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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포츠와 예술 ② 코파카바나 해변로를 닮은 올림픽 개막식 무대

[취재파일] 스포츠와 예술 ② 코파카바나 해변로를 닮은 올림픽 개막식 무대
리우올림픽 개막식 무대는 여느 올림픽 개막식 무대와 달랐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커다란 타원형이나 원형’을 벗어난 ‘울퉁불퉁한 형태’는 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브라질 지도 모양인가. 언뜻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혹은 브라질 역사와 문화를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특유의 무늬인가. 전형적이지 않은 모양의 무대에서 펼쳐진 퍼포먼스는 이방인에게는 더욱 이국적이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개막식이 끝난 뒤, 관련 SNS을 훑어보다가 무대에 대한 궁금증을 깔끔하게 해소해주는 트윗을 발견했다. 한 조경회사에서 올린 트윗으로, 개막식 무대는 ‘로베르토 브룰레 막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한 조경회사가 올린 트윗. 올림픽 무대 모양이 브룰레 막스의 작품을 닮아있다는 내용
상파울루 출신의 브룰레 막스(1909~1994)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조경가이다. 조경 뿐 아니라 회화, 디자인, 패션에까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친 예술가로 평가되고 있다. 막스는 60여 년 동안 무려 2,000개가 넘는 정원과 건축물을 남겼다. 대부분은 리우데자네이루에 남아 있다.

1965년 문을 연 플라멩고 공원이 바로 막스의 작품이다. 당시 리우 시당국은 과나바라만 인근의 이 지역을 고속도로와 주거지로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막스는 강력히 반대를 하고 나섰고, 직접 공원 디자인을 맡아 전체 리우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했다.
코파카바나 산책로, 브룰레 막스의 대표작
그리고 리우 시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코파카바나 해변의 산책로는 막스의 대표작 가운데 대표작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하나의 회화 작품으로 보이는 작품이다. 기하학적인 무늬 같기도 하고, 물결무늬 같기도 하다. 막스가 자신의 작품에 즐겨 사용하는 스타일로, 이번 리우올림픽 개막식 무대에도 그대로 옮겨온 바로 그 모양이다.

막스는 베를린에서 공부할 당시, 베를린의 공원에서 브라질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브라질은 건축이며 조경 모두 유럽을 따라하던 시기였다. 막스는 이후, 브라질 사람들이 촌스럽다며 뿌리쳤던 브라질 토속 자연과 문화를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시작했다.

아마존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특이한 식물과 바위, 남미 특유의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한 정원은 외국인 뿐 아니라 브라질 사람들에게도 획기적이었다. 역시 ‘가장 브라질다운 것이 세계적’이라는 명제는 나라를 막론하고 다 통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브라질다움을 가장 잘 살린 막스는 그렇게 브라질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남게 되었다.

브라질 예술가 막스의 흔적을 담은 무대 위에서 펼쳐진 파사드 형식의 퍼포먼스도 꽤 ‘막스적’이었다. 다양한 색깔의 ‘막스적’인 블록이 튀어나오고, 그 위를 출연자들이 뛰어다니는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비추어졌다. 사실은 무대는 2차원의 평면일 뿐이었지만, 블록이 튀어나오는 듯한 영상을 만들어 입체적인 효과를 낸 것이다. 경제난에 뚝 끊긴 예산 때문에 개막식 비용도 런던 올림픽 때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하는데, 비용 대비 효과를 살려내보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그렇게 ‘가성비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수 억 명의 시선이 쏠린 올림픽 개막식에서 자국의 예술가와 문화를 자랑스럽게 보여준 브라질. 정치 경제적인 불안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카 바이러스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브라질이지만, 이번 개막식을 통해 아직은 ‘브라질의 문화적인 힘’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해 냈다. 올림픽이 단순히 스포츠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한 나라의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되는 이유이다. 

▶ [취재파일] 스포츠와 예술 ① '키네틱 아트' 리우올림픽 성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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