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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베트남 10대 여성은 왜 아기 시신을 유기했나

[취재파일] 베트남 10대 여성은 왜 아기 시신을 유기했나
"의정부 역 내부 CCTV에 쇼핑백을 든 용의자의 모습이 찍혔습니다. 곧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달 31일, 경기 의정부역에서 쇼핑백에 담긴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가뜩이나 영·유아 학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급히 담당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용의자 행적이 기록된 CCTV를 확보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용의자가 체포됐습니다. 19살 베트남 여성 A씨였습니다.

● 예상치 못한 임신…타국에서의 출산

A씨는 지난 1월 8일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 기업에 취직을 했거나 대학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한 어학연수 차원의 입국이었습니다.

한류에 흠뻑 빠져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오려고 작정한 겁니다. 경기도 모 대학의 어학연수 과정을 등록했고, 비자도 6개월 단기로 끊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출국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던 A씨에게 지난해 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베트남인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기가 생긴 겁니다.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A씨는 한국행을 강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유학을 못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부모에게도 임신 사실을 숨겼습니다.

뱃속의 아기와 함께 시작한 한국 생활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하루의 대부분을 기숙사에서만 보냈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베트남 친구 B씨와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나누는 게 전부였습니다. 배는 점점 불러왔지만 병원도 제대로 가볼 수 없었습니다. 가끔 시내에 나가 아기 옷을 사는게 A씨가 할 수 있는 준비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30일 새벽, 갑자기 진통이 찾아왔습니다. 출산 예정일까진 한 달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A씨는 결국 기숙사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당연히 아기의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태어난지 얼마 안돼 아기는 숨을 거뒀습니다.

● 새 옷 입힌 뒤 쇼핑백 담아 유기…“한국식 장례 치러줄 거라 생각”

A씨는 숨진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19살의 외국인 엄마가 타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사 둔 새옷을 입히고, 하얀 담요로 아기 시신을 덮어주는 것 밖엔 없었습니다. 그리곤 쇼핑백에 시신을 담아 친구 B씨와 함께 의정부역으로 향했습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출구에 쇼핑백을 놓고 황급히 역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A씨의 행동은 역 CCTV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결국 A씨는 친구 B씨의 고시원에 숨어있다 하루 만에 체포됐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이 아기를 발견하면 한국식으로 장례를 치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출산 직후 분유를 먹여보려고 했지만 아기가 삼키지 못했고, 결국 3시간 만에 숨졌다고도 말했습니다. 한국에선 시신 유기가 큰 죄가 된다는 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공공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시신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영아 유기 치사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A씨에게 사체 유기 혐의를 적용하기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부검 결과 조산(早産)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A씨가 아기 기저귀와 분유를 미리 사 두는 등 육아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결국 체포됐던 A씨는 지난 1일 석방됐습니다.

현재 A씨는 출국정지(외국인의 경우 '출국금지’가 아니라 '출국정지’ 대상이 됩니다)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혐의가 더 드러나지 않는다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수준에서 이번 사건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의정부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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