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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시와 무대응은 정답이 아닙니다, 의원님"

서영교 의원과 '김수민 사태' 그리고 두 야당의 ‘착각’

[취재파일] "무시와 무대응은 정답이 아닙니다, 의원님"
● 의혹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 지난 한 주는 유독 길고 괴로운 한 주가 됐을 것 같다. 지난 21일, 친딸의 의원실 인턴채용 보도를 시작으로 논문 표절 의혹, 친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등록했던 일 등이 거짓말 안 보태고 날마다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니, 특권 챔피언이니 하는 조롱 섞인 비판이 이어졌다. 서영교 의원 자신의 정치인생을 통틀어 아마 이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그것도 하나같이 악재로 말이다.

처음 며칠은 서 의원도 굳이 전화를 피하지 않았다. 숨지 않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해명이라기보다 변명에 가까웠다. 특히 첫 날 친딸의 인턴 채용 보도와 관련한 대답은 문제의 핵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서 의원은 딸의 월급을 정치후원금으로 지급하게 한 이유에 대해 “도의적으로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게 본인의 정치후원금 계좌였다는 것이다. 친딸이 아닌 다른 인턴을 채용했다면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는) 그 돈은 다른 인턴이 받았을 것이다.
친딸을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 자체만 두고 봐도 그렇다. 인턴자리 하나를 구하기가 얼마나 힘들고 눈물겨운지 요즘 취업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딸이 PPT의 귀재였다"(서 의원 본인의 답변) 하더라도 잣대는 너무 무뎠다. 이런 일 한 번 터지면 당에서 ‘청년일자리 TF' 백날 해봐야 도루묵이다.

‘의혹에 대처하는 자세’도 문제였다. “3년 전 일인데 이렇게 저한테 마녀사냥 식으로...”(21일)라는 대답은 이번 일들에 대한 서 의원의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보통 ‘마녀사냥’ 이라는 말은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우거나 누군가를 근거 없이 비난할 때 쓴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언어선택이 잘못됐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이어진 속보가 다 말해줬다. 보통 기자들은 이 정도 상황이면 “뭔가 더 나오겠는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도 '그러면 그렇지'라고 말한다. 논문 표절, 친인척 채용, 사실은 다 기시감이 있는 뉴스들이다. 하지만 3년 전 일이라고 있던 일이 없던 일되는 것도 아니다. 잇따른 ‘의혹 레이스‘는 본인이 자초한 셈이다.

변명 수준의 해명만 이어지다 결국 백기가 올라갔다. 당 차원의 감찰이 결정되고 김종인 대표가 나서 직접 사과했다. 처음 친딸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엿새만이다. 그릇된 특권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대중의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릇된 피해의식으로 대응한 것이 화를 더 키웠다.
●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 무(無)대응에 가까웠던 국민의당

결은 조금 다르지만 김수민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의혹’을 두고 국민의당이 보여준 대처도 별반 나을 게 없었다. 처음 사건이 불거진 게 벌써 지난 9일이다. 선거 끝나고 으레 있는 선관위 고발사건 정도로 시작한 김수민 사건은 어느 덧 언론지상의 사회면과 정치면에 양다리를 걸친 총선 이후 상반기 최대 정치 스캔들로 비화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과 증언, 정계와 학계, 광고계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등장인물 출연에 이제 뭐가 뭐였는지 헷갈릴 정도다. 

일을 키운 주역 가운데 하나로 역시 국민의당을 빼놓을 수 없다. 무대응,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사건이 불거지고 나흘이 지나서야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를 꾸렸는데, 첫 마디부터 기대 이하였다. 주말을 거치며 대중의 관심과 의혹은 이미 저만치 가있는데 “일단 선관위 고발 사안에 한정해서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후의 대응도 너무 느려서 차라리 무대응에 가까울 정도였다. 기자들은 기대를 접고 각자 취재를 시작했고, 검찰 수사는 박차를 가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딴소리만 하다가 일이 커지자 사과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 한때 25%까지 치솟았던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은 15%까지 떨어졌다. 창당 이래 최대의 악재가 된 셈이다.

원인은 비슷하다고 본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역시 제대로 읽지 못했다. 김수민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의혹이 가해지는 이유는 대중이 시샘을 하거나 음모론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청년벤처기업인으로 금배지를 단 30살 여성이 (인터넷 댓글을 인용하면) '알고보니 금수저'였고, 공천과정도 투명하지 못 했는데 당사자들은 아니라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행? 그들만의 관행일 뿐 국민에게는 관행이 아니다. 아니면 아니다, 모르면 모른다, 국민이 알만한 누군가가 나와서 진작 말했어야 했다. 이제는 조금 늦어버렸다.

● 무시?무대응이 과연 정답이었나?

이 와중에 국회에는 인정(人情)이 넘쳤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완주 의원이 첫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22일) 서영교 의원에게 “그냥 무시 무대응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개인적으로야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박완주 의원은 엄연한 당 지도부의 일원이다. 본인 스스로 “제 의견이 당의 의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이쯤 되면 무시와 무대응이 아직도 정치권의 매뉴얼인가 하는 의심도 든다.

여전히 권모술수가 존재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정치판의 특성상 무시와 무대응이 하나의 전략으로 주효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뒤에 누구야”라고 할 아니라 앞에 있는 대중을 더 생각했어야 했다. 사람들도 이제는 알 만큼 안다. 그동안 수없이 봐왔다.

두 야당에 승리를 안겨줬던 지난 4.13 총선 결과는 오만한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속이지 말고 오만하게 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비단 어느 한쪽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쪽이든, 고민과 반성 없는 무시와 무대응의 대가는 결국 싸늘한 국민의 무시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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