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한민국은 분노공화국?…보복·난폭 운전자 잡고 보니…

아무 전과 없는 사람이 1/3

소환욱 기자 cowboy@sbs.co.kr

작성 2016.05.20 10:18 수정 2016.05.20 12: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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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대한민국은 분노공화국?…보복·난폭 운전자 잡고 보니…
경찰이 지난 2월 중순부터 석 달 동안 보복운전과 난폭운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했습니다. 몇 명이나 잡혔을까요?

서울에서만 무려 732명입니다. 딱 90일간의 단속으로 732명이면 하루에 8명꼴입니다. 서울경찰에만 1,047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입건된 사람만 450명이나 됩니다. 이중 보복운전은 300명, 난폭운전은 150명입니다.

● 협박은 물론 칼을 들고 위협하기도

보복운전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경적을 울렸다고 상대 운전자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회를 뜰 때 쓰죠? 일명 사시미 칼을 들고 내려 상대방을 협박한 사례가 마포에서 있었고, 성북구에선 급정거했다는 이유로 택시를 들이받고는, 이에 항의하는 택시기사를 차량 보닛에 매달고 1.5km나 질주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강남에선 외국인 4명이 갑자기 끼어든 앞차를 뒤쫓아가 급제동해 잡힌 건도 있었습니다. 동서남북 골고루 유형도 다양합니다. 영화 같죠? 모두 2016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보복운전 범행 1/3이 전과가 없는 일반인

이야기만 들어보면 전과가 많은 사람이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삼을 만한 무용담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보복운전으로 입건된 사람 중 전과자는 얼마나 될까요? 보복운전을 해서 잡힌 300명의 사람들의 범죄 경력을 살펴보면 전과가 없는 사람이 95명으로 100명 가까이 됩니다. 1/3이 아무런 전과가 없던 일반인들이었습니다.

직업군을 살펴보면 입건된 사람 300명 중 118명이 일반 회사원들이었습니다. 택시나 버스를 운전하는 사업용 운전자들은 53명이었습니다. 서울경찰청 교통범죄 담당자들은 평소 안전교육을 받는 사업자들보다 일반인들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보복운전이나 난폭운전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는 무서운 흉기

"익명성이죠. 자동차 안은 밀폐된 공간이거든요. 다른 사람이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모른다는 심리상태가 반영된 것이죠. 내가 안에서 무슨 행동을 해도 밖에서는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심리상태가 강하게 투영된 행동이죠."

"자동차는 흉기와도 같습니다. 생각해보세요. 2톤 가까운 쇳덩어리가 시속 100km 가까이 달리면 힘이 엄청납니다. 보복운전이나 난폭운전은 이런 거대한 쇳덩어리가 흉기로 돌변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

단속에 나섰던 일선 경찰관들의 말입니다. 안전운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자동차 사고는 인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보복운전이나 난폭운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대상을 특정해서 하는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일반 교통사고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경찰이 강력하게 단속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경찰은 형사입건된 운전자에게 도로교통공단에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심리치료도 병행한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니 천만다행입니다만, 얼마나 우리의 운전 문화가 바뀔지는 미지수입니다.

타인을 배려하자는 말은 유치원 다닐 때부터 누구나 교육을 받았던 겁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30줄이 넘어선 저도 항상 운전할 때마다 다짐합니다만, 막상 칼치기를 당하거나 앞차가 급제동하면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대 운전자가 잘못했더라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식이라면 곤란합니다. 도로는 주먹으로 승부를 가리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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