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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심야교습에 '중립' 학부모, 알고보니 학원 관계자?

요즘 서울시 교육청 앞이 시끄럽습니다. 서울 시내 학원의 심야 수업시간을 연장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농성과 집회, 기자회견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서울시의회에서 관계자들을 모아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는 토론회를 열었지만, 참석자의 면면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드러났습니다. 노유진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서울시의 현행 조례에 따르면 학원 수업시간은 밤 10시까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걸 초등학생은 밤 9시 중학생은 밤 10시, 고등학생은 밤 11시까지로 조정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인데요, 지난달 말 이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열띤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밤 10시 이후에도 수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지금도 충분히 늦게까지 수업이 이뤄지고 있어서 더 이상의 연장은 안 된다는 반대 측이 팽팽하게 맞선 겁니다. 그런데 토론이 마무리될 때쯤 찬반 비율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발제자를 제외하고 총 6명이 참여했는데, 찬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각 1명, 그리고 역시 찬성을 외치는 보습교육협의회와 반대를 외치는 교육청 학원정책팀장 각 1명, 마지막으로 재학생과 학부모 대표 각 1명으로 얼핏 찬성과 반대가 딱 반반인 것 같지만, 중립일 줄 알았던 재학생과 학부모의 발언이 기존 학원업계와 마찬가지로 찬성하는 기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재학생 학부모 대표 참석자/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주최 토론회 : 저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과 대학교 2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예요. 어쩔 수 없이 입시에 최대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게 요즘 학부모, 저희들 마음입니다.]

특히, 학부모 대표는 동네 지인들이 그러는데 아이들이 학원에서 수업을 못 할 땐 카페나 패스트 푸드점에 모여서 보충수업을 하더라며 부부가 모두 야근으로 늦을 때는 그래도 아이가 학원에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는 이야기를 하며 적극 찬성하는 듯한 말을 이어갔습니다.

노 기자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학부모의 이름을 검색해 봤는데요, 놀랍게도 서울에 있는 한 학원에서 선생님을 구한다는 채용 공고들이 검색됐습니다.

기자가 설마 하며 공고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고는 지난 토론회에 학부모 대표로 참석했던 분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잠깐의 침묵과 함께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에 학원 강사 채용 정보를 올리는 업계 관계자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나중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남편의 학원 일을 도운 것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가끔씩 나와 학원 일을 돕지만, 실무자는 아니고 남편의 일에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으니 부탁하면 공고를 올려주는 것뿐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토론회 참석자 전부를 우롱한 것 같은 처사가 아무런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학부모의 말대로 남편의 학원에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다면 학원에 관한 사안에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적어도 토론회의 다른 참석자들에게 가족이 학원을 운영한단 사실을 알려야 했던 건 아닌지 토론회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토론회를 준비했던 서울시의회 역시 이를 몰랐다고 반응했는데요, 심야 수업 연장을 미리 결정해놓고 토론회를 요식행위로 연 건 아닌지 마저 의심스럽다고 노 기자는 지적했습니다.

▶ [취재파일] 심야교습에 '중립' 입장 대표 학부모, 알고보니 학원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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