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는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마루체조에 무용, 발레 등의 요소를 가미해서 탄생한 체조 종목입니다. 당시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여성들이 균형 잡힌 자세를 통해 신체적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술체조’라는 종목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보급했는데, 이것이 리듬체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96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제1회 세계 대회가 개최되었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러시아를 비롯해 동유럽 국가들이 리듬체조 강국인 이유는 바로 이러한 오래된 역사를 거쳐 누적된 교육 인프라가 잘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리듬체조 분야에서 동양인이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건, 서양인에 비해 체형 등의 조건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에 체조 선수를 육성할 교육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힙니다.
리듬체조에 대한 지원도 관심도 부족한 환경에서, 손연재 선수 역시 세계적인 리듬체조 스타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시련을 견뎌야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리듬체조에 소질을 보여 온 손연재는 국내에서의 교육에 한계를 느끼고 17살 때 러시아로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한 달 비용만 무려 3천만 원, 손연재는 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생활했습니다. 국제 대회 참가비조차도 부담스러워 시합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경제적 문제도 힘겨웠지만, 동양인에 대한 차디찬 시선도 견뎌야 했습니다. 몇 년 전 손연재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유학 생활 때 러시아 선수들 눈치를 보며 매트 귀퉁이에서만 연습할 수밖에 없어 서러웠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습니다.
리듬체조 세계 랭킹 5위인 손연재는 오는 19일(한국시간) 개인종합 예선 출전을 시작으로 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메달을 향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선 세계 랭킹 1,2,3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선수들을 넘어야 합니다. 손연재가 그동안 흘렸던 땀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대됩니다.
[비디오머그] '앗 눈부셔' 리듬체조 손연재, 환한 미소로 리우 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