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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병 고치려던 의사 탈북자…유리창 닦다 참변

<앵커>

북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가 10년 전 탈북해 한국으로 온 김성구 씨입니다.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가족을 모두 데리고 사선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뚜렷한 직업도 없이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다 최근 빌딩 청소를 하는 한 업체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그런 그가 빌딩 유리창을 닦다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한 탈북의사의 굴곡진 삶을 손형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함경북도 청진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던 김성구 씨는 아내의 간 질환 치료를 위해 남한행을 결심했습니다.

북한 의술로는 치료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김 씨 가족은 지난 2006년 남한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삶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생활비와 병원비 마련에 허덕이던 김 씨는 돈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뭐든 했습니다.

[유가족 : 주말을 쉬어 본 적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사셨습니다.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병원비를 모아왔고요.]

한 대기업이 출자한 청소업체에 다니며 월급 140만 원을 받아 생활했지만, 김씨는 자신의 직장과 일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일기장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같은 긍정적인 표현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딸에 대한 사랑과 북에 두고 온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내용도 절절이 담겨 있습니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가던 김씨의 삶은 하지만, 일터에서 끝나고 말았습니다.

지난 13일 회사 빌딩 유리창을 닦다가 14m 지하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사측의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라고 주장합니다.

[동료들한테 여쭤봤습니다. (안전)교육이 없었다는 증언을 들었고요. 공간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유족들은 사측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이 나올 때까지 장례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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