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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천공항 '11년 연속 세계 1위', 자축보다 자성의 계기로

'위기의 인천공항',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량이 필요한 때

[취재파일] 인천공항 '11년 연속 세계 1위', 자축보다 자성의 계기로
인천국제공항이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하는 2015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ASQ는 공항 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업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공항 이용객 55만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시설 운영 등 34개 항목을 설문 조사해 점수를 매기는 이번 평가에서 인천공항은 5점 만점에 4.978점을 얻어 당당히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지난 19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ASQ 시상식의 주인공도 단연 인천공항이었다. 인천공항은 글로벌 랭킹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최고 공항과 여객 4천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공항 부문 등 3개 부문을 함께 석권하는 잔치판을 벌였다. 정일영 사장을 비롯한 인천공항 관계자들은 인천공항이 호명될 때마다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좌중에서 '다른 공항에 미안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대기록이라 할 만하다. 인천공항은 개항 4년 만인 지난 2005년 처음 1위를 차지한 이후 한 번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11년 연속 1위는 그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다. 물론 '10년 연속 1위'라는 타이틀을 붙였던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0년 연속 1위라며 축포를 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시상식에서는 축제 분위기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공항 현장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당장 내년부터 수상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공항의 내부 용량은 포화에 다다른 반면, 외국의 경쟁 공항들은 턱밑까지 쫓아왔다. 경쟁 공항들을 여유롭게 따돌린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과 공동 1위로 옆자리를 내준 것도 하나의 신호다. 여기에다 올해 초 이어진 '악재'까지 겹치면서 인천공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특히 지난 1월에 있었던 '수하물 대란'은 인천공항 임직원들이 "인천공항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라고 입을 모을 만큼 공항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당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처참할 정도다. 1만 개가 넘는 모터 가운데 1개가 고장 나 시스템이 멈췄고, 초동조치를 해야 할 근무자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7시간 반을 방치했다. 국가 기간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만큼 허술한 대처였다. 이 사태로 말미암아 그동안 공기업 경영지표 각 분야에서 1등을 휩쓸던 인천공항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는 일거에 무너지고 말았다. 불과 며칠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 밀입국 사태 역시 더 이야기하자면 입이 아픈 수준이다.

앞으로 인천공항의 앞길도 당연히 이전보다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의 표현을 빌자면 "전교 1등은 뭘 해도 예뻐 보이지만 한번 낙제를 하고 나면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부 인사 때 피바람이 분 것은 당연지사, 감사, 예산 등 다방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게 공항 안팎의 평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상은 인천공항에 있어선 나름 소중한 ‘호재’라고 할만하다. 예전에 내정된 상이기는 하지만 연초부터 (본의 아니게) 쉼 없이 달려온 공사 임직원들에게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이벤트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하물 대란과 밀입국 사태 직후인 2월 2일 ‘구원투수’로 취임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취임 81일이 지난 오늘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펼쳤다. 심지어는 ASQ 시상식 출장을 마치고 호주에서 돌아온 21일에도 임원들과 미팅 겸 식사를 함께하고 현장을 시찰했다. 사장이 쉬지 않으니 임직원들도 ‘상시 비상 체제’였던 것은 물론이다. 직원들은 무슨 고생이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난 수하물 대란과 밀입국 사태 당시의 배경을 고려하면 그럴 만도 했다. 두 사건 모두 공교롭게 전임 박완수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하차했을 때 터졌다.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근무 기강도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그 뒤로 좀처럼 허리를 펴지 못했던 인천공항 직원들이다. 이제는 한숨을 좀 돌릴 수 있을 만한 시점에 적절한 ‘터닝 포인트’가 생긴 셈이다.
 노력도 많이 했다. 문제가 됐던 수하물 벨트는 수 km에 달하는 전체가 교체됐다. 내구연한 등을 고려하는 공공시설임을 감안하면 1월의 ‘사고’가 없었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오류 발생률은 제로에 수렴하게 됐다. 보안 인력 보강과 근무 체계도 대폭 개선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지만 아직 지킬 소는 많다. 국가의 관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적폐(積弊)를 이렇게 빠른 속도로 시정하고 개선하는 공공기관은 그렇게 흔치 않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여기에 내년 말 제2 터미널이 완공되고 인천공항이 추진하는 스마트공항(전 공항을 IT시스템으로 연결) 사업을 완료하면 도약의 여지는 많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의지와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11년 연속 1위라는 경사를 자축만 할 게 아니라 자성의 계기로 삼을 때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散積)해 있다. 여전히 높은 비정규직 및 외주업체 비율과 기관 간 소통 부족은 앞으로도 인천공항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번에라도 그 민낯을 스스로 확인한 건 참 다행이다. 그동안 너무 취해만 있었다.

국민들의 관심은 인천공항이 어디에 나가서 상을 받아왔다는 데 있지 않다. 편리하고 쾌적하며 무엇보다 안전한 공항을 국민들은 바란다. 전 국민이 한 번쯤은 인천공항을 거쳐 가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내실을 차곡차곡 채워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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