이유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해수욕장 코앞에 거대한 수직도시가 건설되는 데도 불구하고 해수욕장 생태에 미칠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겠죠.
 
● 초대형 건물로 인한 바람의 피해도 큰 문제: 풍도 7 규모에 맞먹어
엘시티 공사 현장
부산대 지질환경시스템학부 손문교수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101층 짜리 초고층 건물과 85층 짜리 건물 두 동이 들어선다면 건물로 인한 바람 세기 즉 풍도가 지진에 비유하면 강도 7 규모의 초강력 바람이 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즉 초대형 건물이 바람의 흐름을 왜곡, 변질시켜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엘시티 측은 수차례에 걸쳐 설계 변경을 했습니다. 당초 118층에서 108층으로 높이를 낮췄다가 다시 101층으로 낮췄습니다. 또 2개 타워가 연결된 구조에서 3개 타워가 독립된 구조로 변경했습니다. 시행사측은 “바람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건물 뒤편 조망권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의 초강력 샛바람으로 인한 인근 건물이나 사람의 안전 문제는 크게 우려됩니다.
 
● 해안 경관, 스카이라인 붕괴와 일조권, 조망권 피해도 무시 못해

해운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은 지하화 돼 있습니다. 인근 송림공원은 엄격하게 개발 제한돼 있습니다. 호안도로변 건축물은 높이 50m 이하로 제한돼 있었습니다. 부산시가 난개발을 막고 해안 경관과 스카이라인 보호를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취해 온 개발제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이 한 방에 무너졌습니다. 엘시티 허가로 인해섭니다.

높이 400m가 넘는 초대형 건물로 인한 일조권과 조망권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 엘시티 내 워터파크, 해수와 지하수를 끌어 쓴다?
포디움 조감도
엘시티 초고층건물 101층 한 동과 85층 두 동 등 세 건물 아래쪽을 둥글게 연결하는 지하 5층 지상 7층의 건물(포디움)에는 온천과 물놀이 시설 쇼핑몰 등 편의시설이 들어섭니다.

그런데 엘시티 시행사는 물놀이 시설에 공급될 해수를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끌어 선다는 계획입니다. 이럴 경우 방류 문제가 있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방류할 것인가 하는 문젭니다. 물론 대규모 정화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염을 완벽 제거 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주변 해역의 수질 악화가 크게 우려됩니다.

엘시티측은 대규모 온천 개발도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인근에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해운대 온천 단지’가 있습니다. 대규모 온천 개발에 따른 인근 온천 단지와의 마찰이 우려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된 영향 평가가 없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이처럼 예상되는 모든 문제는 무시됐습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됐다면 최소한 1년 4계절 해양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진행됐을 겁니다. 그리고 문제에 따른 대안 마련도 가능했을 겁니다. 물론 제한적이긴 하지만.

● 우려되는 지구 온난화와 태풍 피해…초고층 건물 안전한가?
태풍 치는 해안
지난해 9월 네이쳐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연구진은 “아시아 지역을 강타하는 태풍의 파괴력이 지난 40년 동안 약 50% 정도 강해졌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풍의 최대 풍속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약 40년간 평균 바람의 세기 가 강해졌고 폭풍과 높은 파도 폭우 홍수의 피해 수준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겁니다. 테풍의 강도가 15% 상승함에 따라 태풍의 파괴력은 5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의 이유로 ‘지구의 온난화’를 들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폭풍 규모를 키우고 태풍의 풍속을 높이는 더 많은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를 이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웨이메이 교수는 “태풍의 파괴력은 아주 많이 강해졌다. 사람들은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영국 레딩대학교 에드 호킨스 교수는 1850년~2016년 지구 전체의 온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167년 간의 지구온도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을 공개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961년~1990년에 이상기후 증상이 뚜렷하게 시작됐고 1980년대 후반과 1990년 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고온을 뜻하는 붉은색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킨스 교수는 “ 이 그래픽 지도가 주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다. 해가 지날수록 지구 표면 온도가 급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와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이 네이처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2100년까지 해수면이 1.8m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3년 전 유엔 산하 기구가 예측한 98cm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기존 분석에서 빠져 있던 남극의 거대한 대륙빙하와 빙벽이 녹는 것까지 반영한 결과입니다.

부산발전연구원도 지난해 “해수면이 2m 상승하면 해운대 마천루 일부 지역이 침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수면이 지난 40년간 평균 10cm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마다 평균 2.48mm 상승한 것으로 유엔 산하 기후변화 기구에서 발표한 전세계 평균값 2.0mm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남해안의 상승률이 가장 높아 연간 평균 2.89cm 상승한 나타났습니다. 제주에서는 이미 용머리 해안과 우도 천진항, 한경 신창항. 조천 신촌항, 서귀포시 강정항 남원 위미항 등의 침수피해가 가시화 되고 있습니다.
 
갈수록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고 바람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고 침수 피해 지역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건설되고 있는 101층 짜리 마천루는 안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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