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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4번 거짓말 한 검사장, 감싸주기 바빴던 법무부·검찰

[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마부작침] 오늘의 숫자

"10년 전에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샀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지난 3월  진경준 검사장의 해명이었습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넥슨 주식으로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게 드러나 논란이 일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일종의 재테크였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과 서울대 동기이자 평소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는 친분이 알려지면서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취득하게 된 경위를 두고 의심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진경준 검사장은 "친구의 권유을 받아서 내 돈으로 매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평검사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주식 매입 자금 4억2천5백만원을 소유했을까. 진 검사장은 "장모님 등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샀다"고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이 역시 거짓말이었고, 진 검사장은 "넥슨 회사로부터 빌렸다가 몇 달 뒤 갚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특임검사의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를 통해 "공짜로 받은 것"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기소권을 독점하며 타인의 범죄를 처벌하는 검사가 4번의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했고, 그 사이 검찰과 법무부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의혹 초기 법무부는 "개인의 주식 거래"라며 진경준 검사장을 옹호했습니다. 검찰 역시 "본인의 능력으로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매도해 정당하게 차익을 챙겼는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언론의 의혹 제기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비상장 주식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이번 사건을 애써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였을까요. '믿기 전에 의심부터 한다'는 걸 지론처럼 여겼던 검찰인데 항상 제식구 앞에선 유난히 관대했습니다. 검찰은 의혹 제기 석달이 지나서야 특임검사팀을 꾸렸습니다. 속전속결의 압수수색은 인멸 전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수사의 기본 원칙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너무 지났습니다.

4번의 말바꾸기를 한 진경준 검사장은 주식 대금을 넥슨 측으로부터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범죄 혐의를 인정한 건 아닙니다. 대가성이 없었다며 뇌물의 성립 요건은 부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어떤 카드로 진 검사장을 압박할 수 있을까요. 당연한 수순인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특임검사팀의 첫 번째 관문이 될 것 같습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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