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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혐한세력' 황당한 대동단결?…유력 여권후보 조직적 지지 '파문'

[월드리포트] '혐한세력' 황당한 대동단결?…유력 여권후보 조직적 지지 '파문'
'혐한세력의 대동단결?' 도쿄 도지사 선거와 맞물려, 일본 SNS 상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13일 올라온 한 트윗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혐한 단체인 '시키시마카이(しきしま會)'가,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력 여권후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의 선거 홍보를 돕고 있다며 사진을 올렸습니다.
▲ 혐한단체 시키시마카이가 고이케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며 지난 13일 올린 트윗

시키시마카이는 트위터 팔로워가 26,000명이 넘는 대표적인 혐한 단체입니다.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일 한국인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단체)와 더불어, 혐한 시위를 주도하는 극우 단체입니다.

'네트 우익'으로 통칭되는, 극우 성향 누리꾼들도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이케 후보의 조직적인 지원을 다짐하는 혐한 성향 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고이케 씨의 가두유세에서 지원활동을 했다는 식의, 극우 특유 분위기의 트윗들이 자주 보입니다. 그야말로 '혐한의 황당한 대동단결'입니다. 

혐한 세력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으니, 사실 누구를 지원하든 자유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악의적인 인종차별 선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조센징)이 홍보물을 받아가서 다 버릴 수도 있다." 시키시마카이가 올린 글입니다. 교묘하게 인종차별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발언을 중단하라는 상식적인 항의 글에 대해서는,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도 못하냐"라는 식으로 혐한들은 빈정거리고 있습니다.
▲ 한국인이 고이케 홍보물을 가져가 버릴 수도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선동과 그에 항의하는 멘션
▲ 고이케 후보 지지운동을 하는 혐한들…한국에 투자하면 '매국'이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라는 손팻말

중의원 8선 경력의 고이케 유리코 후보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방위성 대신(우리 국방부 장관 격)을 지낸 여걸입니다. 뉴스 앵커 출신으로 자민당 홍보 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당내에서 '잘 나가던' 정치인이지만, 지난 2012년 당 총재선거 즉 총리 결정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아닌 이시바 시게루 당시 자민당 간사장을 지지하면서부터 이른바 '찬밥'이 됐습니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 인기도 많아서, 현재 3파전으로 진행중인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혐한단체가 고이케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이유는 2가지로 보입니다.

첫째는, 기본적으로 고이케 후보도 골수 우파입니다. 일본 최대 우익단체인 '일본회의' 소속입니다. 일본회의 국회의원모임의 부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일본 우익들의 위기감 때문입니다. 앞서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야당들은 이번에 단일 후보를 냈습니다. 유명 저널리스트 토리고에 씨가 야 4당의 공동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후보는 분열됐습니다. 고이케 유리코 후보와 마스다 히로야 후보가 자중지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의 공식적인 추천 후보는 마스다 씨지만, 대중적으로는 고이케 씨가 더 인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야권 단일후보인 토리고에 씨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본 우익들 사이에 퍼지고 있습니다. 혐한의 대동단결(?)은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야권 단일 후보 토리고에 씨(왼쪽), 분열된 여권후보 고이케 씨(가운데)와 마스다 씨(오른쪽)

그렇다면 고이케 후보 측의 반응은 어떨까요? 혐한단체 시키시마카이의 조직적 지지 선언을 과연 고마워할까요? 조용히 표만 찍어 준다면 몰라도, 인종차별 선동을 일삼는 혐한단체의 공개적인 지지 표명은 고이케 후보 측으로서도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빌미가 되겠죠.

고이케 후보 측은, 혐한단체의 지원을 공식 거절(?)했습니다. 고이케 후보 측의 자민당 도의원 오토키타 씨는 지난 17일 트윗을 통해, 시키시마카이가 자신들의 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시키시마카이가 멋대로 사무실에 잠입(?)해 홍보물을 촬영했을 뿐이며, 고이케 후보 측은 시키시마카이의 지원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고이케 후보 측의 해명과 항의가 있었기 때문인지, 시키시마카이는 13일에 올렸던 트윗을 삭제했습니다. 오전까지만 해도 검색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다'는 화면이 뜨는 걸 보니, 오늘(20일) 삭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 고이케 측 트윗, 혐한단체가 멋대로 촬영했다며 관계를 부인…오늘(20일) 시키시마카이는 트윗 삭제

고이케 후보 측의 해명이 나오면서 파문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지만, 여전히 찝찝한 상황입니다. 혐한단체의 지원은 '거절'했지만, 혐한 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공약은 공식화했습니다. 도쿄 제2 한국학교를 위한 부지 제공을 '백지화'한다는 발표가 그것입니다.

전임 마스조에 지사는, 과밀상태인 도쿄 한국학교의 이전 확장을 위해 신주쿠 소재 폐교를 임대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마스조에 전 지사를 만나서 직접 부탁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이케 씨를 비롯한 보수 성향 후보들은, 보육대란 해소를 위한 보육원 부지 확보가 우선이라면서 이 약속을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물론 100% 혐한 세력의 표를 의식한 결정은 아닐겁니다. 보육대란 해소는 이번 도지사 선거의 주요 이슈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도쿄 한국학교를 위한 학교 부지 1곳을 제공하는 약속조차 '백지화'해야 할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혐한 세력의 지속적인 공격과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보육대란 해소 명분으로 '올라탔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혐한 세력의 조직적 지지는 거부하지만, '한국 때리기' 성향의 표는 필요하다는 얘기겠지요.

헤이트스피치 규제 법안이 통과되는 등 일본사회도 공식적으로는 '혐한세력'을 규제하고 나섰습니다. 정치인들도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얽히는 것을 경계합니다. 하지만, 일본사회 특히 인터넷 상에 만연된 '한국 때리기' 풍조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혐한'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역사 문제로 일본을 비난하는 한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일본보다 중국을 중시하는 한국을 혼내줘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특히 보수성향 후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네트 우익의 '한국 때리기' '젊은층의 우경화'는,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위기를 나타내는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악화된 양국 국민감정이 '익명성'에 기대어 노골적이며 감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재특회나 시키시마카이 같은 혐한 단체들의 생존근거이기도 합니다.

이글을 작성하는 중에, 한국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언론 NPO가 해마다 실시하는 한일 공동여론조사 2016년 결과가 메일로 도착했습니다. 한일 두나라 국민이 서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한국인은 61%, 좋다는 응답은 21.3%에 그쳤습니다. 일본인 역시, 한국을 좋아한다는 응답은 29.1%인 반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44.6%를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점은,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양국 국민감정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는 겁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을 좋아한다는 한국인은 15.7%, 좋아하지 않는다는 72.5%였습니다. 나쁜 감정은 10%p 줄고, 좋다는 답변은 6%p 정도 늘어났습니다. 일본인도, 지난해에는 한국이 좋다가 23.8%, 좋지않은 인상이다는 52.4%였습니다. 

특히 상대국에 대해 좋지 않는 인상을 가지게 되는 이유 가운데, 이른바 망언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의 언행을 꼽았던 답변이 양국에서 모두 크게 감소했습니다. 한국은 24.7%에서 14.6%로, 일본은 28.1%에서 17.9%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연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양국 정부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고...) 

한일 관계 개선은 긴 여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 국민감정 악화의 가장 큰 이유가 '역사와 영토문제'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구조적인 '악화'를 관리해 나가는 양국의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민주주의'라는 생각입니다. 인종차별,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 등 약자에 대한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일본 사회의 '민주적 가치'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 근본 해법일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7월 31일 도쿄 도지사 선거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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