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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라마단과 IS의 잇딴 테러, 알아야 할 3가지

라마단은 자기 성찰과 관용의 기간입니다. 이슬람권에서는 ‘성스러운 달’이라고 부르지만 올해는 끔찍한 ‘악몽의 달’이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의 본거지인 시리아.이라크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 아시아까지 테러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각종 미디어를 통해 많이 보셨을 테니 저는 이번 라마단 기간 벌어진 테러를 통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를 다뤄보겠습니다.

● ‘사흘에 한 번 테러’

올해 라마단은 6월 6일부터 시작돼 7월 5일에 끝났습니다. 30일 정도 인데 굵직굵직한 테러만 줄잡아 10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달의 라마단에 사흘에 한 번 꼴로 테러가 벌어진 겁니다.

첫 날 요르단 난민촌의 차량 폭탄 테러(6명 사망)를 시작으로 미국 올랜도 총기난사(6월 12일, 49명 사망), 프랑스 경찰관 부부 살해(6월 14일, 2명 사망), 레바논 기독교 마을 테러(6월 27일, 6명 사망), 예멘  무칼라 자폭테러(6월 27일, 42명 사망), 터키 아나튀르크 공항 테러(6월 28일 44명 사망), 방글라데시 인질극(7월 1일, 20명 사망), 바그다드 상업지구 차량폭탄(7월 3일, 292명 사망), 사우디 시아파 주거지와 메디나 성지 테러(4일 4명)까지 정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릴 틈도 없이 테러가 벌어진 겁니다.
앙카라 테러 (사진=연합)
이번 라마단 기간 동안 발생한 테러의 절반 정도는 이라크 바그다드 상업지구 폭탄테러처럼 IS가 직접 지시하거나 실행에 옮긴 경우지만, 나머지는 IS의 이념에 빠진 추종자들이 벌인 ‘자발적 테러’였습니다.

미국 올랜도 총기난사의 경우 테러범이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어 범행을 벌인 것인지, 아니면 동성애자지만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따돌림이나 동성 애인에게 버림 받은 것에 대한 치정극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테러범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건 사실이니(동성애 증오 또는 치정 범죄를 IS 테러로 포장하기 위해 스스로 물타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IS 추종자의 테러로 보겠습니다.

라마단 기간 테러로 숨진 희생자는 5백명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라마단의 경우 IS가 이슬람국가를 선포한 지 1년을 맞아 이라크 등지에서 테러가 벌어지긴 했지만 지역적 범위나 피해규모에서 올해 같지는 않았습니다.

● 암처럼 퍼지는 IS, 어느새 아시아까지

올해 라마단에서 가장 먼저 눈 여겨 볼 것은 IS와 그 추종자들의 테러 영역이 한층 넓어졌다는 겁니다. 그 동안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IS의 테러는 미국과 유럽(프랑스.터키)은 물론 남아시아(방글라데시)까지 확대됐습니다. 더구나, 이들 테러는 IS 추종자들,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범행이었습니다. 아시아도 더 이상은 IS 테러를 이웃집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걸 의미합니다.

이미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지에선 IS의 아시아 지부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정글에서 IS 대원들이 군사훈련을 받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남아시아까지 뻗친 IS 추종세력은 신장지구를 지나 중국 본토는 물론 아시아의 끝자락인 한국과 일본까지 침투할 수도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테러 (사진=연합)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 점령지의 1/3, 이라크에서는 이미 절반 이상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동시에 상대 전력의 분산을 노려 비대칭 전술인 테러 공격을 집중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IS의 직접 세력권인 역내 전술의 변화를 뜻하고, 역외 테러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피해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IS 추종자들의 테러가 상당히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그동안 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총기 난사가 다수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글라데시 테러의 경우 총기 난사에 멈추지 않고 인질극을 벌일 정도로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테러영역의 확대, 테러기술의 진보가 말해주는 건 그만큼 IS의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든 추종세력이 세계 곳곳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IS의 테러전술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정도로 테러 장비와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신원조사를 철저히 하고, 길거리에 치안요원을 배치하고, 테러 관련 법을 강화하면 이런 위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대테러 대응 시스템 강화와 함께 이슬람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당장 우리사회만 봐도 아직도 ‘이슬람 = 극단주의 = 테러리즘’ 식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IS가 그렇게 만든 것도 있지만 해방 이후 ‘미국 = 절대 선(善)이자 우방’ 으로 생각해온 우리사회가 알카에다와 벌인 미국의 전쟁을 통해 ‘이슬람 = 테러리즘’으로 인식하는 편견이 뿌리깊게 박힌게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이슬람을 악용하는 극단주의자가 나쁜 겁니다.

● 이슬람 성지까지 노린 IS

지난 4일 이슬람권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디나에서 IS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테러장소는 예언자 사원의 주차장 검문소였습니다.

메디나는 이슬람에서 메카와 함께 양대 성지로 꼽힙니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귀족세력에 쫓겨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사실은 피신)한 걸 ‘헤지라’라고 부르는데, 이 헤지라를 이슬람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메디나에서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곳이 예언자 사원입니다. 예언자 사원엔 매년 수백만 명의 이슬람 신도가 순례를 오는 곳입니다. 그러니, 이슬람의 성지를 노린 테러에 이슬람권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묻힌 예언자 사원
IS가 시아파 성지에서 테러를 벌인 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같은 수니파의 성지를 건드린 적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메디나는 수니와 시아를 떠나 이슬람의 원초적 성집니다.(수니와 시아가 뭐가 다른지는 [월드리포트] 1000년 묵은 갈등인가? 수니와 시아 편을 참고하세요. ▶ [월드리포트] 1000년 묵은 갈등인가?…수니파와 시아파
)

IS는 늘 무함마드 시대와 같은 초기 칼리프 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두목을 ‘칼리프’에 올려놓은 집단입니다. 그런 IS가 메디나의 그것도 무함마드가 묻힌 사원을 겨냥했다는 점에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이 점에서 대해 전문가들은 사우디 왕정을 겨냥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사우디 국왕은 ‘두 성지의 수호자’로 불립니다. 여기서 두 성지란 메카와 메디나를 뜻합니다. 사우디 왕실의 정통성과 권력의 근간이 이슬람 성지를 관리하는 권한과 의무에서 비롯된다는 겁니다. 성지를 지키고 수호하는 책임을 맡을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거죠. 이런 사우디 왕실이 자신이 지켜야 할 성지를 공격받게 놔뒀다는 것은 결국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건 사우디 왕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입니다.

