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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언제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까?

[취재파일] 기후변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언제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까?
● 기후변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이 급격하게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대서양의 해류 흐름이 멈춰 선다. 해류가 멈춰 서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기상이변이 속출한다. 뉴욕은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고 대혼란에 빠진다.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의 내용이다.

커다란 바위 위에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바위에 비해서는 극히 보잘 것 없는 작은 물방울이지만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바위에는 미세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순간 거대한 바위가 쩍~~ 갈라진다.

●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티핑 포인트란 어떤 일이 처음에는 아주 미미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에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면서 예기치 못한 거대한 일이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바로 그 시점을 말한다. 미국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쓴 책 제목으로도 유명하다. 일단 티핑 포인트가 지나면 일을 거꾸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기후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공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열을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데 지난 133년(1880~2012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다. 단순히 1년 단위로 계산해 본다면 연평균 0.006℃씩 상승한 것이다.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작은 변화지만 이 작은 변화가 매년 쌓이면서 무수한 기상이변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는 앞으로도 비슷한 속도로 진행을 할 것인가 ? 혹시 어느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특별한 사건(tipping event)이 갑자기 발생하지는 않을까? 기후변화에도 티핑 포인트라는 것이 있을까? 티핑 포인트가 나타난다면 언제쯤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학계에서는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이번 세기 안에 또는 다음 세기에 여러 개의 기후변화 티핑 포인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하나의 티핑 사건은 다른 티핑 사건에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 보는 주요 기후변화 티핑 사건은 다음 5가지다(Cai et al.,2016).

1. 대서양 해류 순환 붕괴
2.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엘니뇨 발생
3. 아마존 열대 우림 파괴
4. 서남극 빙상 붕괴
5. 그린란드 빙상 붕괴

대서양 해류 순환의 붕괴는 영화 ‘투모루우’에서도 나왔듯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대서양 해류는 전 지구적인 거대한 해류 순환인 해양 컨베이어 벨트(The Ocean Conveyer Belt)와 연결돼 있다. 이 해류는 대서양뿐 아니라 태평양, 인도양 등 전 세계 해양에 걸쳐 흐르고 있는데 표층과 심층으로 열과 염분을 수송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까지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 거대한 흐름이 붕괴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열과 염분 수송에 이변이 나타나고 대기 중 온실가스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면서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도 동태평양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엘니뇨는 현재 2~7년에 한번 정도 발생한다. 지난겨울 적도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평년보다 2.6도 이상 높아진 슈퍼엘니뇨가 발생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속출했다. 어느 순간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해 현재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지구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상 유례가 없던 기상 이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학계는 이 또한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의 열대 우림이 급격하게 파괴되는 것도 문제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 우림이 파괴될 경우 온실가스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이 저장하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문제다. 학계는 현재 아마존 우림과 땅에는 1,500~2,000억 톤의 온실가스가 저장돼 있는데 아마존 열대 우림이 파괴될 경우 적어도 500억 톤이 넘는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1년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적어도 2배 이상이 짧은 기간에 배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남극 빙상과 그린란드 빙상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것도 문제다. 학계에서는 서남극 빙상이 모두 녹아내릴 경우 해수면이 3.3m 정도 상승하고 그린란드 빙상이 모두 녹아내릴 경우 해수면은 7m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안가 저지대나 저지대에 있는 도시가 침수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빙하가 녹아내리는 동안 시베리아 같은 영구동토가 녹아내리는 것도 문제다. 영구동토는 단순히 녹아내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구동토가 녹아내리는 동안 영구통토에 저장돼 있던 적어도 1,000억 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이 큰 문제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여러 기후변화 티핑 사건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어서 하나의 티핑 사건은 또 다른 티핑 사건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처럼 순식간에 모든 재앙이 한꺼번에 몰려오지는 않겠지만 전이 시간(轉移時間, transition time)을 고려하더라도 지질학적으로 길지 않은 시간에, 이번 세기 또는 다음 세기 안에 여러 기후변화 티핑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인류가 현재의 기후변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이유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는 아들 샘을 구하기 위해 홍수와 폭설, 빙하로 대 혼란에 빠진 뉴욕으로 향한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온갖 재앙을 헤쳐 나간 잭 홀 박사는 끝내 아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할 경우 기후변화 티핑 포인트가 지난 뒤 대재앙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잭 홀 박사를 찾아 나서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Yongyang Cai, Timothy M. Lenton, Thomas S. Lontzek. 2016: Risk of multiple interacting tipping points should encourage rapid CO2 emission reduction.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964
* 이 자료는 한국과학기자협회보 5월 7일 자에 실린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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