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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인터파크 해커는 왜 돈 대신 비트코인을 요구했나?


1천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터파크 해킹 사건. 경찰은 이번 사건이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해킹의 주체 뿐 아니라 눈길이 가는 점은 또 있습니다. 인터파크 개인정보를 빼간 해커들은 돈이 아닌 비트코인을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해커들은 지난 4일부터 한 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3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송금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왜 해커들은 돈이 아닌 비트코인을 요구한 걸까요?

비트코인은 2009년 등장한 가상화폐입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찾을 수 있는 ATM기,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과 음식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과거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최근의 각 사이트의 포인트나 사이버머니와 뭐가 다른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차이점은 도토리나 사이버머니는 발행주체가 특정되어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대부분 발행기관이나 발행 기관과 연계된 곳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발행주체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실물 화폐처럼 다방면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실물 화폐 시장에 있는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인터파크 해커들이 돈이 아닌 비트코인을 요구한 이유가 있습니다.

●익명성, 추적 불가능성

비트코인을 사용하려면 비트코인 관련 사이트에서 인터넷 상의 지갑(wallet)을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거래 시에는 암호화된 계정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런 암호화 된 계정은 지갑 생성자와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군지 특정하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사실상 완벽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암호화된 계정을 알고 있어도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화폐의 발행 주체로서 중앙은행이 있으면 은행 간의 거래 내용도 확인할 수 있고, 화폐의 일련번호도 기록되어 있으니 마음먹으면 화폐 거래에 대한 추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집중화된 발행주체가 없으니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자신이 누군지 들킬 위험이 없으니, 인터파크 해커들도 돈이 아닌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채굴, 거래, 투기 수단

그럼 애초에 비트코인은 어떻게 얻느냐? 비트코인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사토시 나카모토(가명)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해결하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해 놨습니다. 그리고 2145년까지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의 최대량을 2,100만 개로 제한을 뒀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1,300만 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웬만한 슈퍼컴퓨터가 아니면 수학 문제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개인 PC로 계산 프로그램을 몇 시간 돌려봤자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은 사실상 제로입니다.  이렇게 비트코인을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마치 광산에서 금을 캐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 과정은 채굴(minig)이라고 부릅니다.

비트코인을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비트코인 자체를 돈을 주고 사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외부 조건, 거래되는 사이트, 수요와 공급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이 수시로 바뀌는 겁니다. 2013년 비트코인 1개가 1,200달러에서 1년 만에 30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주식과 비슷한 겁니다. 이런 변동성 때문에 최근에는 비트코인 거래로 수식을 올리겠다는 투자자들까지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개의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이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한 사이트에 따르면 7월 29일 현재 비트 코인 1개 가격은 약 75만 원 수준입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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