사우디와 IS는 ‘와하비즘’이란 공통된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와하비즘은 쉽게 말해 ‘초기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기독교에선 ‘청교도’ 정도로 보면 되겠죠.

아랍에미리트의 한 연구기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면 사우디의 젊은 층 가운데 절반은 IS를 ‘완전한 이단’으로 꼽았지만, 1/3 가량은 ‘때때로 그들의 제기한 주제에 동의한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사우디의 와하비즘과 IS의 초기 칼리프시대로 회귀라는 이념이 궤를 함께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IS는 사우디 왕정은 이 와하비즘을 자신의 정치적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삼을 뿐이고, IS가 처단할 이교도인 미국과 절대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IS는 늘 사우디 왕정이 타락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예언자 사원도 엄청나게 크고 화려하게 개보수를 해서 원래의 검소한 모습은 찾아볼 수 가 없을 정돕니다. IS 입장에선 사우디 왕정이 신성한 사원을 사치스러운 관광지로 변질시켰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IS의 이슬람 성지 테러가 본래의 뜻을 잊어버린 성지를 공격하고, 그 성지를 지키지 못한 사우디 왕정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였다는 겁니다.

여기서 또 하나, 사우디 메디나 테러를 두고 IS는 정작 침묵하고 있습니다. 테러 방식은 IS가 맞는데 스스로 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사우디 왕정에 상처를 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초대 칼리프가 묻힌 성지를 공격했다고 하면 이슬람권 전체에서 역풍을 맞는 게 싫고 두려운 겁니다. 아마도 IS는 사우디 메디나 테러의 배후를 끝까지 주장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자신의 추종자들이 메디나 테러를 보고 자극받아 사우디 왕정에 대한 추가 테러를 벌여주길 기대하겠죠.

● 터키 테러 때면 침묵하는 IS

IS는 테러를 중요한 전술로 삼고 있습니다. “나 죽지 않았어. 여전히 이교도 처단을 위해 몸을 던지잖아. 너희도 보고만 있지 말고 나처럼 이교도 처단을 위해 용감히 나서”라는 메시지를 위해서죠. 예외적으로 메디나 테러처럼 침묵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자신이 벌인 테러는 어떻게든 범행을 자처하고 확인하는 발표를 빼먹지 않습니다. 귀중한 선전도구니까요.
앙카라 테러
그런데 이런 IS가 유독, 늘, 한결같이 침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터키에서 벌어지는 테러입니다. 지난해 7월 터키 남부 수루치 자살폭탄테러, 10월 앙카라 기차역 자살폭탄테러, 올 1월 이스탄불 관광지 테러, 여기에 지난달 이스탄불 공항 테러까지 IS는 침묵했습니다. 테러 직후 터키 정부가 IS의 소행이라고 지목했지 IS는 자신들의 매체를 통해 터키 테러에 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이스탄불 공항테러는 누가봐도 IS 소행입니다.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점이 그렇습니다. IS의 체첸분파가 개입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더구나 엄청난 피해와 충격을 안긴 사건임에도 IS는 내가 했다고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선 아주 요긴한 선전이 됐을 텐데요. 그저 터키 정부의 주장과 발표만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지난 1년간 터키에서 벌어진 일련의 IS 소행 추정 테러를 두고 IS가 일관되게 침묵할 수 있을까요? 수루치와 앙카라 기차역 테러 모두 쿠르드족 지지 행사였습니다. 터키 에르도안 정부는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을 눈에 가시로 보고 있습니다.

이 참에 쿠르드족을 공격해 쿠르드 지지세력을 위축시키고 쿠르드 때문에 테러가 벌어진다는 국민적 반감을 유발하기 위해 IS와 에르도안 측이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두 사건의 테러범은 친형제였다는 게 그런 의혹을 한층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에르도안 정부는 IS와 전쟁을 선포했는데 정작 공격은 쿠르드족에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스탄불 공항테러는 짜고 쳤다고 하기엔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너무 막대합니다. 그 파장도 너무 컸고요. 테러리스트의 국적도 시리아인이나 터키인이 아니고 러시아권이었습니다. 정말 은밀한 거래였다고 하기엔 너무 희생이 크고, 그렇다고 IS가 했다기엔 왜 IS가 침묵하는 지 궁금증이 풀리지 않습니다.

IS는 아직 터키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 건가요? 같은 수니파이기 때문에? 그럼 다른 중동 수니파 국가에선 왜 테러를 저지르고 또 자신들이 했다고 일관성있게 주장하는 걸까요?

사건이 터지자 마자 터키는 IS 조직원의 은신처를 급습해 10여명을 체포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은신처를 파악해 검거했을까요? 그들은 정말 IS 조직원이 맞기는 한 건가요? 아니면 이미 IS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럼 테러리스트를 알고도 그냥 놔뒀다는 건가요? 터키 테러와 IS의 침묵에 대한 이유는 가장 궁금하지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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