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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동결과 삭감"…고장난 테이프

2017년 최저임금 협상이 어김없이 최종시한을 넘겼습니다. 노동계는 현재 최저임금인 시간당 6,030원보다 66% 상승한 1만원 인상안을 제시했고, 경영계(사용자)측은 동결을 주장하면서 대립을 빚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제는 지난 1988년 도입됐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일한 만큼 벌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이익 배분이 공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섭니다. 근로자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서 노동력의 질적 향상과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입법 목적은 매번 협상 때마다 무색했다는 게 근로자 측 입장입니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경영계는 최저임금 최초제시안에서 14차례에 걸쳐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했습니다. 2000년 이후부턴 10차례, 2007년부턴 10년 연속으로 삭감(1번) 또는 동결(9번)을 주장했습니다.

역대 29차례의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 측은 IMF당시를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경영자측은 1990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단 한번도 두 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그만큼 근로자와 사용자의 입장차는 첨예합니다.

이번 협상에서도 사용자는 6,030원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을 깎겠다는 겁니다. 협상이란 양보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하기에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최저임금 협상은 '기울어진 저울'이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경영계는 항상 동결을 주장했고,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영세 상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고용시장이 위축된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주장 뒤에 가려진 것들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대기업들이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을 핑계도구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매년 늘어나 750조 원에 육박하는데도 고용시장은 얼어있고 투자는 위축돼 있습니다. 근로자의 삶의 질은 매년 나빠지는데, 기업 곳간엔 돈이 차고 넘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결정할 때 중소기업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전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의 본질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과다 경쟁, 소비 심리 위축의 결과이지 인건비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대기업이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지나친 욕심을 줄이면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최저 생계비 보장은 국제적 추세입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선 내수진작이 필요한데 이런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섭니다. 우리 정치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020년까지, 정의당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8천~9천원 인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영계에서 동결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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