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스승의 날 선물도 부정청탁?…김영란법 쟁점 4가지

[리포트+] 스승의 날 선물도 부정청탁?…김영란법 쟁점 4가지
공직자가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를 목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들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Q 식사를 대접받을 경우 한도는 얼마일까요?
Q 사교와 의례를 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선물 가격의 한도는 얼마일까요?
Q 경조사를 목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화환은 얼마까지 가능할까요?

정답은 3만 원, 5만 원, 1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은 부정청탁 방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에 ‘수수 금지 금품 등의 예외사유’로 명시된 상한액수입니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와 유치원 교원 및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식사대접, 선물, 경조사비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인 것이죠.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김영란 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데 시행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이 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이번주 목요일(28일) 내려집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안했습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이듬해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을 계기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 확산 방안’을 보고하며 제안된 것이죠. 제안자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국회 통과 이틀만인 2015년 3월 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 등이 포함된 게 헌법에 맞는지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이 이번주에 나오는 것이죠.

쟁점 조항들은 무엇일까요? 김영란법의 위헌 쟁점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부정청탁의 개념 등 법 조항이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는가’, ‘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규정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되는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적용 대상에 넣은 조항이 과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는가’ 입니다.

● 부정청탁의 기준이 모호하다?

첫 번째 쟁점은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해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죄형 법정주의란, 범죄에 대해 어떠한 형벌을 부과할 것인가를 행위 이전에 미리 법으로 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일각에서는 사회상규의 개념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해당 기준에 따라 부정청탁 행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예기치 못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죠.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사회상규의 개념과 판단기준이 이미 여러 가지 판례를 통해 확립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적용과정에서 불명확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부정청탁의 유형도 14가지로 세분화했기에 모호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주장합니다.
● 예외사유 규정은 법률이 아니다?

식사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상한액수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명시된 것도 쟁점 사안 중 하나입니다. 시행령은 법률의 시행을 위해 제안하는 대통령의 명령입니다.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특정 행정기관에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원칙이죠. 상한액이 과태료 부과기준인 만큼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을 통해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의 구체적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해당 사안에 대해 정부가 임의대로 처벌할 여지를 남겨둬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국민권익위원회는 법률에서 1회 100만 원, 1년 300만 원 미만으로 처벌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명확히 명시했다고 말합니다. 3만 원, 5만 원, 10만원 은 식사대접, 선물, 경조사비에 허용되는 최소 기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 배우자 신고의무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은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상한액을 넘는 식사를 대접받거나 금품을 받으면 자진신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 위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김영란법과 유사한 법은 국가보안법이 유일합니다. 사실 국가보안법도 친족이면 감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13조에 배치되고 '연좌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연좌제는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의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죠. 배우자 신고를 강제한다는 점에서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조항이라고 말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해당 조항이 신고의무를 불이행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으로 형벌의 자기책임 원리에 적합하다는 입장입니다.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경우라도, 공직자에 대한 금품수수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신고의무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많죠.
● 언론인과 사립교원이 포함되는 것은 과잉입법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쟁점의 대상입니다. 국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이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에 식사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의 상한액을 적용하는 것은 과잉입법금지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언론인에게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권을 과다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언론인의 취재원 접촉이 어려워져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사립학교와 유치원 교원 역시 사학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입장입니다.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 등 공공성이 큰 다른 민간영역이 제외된 것에 대해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며 위헌요소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언론이 여론 형성이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에 정당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법의 목적이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척결인 만큼, 기본권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죠. 사립학교와 교원도 공립학교 교원과 마찬가지로 공교육을 담당하는 만큼 규제에서 빼는 것이 오히려 위헌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어떻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합니다.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죠. 예컨대 ‘5명 위헌, 4명 합헌’ 결정이 나와도 6명을 채우지 못해 해당 조항은 합헌이 됩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기각(합헌)’, ‘인용(위헌·일부위헌)’, ‘헌법불합치’라는 세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집니다.

기각은 김영란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법의 시행에 문제가 없으며 합헌입니다. 이 경우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존의 시행령대로 김영란법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인용은 헌법재판소가 전체 조항이나 일부 조항에만 위헌 판단을 내리는 경우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제기한 위헌 가능성을 ‘인용’하는 것이죠. 이 경우 위헌 판단이 내려진 법 조항은 효력이 없어집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조항을 제외하고 시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에 위배되는 사안이 포함되어 있으니, 입법기관인 국회가 다시 법 개정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부 조항에서 위헌 판결이 나더라도 9월 28일 법 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치권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즉각 개정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여야의 개정안 합의가 필요하고 농·축·수산물 등 관련 업계의 입장도 반영해야 하는 만큼 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디자인: 정혜연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