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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 축구 '와일드카드' 차출 난항…뭐가 문제일까?

[취재파일] 올림픽 축구 '와일드카드' 차출 난항…뭐가 문제일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리우올림픽 모의고사 격인 4개국 친선 대회를 1승 2무, 2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유럽의 덴마크와 치른 3차전에서 1대 0으로 앞서다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1대 1로 비기면서, 2승 1무를 기록한 덴마크에 대회 우승을 내줬습니다.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올림픽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나이지리아와 ‘북중미의 복병’ 온두라스, ‘가상의 독일’ 덴마크를 상대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끌어 올렸고, 본선 진출국을 상대하며 경험을 쌓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신태용 감독은 “어느 대륙의 팀과 맞붙어도 우리의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유독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을 2개월 여 앞두고도 아직 ‘와일드 카드’를 확정하지 못한데다, 1순위 후보 선수들의 차출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신태용 감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와일드카드 제도와 차출 규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와일드 카드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서는 올림픽 축구에서 24세 이상 선수 3명을 추가로 발탁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빈약한 포지션의 선수를 와일드 카드로 보강해 전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일드 카드는 국제축구연맹, FIFA 주관 대회와는 달리 의무 차출 규정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소속팀의 허락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월드컵, A매치, 대륙컵 등 FIFA가 직접 주관하는 대회에는 의무 차출 규정이 있어 소속팀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대표팀에 차출할 수 있는 반면, 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주관하는 올림픽에는 의무차출 규정이 없어 선발하고 싶어도 뽑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하는데 신태용 감독이 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겁니다.

신태용 감독은 4개국 대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와일드카드 선발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와일드카드는 수비 쪽에 많은 치중을 두고 있었던 부분이 있지만 지금 모든 팀과 협의가 잘 안되고 있습니다.”

와일드 카드 후보 3명, 손흥민(잉글랜드 토트넘)이외에 홍정호(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중국 광저우 부리) 모두 소속팀의 차출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겁니다.
● 손흥민-장현수, 차출 시기가 문제!

올림픽 최종예선이 끝난 직후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선발을 일찌감치 발표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월 토트넘에 차출 협조 공문을 보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시티와 한창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토트넘을 배려해 3월 A매치 기간에 손흥민을 발탁하지 않았습니다. 토트넘의 우승 경쟁에 최대한 협조할테니, 손흥민을 꼭 올림픽에 차출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일종의 ‘윈-윈’ 전략입니다.

그런데 토트넘은 손흥민을 프리시즌까지 뛰게 한 뒤, 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여 앞둔 7월 말에 올림픽팀에 합류시키겠다는 공문을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 등 수비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현수의 소속팀 광저우 푸리 역시 5월 말에 공문을 통해 차출은 허락하지만 7월 말에 보내겠다는 뜻을 대한축구협회에 알려왔습니다. 이로 인해 6월 말에 최종명단 18명을 확정하고, 7월 4일부터 소집 훈련에 돌입해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던 신태용 감독이 구상이 어긋나게 됐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는 빠른 합류를 원한다.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눈빛만 봐도 알 정도로 시간을 갖고 싶은데 소속 구단들은 프리시즌까지 원하고 있다. 협의가 잘 안 되고 있다. 일정이 늦어지면 안 뽑을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소속팀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신태용 감독은 해당 선수들이 적극 나서고 있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 유럽 생활의 걸림돌인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손흥민은 “빨리 소집될 수 있도록 토트넘을 설득해 보겠다”며 출전 의지를 표명했고, 4년 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한 장현수 역시 “리우 올림픽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골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석현준 (사진=연합뉴스)
● 홍정호의 차출은 물 건너갔다?

신태용 감독은 홍정호의 와일드카드 선발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직접 독일에 가서 홍정호의 경기력과 올림픽 출전 의지를 살피고 선발을 결정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홍정호의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지난 달 홍정호의 차출을 허용하지만, 조기 차출은 힘들다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당시 아우크스부르크를 이끌며 홍정호의 차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지한파’ 바인지를 감독이 샬케로 둥지를 옮겼고, 디르크 슈스터 감독이 최근 아우크스부르크 지휘봉을 잡으면서 구단의 입장이 바뀐 겁니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슈스터 감독이 전지훈련과 프리시즌을 통해 선수를 파악해야 하는 만큼 홍정호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홍정호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새 팀으로 이적하며 올림픽 출전을 약속받는다면 극적인 합류가 가능하지만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신태용 감독 역시 홍정호의 차출 불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들과 논의를 통해 새로운 후보를 찾고 있는데, 체코전에서 시원한 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FC포르투의 석현준이 유력한 후보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병역 미필인 석현준은 올림픽 출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K리거 황의조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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