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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롯데는 달라질 수 있을까?

[취재파일] 롯데는 달라질 수 있을까?
90대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60대 아들들이 낯뜨거운 싸움을 벌였습니다. 국민들은 싸움 구경하다가 이내 실망했고 아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롯데 얘기인 줄 다들 아실 겁니다. 물론 이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러는 사이 가뜩이나 '그냥 그랬던' 기업 이미지는 더 망가졌습니다. 그런 롯데에서 작은 변화가 느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달라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롯데는 최근 '갑질 고객'에 대한 대응 매뉴얼 책자를 냈습니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 롯데리아 등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직군의 직원이 많은 롯데가 직원들에게 '그냥 당하고만 있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준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매뉴얼을 담은 책을 보면, 아무리 고객이라도 성희롱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면 '자꾸 이러면 상담 못합니다'는 식의 단호한 대응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전화 상담이라면 먼저 끊어도 괜찮고,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돼 있습니다. 책임은 회사가 져 주겠다는 겁니다.

과연 현장에서 얼마나 잘 적용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말이나마 '고객은 왕이니 참아라' 보단 훨씬 나아 보입니다.
'롯데를 망하게 할 아이디어를 찾아라'도 눈에 띕니다. 롯데를 망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경쟁사가 찾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자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주제나 형식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는데,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신 회장이 받아보고 간담을 쓸어내릴 만한 아이디어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과거 롯데에서 찾아보기 힘든 재밌는 발상인 것 같습니다.

'스펙태클' 오디션은 롯데가 내세운 올해 채용 방침입니다.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는 뜻으로 자격증이나 조건 같은 스펙을 보지 않고 순수한 직무능력만으로 평가하겠단 겁니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에 최적화된 프로그램 기획 시험을 거쳐 지원자를 평가하고, 롯데백화점은 프레젠테이션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식입니다.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입니다.

이런저런 시도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또 이런 시도들이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롯데의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건 롯데뿐이란 겁니다.

'우리가 그렇죠 뭐' 했던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달라졌어요' 하게 할 수 있을까요? 갑질 고객에게 단호히 대응했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직원이 나온다던지, 스펙 안보고 직원채용한다더니 결국 조건 좋은 사람들만 우르르 뽑고 한다면 국민들의 시선은 더 싸늘해지겠죠. 롯데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투명하고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삐딱하게 서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롯데마트가 업계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계획을 밝혔습니다. 업계 최초라고는 해도 너무 늦었고, 또  검찰 수사가 임박하니 부랴부랴 나섰다는 인상을 지울 순 없지만 이제라도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 나가길 바랍니다. 가족들은 너무 오래, 너무 깊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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